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기계도 스마트, 그런데 '말'이 안되는 세상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멍 때리는 시간을 없애 주었다.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멍 때리는 시간마저 없애 버렸다."

국민 소통구 스마트폰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기막히게 정리한 말이다. 인류 역사상 신에게 가장 가까운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는 아인슈타인이 "과학기술이 인간 사이의 소통을 뛰어넘을 그날이 두렵다. 세상은 천치들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던 우려가 이제 현실화 되고 있다.


모처럼 외식을 나온 가족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동안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제대로 된 대화 한마디 없다. 한 침대에 누운 부부마저 등 돌린 채 나누는 문자메시지 대화가 더 익숙하다니 이러다가 말은 소멸되고 문자만 살아남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필자 역시 스마트폰을 쓴다. 그런 다음 눈에 띄는 변화가 도대체 독서의 진도가 안 나가는 것이었다. 지하철에서 책 읽던 습관은 게임으로 대체됐다. 퇴근 후 집에서도 수시로 딩동거리는 '카카오톡'과 소셜네트크서비스(SNS)의 대표주자라는 '페이스북' '트위터'에 정신이 팔리기 일쑤였던 것이다. '아차, 이러면 안되지' 싶어 독하게 마음먹고 삭제, 탈퇴, 시간제한 등 몇 가지 원칙을 강행하고서야 원래의 독서 습관을 되찾을 수 있었다.

솔직하고 편한 글로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직장인 이 아무개씨도 최근 갑자기 그 곳에서 사라졌다. 인터넷 공간의 교류도 오프라인 못지않게 예의와 관리가 필요한 데 교류하는 사람이 늘면서 그곳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이 회사 업무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가 되기에 그랬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마디 말(대화)조차 나눌 수 없을 만큼 바쁘고, 각박해진 우리에게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그래, 스마트폰 때문에 당신은 그만큼 스마트해 졌는가?"라고 묻는다. 그리고 그러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비생산적이고 바보 같은지를 짚어낸다. 물론 의학적, 과학적이다. 잠을 자는 것이나,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 책을 읽는 것이 왜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이는지를 뇌의 과학적 작동원리로 설명한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 몸을 푹 담그고 '멍 때리다' 부피의 원리가 퍼뜩 떠올라 "유레카!"를 외쳤던 것처럼 제발 우리도 멍 좀 때리자, 책 좀 읽자, 사랑하는 사람들과 입으로 말 좀 주고받자는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삶을 훨씬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의 '유레카'도 떠오른다는 것이다.

◇멍 때려라=신동원 지음, 센추리원 펴냄, 279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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