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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疑人不用'의 시대

성화용의인사이드 더벨 성화용 더벨 편집국장 |입력 : 2013.02.08 10:05|조회 : 10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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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이 기사는 02월07일(11:35)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사람을 쓴다는 건 얼마나 어렵고 고단한 일인가. 그릇 쓰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요, 제대로 쓰면 죽다가도 살아난다. 사람과 조직을 통해 영위되는 모든 것이 그렇다. 기업과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통용되는 '사람 쓰는 법'이 있을까. 오래전부터 흠모했던 어구가 있다.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되, 일단 쓰기로 한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 중국 송사(宋史)에 나오는 이 말은 동양적 용인학의 근간이다. 삼성 창업주 호암(湖巖)의 지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 번 믿고 일을 맡기면 주변에서 아무리 흔들어도 그 신뢰를 깨지 않고 끝까지 믿음을 주는 것. 품격이 느껴지는 등용철학 아닌가.

하지만 현실에 대입해 보면 이 아름다운 격언은 허망하기 짝이 없다. 믿고 맡긴 사람이 일을 망치고 조직을 무너뜨린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정치판은 하도 난삽해 굳이 예를 들 필요도 없겠다. 다만 최근, 최악을 꼽자면 이명박 대통령의 이상득, 박영준 쯤 되지 않을까 싶다. 가벼운 믿음이 권력의 오용으로 이어져 결국 그들을 한묶음의 죄인으로 전락시켰을 뿐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조롱과 냉소의 대상이 됐다.

기업으로 봐도 탄식이 절로 나올만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철석같이 믿었던 '부회장'이 저지른 비리에 그룹이 위기에 빠진 대한전선이 그렇고, 젊은 임원들을 믿고 재무와 전략을 맡긴 웅진은 그룹이 해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2인자의 농단에 선량한 측근들을 내보내고 결국 스스로는 영어의 몸이 된 채 중병을 앓고 있는 그룹 회장도 있다. 그렇게 믿었던 2인자는 가차없이 등을 돌려 면회 한번도 없이 남남이 됐다.

크고 작은 '신뢰의 실패'는 지금도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용인불의(用人不疑)'의 전제인 '의인불용(疑人不用)'의 단계에 머물러야 하는 시대적 숙명을 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의인불용'의 상시화라고나 할까. 현대적인 인사관리, 조직관리는 대개 그렇다. 조직은 개인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월, 분기, 반기, 연도마다 실적을 평가한다. 사람을 믿지 않고 실적을 믿는다. 믿을 수 있는 무언가를 내놓으라고 다그친다. 잠시 방심해 보여주지 못하면 가차 없이 잘라낸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쓰기 위해 의심스러운 사람을 가려내는 게 아니라, 모두를 의심하는 속에서 시간을 구획해 선별적으로 고용을 연장해가는 것이다.

마침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도 '의심스러운 사람을 쓰지 않는' 단계에서 조각을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마음속으로 의심을 거두고 쓰기로 마음 먹은 첫 총리 후보가 스스로 사퇴한 것은 전적으로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의인불용'의 검증 시스템 때문이다. 시대가 그러니 어쩌겠는가. 거기 맞추지 못하면 누구라도 사회와의 불화를 감당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요즘 잘 나가는 기업들을 보면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받는다. 수시인사, 돌발인사의 현대차와 칼 같은 실적 인사의 삼성전자 (47,400원 상승150 0.3%) 모두 '한 번 쓴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용인불의'의 가치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으니, 굳이 끝까지 믿고 맡기라고 권하는 건 가당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고매한 향취의 '용인불의'는 어디로 갔나. 믿을 사람은 다 어디에 있나. 사소한 흠과 잠시의 부진은 덮어두고, 끝까지 믿어줄 사람은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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