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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조준희 행장의 ‘우문현답’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입력 : 2013.01.28 06:31|조회 : 6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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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은 2010년 12월 조준희 행장 취임 후 지금까지 여섯번 대출금리를 내렸다. 올들어 지난 1월 단행한 금리인하로 기업은행의 대출금리는 최고 9.5%를 기록, 한자리 수로 내려앉았다.

국내 중소기업 대출시장 점유율이 22%에 이르는 기업은행의 금리 인하는 다른 은행들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이 잇달아 대출금리를 크게 내렸다.

기업은행은 지난해에만 대출금리 인하로 2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은행권 전체로는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에 따른 이익감소가 1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은행권 금리 인하로 중소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1조원정도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상생과 동반성장을 말하지만 기업은행이 주도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조치만큼 확실한 동반성장이 있을까. 더욱이 대출금리 인하효과는 한해에 그치지 않고 매년 지속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정책과 아이디어가 봇물을 이룬다. 혼란스러울 정도다. 박근혜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은 어디로 가야하나. 말보다는 실행을, 이론보다 현장을 우선하는 IBK기업은행의 조준희 행장을 찾아갔다.

조행장은 지난해 9월 독일 출장때 방문했던 글라스바우 한(Glasbau Hahn)이라는 특수유리 제작 전문 중소기업에 대한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170년 역사에 5대째 가업이 승계되고 있는 회사, 150명 본사 직원에 세계 25개국에 지사 및 대리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 루브르 메트리폴리탄 한국의 리움미술관 등에 진열장 특수유리를 공급하는 회사, 방문 당시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던 너무도 소박했던 여성 CEO, 조행장은 글라스바우 한이야말로 한국 중소기업들의 모델이 될 만하다고 강조했다.

조행장은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독일이 흔들림 없이 버티고 있는 것도 글라스바우 한 같은 1300여개의 ‘히든 챔피언’ 중소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중소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한국은 채 20%가 안된다.

조행장은 독일의 히든 챔피언에 해당하는 기업이 기업은행의 ‘명예의 전당 헌정기업’이라며, 현재는 23개에 불과하지만 이런 기업이 1000개 2000개로 늘어난다면 우리경제의 문제점들이 상당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행장은 한국의 320만 중소기업이 모두 글로벌 히든 챔피언이 되고, 명예의 전당 헌정기업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중소기업 정책을 이원화해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1만개의 제조 기업들은 글로벌 강소기업을 목표로 육성하되, 경쟁력 없는 기업은 좀비기업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시장논리에 따라 퇴출될 수 있도록 출구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벤처 버블’이나 ‘녹색금융 버블’ 같은 게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4인 이하의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는 시장논리 보다는 사회정책적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사회안전망 차원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 촘촘한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소상공인진흥기금이나 소상공인진흥공단 설립 등은 착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희 행장은 ‘우문현답’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줄인 것이다. 실제 조행장은 재임 2년동안 40회 이상의 영업현장 회의를 통해 1600건의 건의사항을 접수했고, 이중 80%를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 즉각 반영했다.

조행장은 100여 가지가 넘는 세계 최고수준의 중소기업지원 제도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왜 다시 이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문현답’이라는 짧은 답을 내놓았다.

현장을 너무 모른 상태에서 만들어진 정책이 많고,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되다 보니까 일선의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하는 ‘손톱 밑 가시’와 ‘신발 안 돌멩이’가 무엇보다 현장을 중시하자는 뜻이고, 이런 점에서는 조행장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과 맥이 통한다.

조준희 행장은 박근혜 당선자가 ‘현장에 바탕을 둔 중소기업 대통령’으로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행장은 누가 뭐래도 국정의 첫번째 목표는 일자리이며, 최근 10년간 중소기업 고용은 358만명 증가한 반면 대기업은 오히려 21만명 감소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정책을 시혜차원이 아닌 사회안전망 확충이나 국부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IBK기업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당시 은행권 중소기업대출 순증액의 90%이상을 혼자 감당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국내외 경제상황이 2008년 못지않게 어려운 올해도 기업은행은 역할에 충실하겠단다. 그 결연한 의지를 조준희 행장 얼굴에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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