야쿠자, 故김태촌 빈소에… 경찰은 "?"

지난 5일 새벽 사망한 범서방파 김태촌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 현대아산병원 장례식장 2층. 7일 오전 내내 한가하던 빈소는 오후 1시부터 '해외 VIP 조문' 준비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일성 야구해설위원, 신상사파 신상헌씨 등 '국내 VIP'들이 빈소를 찾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저마다 상주 완장을 차고 빈소를 지키던 '어깨'들은 입구 주변 의자를 치운 뒤 화환으로 앞을 가려 그 누구도 빈소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들었다. 방송국 카메라와 사진기가 접근하자 "대XX 빼라. 마지막 날까지 대XX 쳐들고 있어. 찍으려면 나 찍어라. 나 TV 나오고 싶으니까"라며 위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윽고 오후 1시40분쯤 검은 양복을 입고 중절모를 쓴 건장한 일본인 3명이 빈소로 들어갔다. 전날 일부 매체 보도를 통해 예고된 일본조폭 야쿠자 간부들의 김태촌씨 조문이었다.

절도 있는 동작으로 굳게 입을 다물고 빈소로 향하는 야쿠자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빈소 앞 '어깨'들이 2열 종대로 길을 만들었다. 야쿠자들은 영정사진에 절한 뒤 유족과 인사하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고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빈소가 있는 2층에 올라오지 않던 경찰도 긴급상황에 바삐 무전을 치는 등 부산스러웠다. 하지만 병원에 나온 경찰 중 그 누구도 조문하러 온 야쿠자가 오후 2시 10분쯤 돌아갈 때까지 이들이 몇명이며 어느 소속인지, 여타 외국인 조폭이 몇명이나 다녀갔는지 파악하지 못해 쩔쩔 매는 모습이었다.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현장 근무 나온 한 간부는 "이마에 야쿠자라고 쓰여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알겠냐"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저기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라"며 말을 돌리다 "우리나라 조폭 조문객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저기 오는 사람이 일본 조폭인지 패션계 인사인지 알 게 뭐냐"고 실토했다.

이날 병원에 나온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과 송파경찰서 소속 등 150여명. 경찰 관계자는 "우리는 위험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정체를 파악하려고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이 대비한 '위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현장 순찰을 돌던 한 경찰관은 야쿠자가 돌아간 뒤 "무슨 일이라도 터졌으면 우리는 끝장날 뻔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현재 김태촌씨의 빈소에는 야쿠자 외에도 홍콩 조폭 삼합회 등이 추가 조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8일이 발인이기 때문에 오늘 중에는 오지 않겠냐"면서도 "야쿠자와 마찬가지로 삼합회 어느 소속의 몇명이 몇시에 오는지 등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