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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불황' 탈출하기, 출구전략보다 입구전략!

[웰빙에세이]120만원에 한달 살기-11. 삶은 매 순간이 입구다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3.02.06 12:03|조회 : 9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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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흐름이다. 사계절처럼 돌고 돈다. 봄에 깨어나 여름에 자라고 가을에 갈무리해서 겨울에 잠든다. '죽는다'가 아니라 '잠든다'가 맞는 것 같다. 몸은 죽어도 영혼은 살아 봄이면 다시 어떤 몸에 깃들 테니까. 계절로 본다면 나는 가을에 들어섰다. 여물고, 물들고, 낙엽을 떨굴 때다. 삶을 간결하게 할 때다.

이런 흐름 말고 생활 형편이 돌아가는 경제 흐름도 있다. 활황과 불황 사이에서 성장과 쇠퇴를 거듭하는 흐름이다. 물론 형편이 활짝 필 때가 활황이고 바짝 쪼들릴 때가 불황이다. 주머니가 넉넉할 때가 여름이고 텅 비었을 때가 겨울이다.

인생의 겨울, 삶의 불황을 이기는 법

나이 마흔에 벤처기업의 CEO를 접고 숲으로 들어간 김용규 님. 충북 괴산의 여우숲에 백오산방(白烏山房)이란 오두막을 짓고 사는 그는 자신의 삶을 경제적으로 보면 '30대 활황, 40대 초반 불황'이라고 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삼십 대의 나는 경제적으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기르는데 있어 별 어려움이 없었으니 만족스러운 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늘 불안하고 불편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음 편한 삶을 살자고 산중의 삶을 택했고, 그 순간부터 지난 몇 년간 나는 경제적으로 갇혀 있는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언젠가는 아이가 갖고 싶어 하는 싼 값의 자전거 한 대를 사 주는 일이 버거워 아비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홀로 눈물 흘린 날도 있었습니다. 경제에 빗대면 30대 활황, 40대 초반 불황의 국면이 내게 닥친 것입니다."
- 김용규 <숲에서 온 편지> 중에서

나의 흐름은 그보다 10년 늦다. '40대 활황, 50대 초반 불황'이다. 쉰에 직장 일을 놓고 시골로 와서 한 달 120만원에 살려니 살림이 빠듯하다. 더구나 이번 불황은 종전 것과 많이 다르다. 장기 저성장을 예고하는 'L자형 불황'이다. 'V자형 반등'이나 'U자형 회복'이 아니다. 'W자형 이중바닥'도 아니다. 경제가 활황과 불황 사이를 돌고 도는 것이라는데 이번 것은 출구가 안 보인다. 불황 탈출을 위한 출구전략도 종전 것과는 많이 달라야 할 것 같다.

앞서간 김용규 님은 이 국면을 어떻게 넘고 있을까? 그는 출구전략 대신 입구전략을 강조한다. 경제에서는 흔히 출구전략을 따지지만 삶에서는 입구전략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처럼 '자발적 불황'에 든 경우가 아니라도 삶에서는 불황에서 활황, 또는 활황에서 불황의 시간으로 진입할 때 모두 입구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국면은 나가는 것보다 들어설 때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삶이 잘 나가는 국면으로 접어들 때건 험난한 국면으로 접어들 때건 가장 중요한 전략은 그 상황으로 내가 들어서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입니다. 나무들은 겨울이 오면 그 시절에 맞춰 자신을 정돈합니다. 낙엽을 만드는 것을 보면 알 것입니다. 반면 여름이 오면 나무들은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제게 허락된 하늘을 향해 힘차게 자신의 잎과 가지를 뻗어나갑니다. 지금 숲에 드리운 푸르름의 힘찬 기운을 보면 알 것입니다. 우리 사람들이 나무들처럼 새로운 국면의 실체를 자각할 수만 있다면, 그 시간을 지혜롭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숲으로 간 사람답게 그는 숲에서 답을 찾았다. 나무에게 배웠다. 잎을 다 떨구고 묵묵히 겨울을 나는 나무처럼 살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는 지금 겨울을 나는 중이다. 제 발로 겨울 속으로 걸어 들어가 모진 추위를 견디고 있다. 새 봄에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려면 어떻게 이 겨울을 넘겨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의 입구전략은 탄탄하다. 마주한 국면의 실체를 자각하고 있다.

나도 지금 겨울을 나고 있다.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기 위한 겨울이다. 나이로 가을이고, 생활 형편으로 겨울이라는 것은 작은 흐름이다. 지금은 삶 전체가 겨울이다. 스스로 앞당겨 찾아든 겨울이다. 나는 이 겨울을 잘 보내고 있다. 때가 되어 봄이 오면 따뜻한 볕이 들고 새 순이 돋을 것이다. 잎이 또 나고 꽃이 또 피어날 것이다. 두 번째 삶을 피우는 인생 2막의 꽃! 그 꽃이 아름답고 향기로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것은 결국 이 겨울을 어떻게 나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마주한 지금을 자각하고 보듬는 입구전략에 달렸을 것이다.

그리고 보면 삶은 매 순간이 입구다. 나는 항상 지금 이 순간의 입구에 있다. 매 순간을 입구로 받아들일 때 삶은 일체의 모든 흐름을 넘어선다. 입구도 없고 출구도 없는 영원한 매 순간이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도 없고, 활황· 불황도 없는 충만한 매 순간이 된다. 매 순간 피어나는 꽃이 된다. 나는 진정 그것을 아는가?

'두 번째 삶', 봄을 향해 가고 있다

올 1월은 많이 추웠다.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맹추위가 계속됐다. 27년만의 기록이라고 한다. 나는 한겨울의 터널 속을 뚜벅뚜벅 걸었다. 겨울나무처럼 묵묵히 찬바람을 맞았다. 저 산의 침묵과 저 들의 고요를 즐겼다. 그것은 매 순간 살아 있는 생생한 평화였다. 지금 내 삶의 겨울도 고요하고 평화롭다. 잠잠하고 투명하다.

1월에는 특별한 지출이 없었다. 겨울잠을 자듯 조용히 사니 씀씀이도 준다. 12월에 크게 오른 건강보험료가 부담됐지만 그럭저럭 감당했다. 아무래도 동생이 더 빡빡했다. 한 달 살림비를 50만원에서 45만원으로 줄여 미안하다. 그래도 동생은 줄어든 45만원 한도를 지킨다. 나 역시 건보료 17만2800원을 포함해 지출을 45만원에서 끊었다. 둘이 합쳐 90만원. 그래서 남은 30만 원 중 20만원과 지난달 남긴 21만원을 가지고 보일러 기름을 한 드럼 반 넣었다. 원래 두 드럼을 넣으려 했지만 반 드럼 아끼고 10만원을 남겼다. 이 돈은 지난 11월에 아낀 30만원과 더해 설과 어머니 제사 비용으로 쓸 것이다. 2월에도 내 생활비에서 30만원을 따로 빼면 총 70만원을 설과 제사에 쓸 수 있다. 설 준비와 선물에 40만원, 제사에 20만원, 세뱃돈에 10만원을 쓰면 되겠지. 이렇게 잘 맞추면 120만원으로 한 달을 사는 실험은 무사히 1년을 마감할 수 있다. 기대된다. 어느 새 1년의 끝이 보인다. 주머니는 썰렁해도 기분은 살랑인다. 나의 두 번째 삶은 봄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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