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00원 되면 수익 다 허공으로"

"환율이 1000원대 밑으로 떨어지면 회사가 버는 수익 전부가 사라진다고 보면 됩니다."


원달러 환율이 1060.4원으로 떨어져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10일 국내 한 자동차 부품회사 A사 관계자는 이같이 토로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이어지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 및 자동차 분야의 국내 중소·중견기업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1월 112개 수출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환율변동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의 환율하락세가 수출에 미치는영향에 대해 중소기업의 88.2%, 최근의 환율 하락세가 수출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매우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48.6%, '다소 부정적'이라는 답이 39.6%였다. '영향 없음'은 10.8%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지난해 사업계획 환율은 1달러=1120.62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1달러=1070.49원, 적정환율은 1138.21원이었다. 올해는 이보다 다소 낮아지더라도 현재 1060원 환율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얘기다.

업계에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 환헷지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환율 하락이 수출 경쟁력 악화로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제품 경쟁력에 확실한 자신감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환율 하락으로 피해를 입어도 판매가격을 조절하는 등 탄력적인 대응에 나서기 쉽지 않기 때문에 손해를 피할 수 없다"며 "특히 환율이 1000원 수준까지 떨어진다면 수출 중소기업 대부분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케이블 등 부품을 국내외 완성차 기업에 공급하는 A사는 수출 비중이 40%를 넘는다. 반면 원자재를 수입하지 않고 전부 국내서 조달하기 때문에 환율 하락이 고스란히 실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지금 원달러 환율 수준으로도 올해 사업 계획을 마련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환율의 경우 미리 대비해두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하는 만큼 수익이 그대로 줄어들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하는 B사는 환율 하락으로 올해 매출액의 10~20%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나마 B사처럼 생산을 해외 공장에서 담당하고 원자재를 수입해서 쓰는 경우 환율 하락으로 수출 금액이 줄어드는 만큼 원자재 수입 가격이 줄어들면서 피해를 상쇄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B사 관계자는 "환율이 하락하면 제품을 수출하는 데 있어서 피해가 발생하는 반면 원자재는 더 저렴한 가격에 수입하기 때문에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어느 정도 실적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원달러 환율 하락 추세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C사는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C사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이어지면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는데 원달러 환율이 50원 떨어지면 연간 50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됐다"며 "우리 회사는 일본에서 부품을 주로 수입하고 엔화로 결제하는데 최근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매입 쪽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피해를 상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전제품 수출 중소기업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전제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생산을 주로 하는 D사는 올해 설정했던 매출액의 3% 정도가 환율 하락으로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D사 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지는 만큼 똑같은 수량을 팔더라도 평가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그래도 제품 경쟁력을 통해 지금 원달러 환율 수준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1000원 이하로는 답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를 입고 있는 많은 기업이 대응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그나마 원가 절감, 현지화 등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환율이 올라가면 대기업만 이익을 본다는 인식 때문에 정부가 환율하락 추세를 용인할지 모르지만, 환율이 하락하면 대기업보다는 환율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수출기업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