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결심한 K씨가 증권사 찾은 이유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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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정년퇴직한 김철호(55)씨는 평소 생각에 그쳤던 귀농을 결심했다. 김씨는 귀농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던 중 NH농협증권의 귀농·귀촌자를 위한 자산관리서비스에 눈길이 갔다. 상품투자로 쏠쏠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귀농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 김씨는 자신의 퇴직금 중 일부를 자산관리 상품에 투자하고 NH농협증권에서 제공하는 귀농 강의를 듣는데 여념이 없다.

김씨 처럼 특정 목적을 추구하는 고객을 위한 증권사 자산관리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고객의 자산을 전문가가 맡아 운용해 준다는 것 외에 고객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던 게 사실.

이에 최근 일부 증권사들이 수익과 고객의 니즈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이른바 '타겟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선보이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NH농협證 '플랜팜' 1주일 만에 200계좌 터져=NH농협증권 (7,240원 ▼60 -0.8%)이 지난달 29일 선보인 자산관리서비스 '플랜팜'이 출시 1주일 만에 신규 계좌 200개 이상이 개설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모집된 자금은 3000만원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적립식으로 가입됐다는 점에서 자금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퇴자를 위한 자산관리서비스다보니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채권혼합, 주식혼합 등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 라인업을 갖췄다. 여기에, 귀농·귀촌자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 제공은 백미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농촌에 정착한 인구는 1만7464명으로 전년대비 82%나 증가했다. 귀농·귀촌자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위한 프로그램 제공은 미미한 현실. NH농협증권은 이에 착안 '플랜팜'을 통해 다양한 귀농·귀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NH농협증권 관계자는 "은퇴자들의 귀농·귀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안정적인 자산 운용과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동시에 추구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플랜팜은 이 같은 니즈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NH농협증권의 기업성향과도 맞다"고 말했다.

NH농협증권에 앞서 타겟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선보인 신영증권 (68,900원 ▲3,500 +5.35%)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신영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고객의 생애 주기를 4단계로 구분해, 각 단계별로 발생하는 라이프 이벤트와 금융 니즈에 따른 체계적인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우선, 1단계인 '플랜업 주니어'는 기존 어린이펀드와 차별화를 두고 있는데, 다양한 상품라인업은 물론 증여·상속에 대한 전문적인 인프라 구축과 증여 신고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플랜업 주니어'는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계좌수 6213개를 기록 중이며 증여 건수는 518건에 달하고 있다.

또, 2단계인 직장인을 위한 '플랜업 스타'와 3단계 은퇴자를 위한 '플랜업 프라임'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계좌수 1만8962개, 증여건수 138건을 달성 중이다. 신영증권은 조만간 4단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자산관리서비스 10년, '선택'과 '집중'이 답=국내 증권사들이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한 지 10년이 넘었다. 삼성증권이 2001년 'FN Honors'지점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자산관리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각 증권사들이 자산관리서비스에 집중하며 다양한 상품을 선보였지만 대부분 차별화에 실패하며 '무늬만 자산관리'로 전락한 것.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자산관리서비스가 고객의 자산증식 및 특정 계층에만 집중했던 것이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고객의 투자 성향 및 투자목적에 맞춰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맞춤형 포트폴리오와 세무 컨설팅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 거액 자산가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다가 자칫 기대이상의 수익률을 실현하지 못할 경우 일반 상품투자와 다를 것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초기의 자산관리서비스는 거액 자산가의 효율적인 자산 관리를 목적으로 한 경우가 많았다"며 "결국 고객을 구분한 것이 자산관리서비스의 저변확대에 독이 됐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투자자는 증권사의 어지간한 전문가 이상의 투자 수준인 경우가 많아, 굳이 값비싼 수수료를 제공하며 증권사 자산관리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서비스를 통해 저변 확대의 돌파구를 찾기도 했지만 이 또한 시중 금리이상의 이자를 제공한다는 것 외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데다 최근에는 금리까지 하락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자산관리서비스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며 "수익추구 뿐만 아니라 특정 계층이 필요로 하는 소소한 서비스까지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고객군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