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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廉恥)에 대하여

[김재동의 틱, 택, 톡]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3.02.02 07:15|조회 : 8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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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가 날았다. 두 번의 실패 끝에 날아올랐다. 파렴치의 지상을 떠나 우주에서 고고성을 울렸다. 삼세번째 실패하면 접을 작정이었으니 마지막에 염치를 차렸다.

염치(廉恥).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이 말을 어원으로 같은 뜻의 ‘얌치’란 우리말이 생겼다. 여기서 얌체란 말이 비롯됐으니 얌체란 ‘얌치가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된다.

맹자의 진심장구(盡心章句)를 보면 무치지치 무치의(無恥之恥 無恥矣)란 말이 나온다. 부끄러움이 없음을 부끄러워하면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에 앞서 인불가이무치(人不可以無恥), 즉 사람이란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어선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공자에게도 헌(憲)이란 제자가 부끄러움, 곧 치(恥)를 물었다. 공자왈 “방무도(邦無道) 곡(穀) 치야(恥也)”라 했다. 나라에 도가 없는데 국록을 받아먹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또 “방무도 부차귀언(富且貴焉) 치야”라 했다. 나라에 도가 없는데 부하고 귀하게 사는게 부끄러운 일이다고도 했다.

‘뜬금없이 웬 염치타령?’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뜬금없지 않으니 문제다.
대통령 특별사면이 그렇고 총리지명자 자진사퇴가 그렇고 촉박하게 진행될 신임 장관들 인사청문회가 그렇다. 청문회가 시작되면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몰염치, 파렴치의 사연들을 접하게 될까?

세칭 지도자란 사람들의 염치없음이 망조를 부른다. 청나라 증국번은 난세의 조짐 3가지를 들었다. 첫째가 흑백을 가릴 수 없다 했다. 틀린 것이 염치없이 옳은 척하니 틀린 건지 옳은 건지 알 도리가 없다. 둘째가 선량한 사람들은 조심스러워지고 하찮은 인간들은 설친다고 했다. 선량한 사람들은 그나마 염치를 지키고자 목소리를 죽이고 염치모르는 뻔뻔한 인간들의 주의주장만 판을 치게 된다. 셋째가 문제가 심각해지면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 우유부단한 행동이 횡행한다고 했다. 분명히 부끄러운 일인데 전혀 안부끄럽게 잘 살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그것 참 저것도 맞는개벼’ 싶은게 당연하다.

‘전재산 단돈 29만원’부터 ‘임기종료 코앞 사면’까지, ‘잘못된 건 아는데 어쩌겠는가? 애 좀 잘 키워보려다 위장전입이 되고 만 걸’부터 ‘알고 투기한게 아니라 그냥 투자해놓고보니 마침 시책과 맞아떨어져서..’까지 파렴치의 소음들이 난무한 세상을 보면 이게 증국번이 말한 난세구나 싶다. 여기에 더해 “이러면 좋은 인재들이 인사청문회가 두려워 공직을 맡지 않으려 할까 걱정” 이라는 박근혜 당선인의 우려는 절망스럽기까지하다.

하지만 이 염치란 단어가 춘추전국시대부터 최근까지 끊임없이 거론된 걸 보면 지금 당장의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어디에서나 파렴치가 횡행했음을 알 수 있다. 앙드레 모로아는 1870년대의 미국을 “사업가인 국회의원들이 실크햇이나 잘 손질된 수염속에 잔인하고 무자비한 이기주의를 숨기고 활보하던 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1976년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다. 유전자는 우리 몸을 자기 복제를 위한 생존의 목적으로 사용한 후 무참하게 버리고 만다”고 했다. 즉 인간 자체가 ‘이기적인 분자’인 유전자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수단일 뿐이란 말이다. 그런 판에 무슨 염치를 따질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이기적 본성을 위해서도 염치는 차려야 한다. 사람으로서 염치를 잃으면 사람대접을 받기 힘들다. 사람대접 못받는 삶이 이기적 본성을 충족시킬 리는 만무하다. 그러므로 영리한 사람이 염치를 안다. 효경에 “윗 자리에 있으면서 교만하지 않으면 지위가 높아도 위태롭지 않고 절제하고 아껴 법도를 삼가면 가득 차도 넘치지 않는다.”(在上不驕, 高而不危. 制節謹度, 滿而不溢.)고 했다. 이기적으로 잘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렇게 영리해서 염치있는 대통령, 염치있는 장관, 염치있는 재판관, 염치있는 검찰, 염치있는 공무원, 염치있는 시민, 염치있는 네티즌 틈에서 염치를 지키며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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