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굴리는 여의도 아빠들, 세뱃돈은?

여의도엔 날고 기는 타짜가 많다. 수백, 수천억원을 굴리고(내 돈은 아니지만), 억대 연봉을 받는(나는 아니더라도) 아빠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곳.

그래도 '등골 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아이들의 워너비 상품) 논란에 한 숨 짓고 설 세뱃돈이나마 굴려 등록금 부담을 덜고픈 아빠들의 맘은 같다.

기쁨도 부담도 2배라는 늦깎이 쌍둥이 아빠, 홍순표 BS투자증권 부장은 해마다 설과 추석 명절에 아이가 받는 세뱃돈을 두 아이 명의의 청약저축(주택청약종합저축)에 넣는다. 세뱃돈이 많지 않을 경우 자비를 보태 5만원을 채워 넣는다.


내집 마련을 할 만큼 목돈을 만드는 것은 장성한 아이의 몫이지만 일단 성인이 되면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는 기본자격은 갖추게 되는 셈이다.

쌍둥이의 학자금용으로는 보장성보험 기능이 있는 변액보험에 각각 15만원, 어린이 전용펀드인 '대신 꿈나무 주식형 펀드'에 10만원씩 불입하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스몰캡 팀장도 청약통장과 펀드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어린이 펀드의 수익률이 일반 대형 가치주펀드보다 높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삼성 코리아 대표그룹 펀드'에 넣고 있다.

장 팀장은 "아직까지는 어린이 펀드라고 특별히 운용 스타일이 차별화되는 펀드가 없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아이들 전용 장기투자대상이라도 수익성을 중시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세뱃돈으로 재테크를 하기보다는 평생의 자양분이 된다는 아동기의 독서를 권유하는 아빠들도 있다. 아직 아이들은 말 그대로 아이답게 유형의 '페이퍼 머니'보다 지적자산을 쌓는 게 중요하다는 것.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이가 세뱃돈을 받으면 평소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하도록 한다"며 "어릴때 활자중독증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는데 그게 살면서 가장 큰 자산이 됐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실 여의도 아빠들이라고 아이들을 위해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세뱃돈은 투자금액이 적기 때문에 마땅한 종목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인중 한국투자교육연구소 대표는 배당률이 높은 가치주 3개 종목을 선정해 아이들 명의로 분할 매수하고 있다. 세뱃돈 중 10%는 아이가 재량껏 소비할 수 있게 하되 나머지 90%는 주식계좌에 넣는다.

동서, 한국기업평가, 와이지원이 아이들이 갖고 있는 종목으로 일부는 실물증권을 인출해 뒷면에 아이들이 직접 사인을 하도록 했다. 주주로서 주인의식을 갖게하기 위해서다.

세뱃돈으로 1주에 140만원대인 삼성전자 주식을 사줄 수는 없기 때문에 중소형 가치주 중 시가배당률이 금리이상인 종목으로 선별했다.

김 대표는 "아이들의 투자 동기가 유발되도록 매칭펀드 처럼 10만원의 세뱃돈을 투자하면 아빠의 비자금(?)으로 그에 상응하는 10만원을 추가로 더해 주식계좌에 넣어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