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문화와 사람을 키워라

미래창조 과학부가 만들어진다. 미션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 기술력 확보 및 국가적 지원 시스템의 구축이다.

핵심어는 기술인데 기술은 어디서 만들어지는 걸까? 문화와 사람이다. 유럽의 산업혁명은 과학 혁명과 계몽사상을 수혜 받은 부르주아가 만들었다.


미국은 히피, 여피... 청바지, 보보스들이 인프라를 만들었고 거기서 고대 서사시를 즐겨 읽으면서 해킹을 하는 마크 저커버그, 예술과 과학을 융합하는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청바지 CEO 스티브잡스 같은 사람들이 나왔다. 일본은 장인정신과 오타쿠.

한국은? 스펙 열공, 성공과 단기 이윤, 기술이면 기술, 문화면 문화로 나눠지는 얕은 사회문화 분위기에서 이런 창조적 인재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의문이지만 기적처럼 신 유형의 인재들이 척박한 문화 인프라에서도 도처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다.

그들이 누구일까? 크리에이티브와 비즈니스를 연결시키는 사람들, 이른바 창중(創衆. Creative Mass)들이다. 그들의 존재가 그전 대한민국 1.0, 2.0 대중시대와 대한민국 3.0 창중 시대를 구분 짓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 신 인재들일 것은 분명하다. 직업으로는 디자이너, PD, 마케터, 게임프로그래머, 창조적 엔지니어... 엔터테이너, 스토리텔러, 문화 농부, 축제 감독들이지만 그러나 그런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창중은 아니다.


이를테면 마케터 중에도 기존 관행 답습자들은 많다.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지 못한다면 그들은 창중이 아니다. 모두가 그렇고 그런 드라마를 만들 때 조선의 중인층에 주목해서 <상도>, <대장금> 등을 만들어 높은 시청률과 창조적 중인층의 부각 및 해외 수출을 이뤄내고 동시에 홍삼, 궁중음식 시장을 자극한 PD는 창중 PD다.

수백만 사람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해외로 보낸 여행사 기획자들보다 <문화유산 답사기>로 한국 유산을 재평가해 한국에 답사 붐을 일으킨 사람이 창중 문화학자다. 숱한 영화감독이 있지만 애니메이션, 공감과 공존의 가치, 3D/4D산업을 일으킨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창중 감독이고 어린이 교육시장에 뽀로로를 만든 기획자가 교육 애니메이션 창중이고 모바일 시대에 남들 따라 하기 바쁜 시장에서 카톡을 만든 기획자가 모바일 창중이다. 창중은 그렇게 질적인 정의다.

최근 한 모션그래픽 아카데미의 졸업 작품 발표회에 참석했었다. 200여명이 모인 그 자리는 젊고 뜨거웠고 빛이 났다. 유망한 RFID 벤처기업 브랜드 아이덴티티 및 홍보 작업부터 캐릭터 모델 에이전시 제안, 플랫폼 토이, 카페나 문구 업체 커머셜 영상과 소품 디자인 작업까지 브랜딩을 한 20대 젊음들의 도전은 참신했고 수준은 놀라웠다. 이들 중 일부는 졸업 작품임에도 중소기업이나 프랜차이즈들과 협업해서 이미 기업에 실제 적용을 이루어 내고 있었다. 단 4개월의 작업으로.

이들이 미래의 창중이다. 20년 전 안정된 방송국을 나와 그 아카데미를 차린 김성일 원장은 “디자인은 예술이며 무에서 유를 만드는 놀라운 창조다”라는 진정성어린 육성을 토했다. 그가 인프라를 만든 창중 원장이다.

대한민국 3.0시대는 이런 창중들이 끌고 갈 것이다. 아직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이들은 결국 크리에이티브의 힘으로 문화 인프라를 만들어 낼 것이다.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청년/실버 창업 지원들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금상첨화다. 나는 창중인가? 우리는 문화 인프라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술을 먼저 쫓지 마라. 문화와 사람, 창중을 키워라. 그게 100년 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