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통신비 인하에 목맨 MB정부, 새정부는?

"MB 정부의 실패한 가계통신비 정책을 왜 답습하려고 하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를 골자로 한 통신비 인하 정책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인위적 통신비 통제 기조자체가 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데다 실효성 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체면' 구긴 MB정부 통신비 인하정책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통신비 20%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워왔던 MB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강력한 통신비 인하정책에 나서왔다. 이 결과, 초단위 요금제 도입, 가입비 및 SMS 요금 인하 등 줄줄이 추진됐다.


급기야 2011년에는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 (51,100원 ▲200 +0.39%), KT (34,650원 ▲100 +0.29%), LG유플러스 (9,780원 ▲30 +0.31%) 등 이동통신 3사를 대상으로 일괄적인 기본료 인하(1000원+SMS 50건)까지 성사시켰다.

그럼에도 이 정책은 업계는 물론 이용자들에게도 외면받았다는 평가다. 상당수 소비자들은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동통신 요금이 평균 5만원대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인하폭이 너무 적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이통 업계는 지난해 기본료 인하만으로 이통 3사의 무선매출이 연간 6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어느 한쪽에도 생색을 낼 수 없는 '환영받지 못한 정책'이 돼버린 꼴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 방안 역시 이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가입비는 이동통신 회선별로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SK텔레콤 3만9600원 △KT 2만4000원 △LG유플러스 3만원이다.

이동통신 가입비는 신규로 휴대폰을 개통하거나 번호이동할 때 필요한 비용. 그러나 업계의 보조금 경쟁 속에 상당수 이통사 대리점들이 '가입비 면제' 마케팅을 시행해왔던 탓에 정작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반대로 이통사는 매년 4000억원 이상의 수익감소가 예상된다. '가입비 면제' 마케팅은 주로 이통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리베이트)분에서 대리점들이 가입비를 대납해왔던 사례들이기 때문이다.

◇휴대폰 단말기·경쟁환경 종합정책 시급

전문가들은 MB정부의 인위적 가계통신비 정책이 제대로 약발이 먹히지 않았던 이유로 이동통신 시장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음성에서 무선데이터 위주로 빠르게 전환됐음에도 정책은 초기 공약수행에만 집착하다보니 이용자들과의 정서괴리가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용자들은 정부의 기본료 인하정책에도 불구하고 체감하는 가계통신비가 올랐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이는 스마트폰의 고가화와 교체주기가 빨라진데 기인한 측면이 적지않다는 것.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월평균 가구당 휴대폰 구입비는 9467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308%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단말기 시장 정책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통신정책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관할범위가 '통신'에만 국한돼 있다 보니 손쓸 방법이 쉽지않다.

전문가들은 가계통신비 정책이 원활하게 수립되기 위해서는 휴대폰 출고 및 가격, 유통구조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정책방향이 나와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를 총괄하는 전담부처 설립이 시급한 이유 중 하나로도 거론되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인위적인 가격통제 대신 알뜰폰(MVNO)과 단말기 자급제도에 대한 혁신적인 정책을 통해 업계 내 자율적인 서비스 및 요금경쟁을 유도하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