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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2만5천원, 누군가를 기업가로 만든다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35> 실리콘밸리의 '소셜대출, 소셜펀딩 현상'을 보면서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입력 : 2013.02.18 06:00|조회 : 6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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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2만5000원만 내면, 어느 가난한 나라의, 어느 가난한 가장인 한 주부가 야심차게 새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녀를 위해 이 돈을 낼 수 있겠는가? 형편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예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진 출처: 키바>
<사진 출처: 키바>
이 사진의 주인공이 사는 곳은 아프리카 케냐. 이름은 카리로, 나이는 58세. 남편과 사별한 뒤 작은 유칼리나무 농장을 하며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 근근이 생계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으로 치면, 실리콘밸리 창업가 못지않다. 그녀의 목표는 유칼리 묘목을 더 사서 농장을 키우고, 한 마리뿐인 염소도 더 사서 그럴듯하게 축산도 하는 것.

이를 위해 필요한 돈은 단 500달러. 우리 돈으로 54만원에 불과하지만, 그녀는 신용도 담보도 없어 은행에서 빌릴 처지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420달러를 확보했다. 얼굴 한번 본적 없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에 사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수십 달러씩 빌려주겠다고 나선 것. 이자도 없다.

바로 가난탈출을 위해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십시일반 자금을 빌려주는 ‘마이크로 론(Micro Loan)’ 사이트 ‘키바(kiva.org)’ 이야기이다. 이들이 자신의 스토리와 상환계획 등을 키바 사이트에 올리면, 이를 본 세계 각지의 기부자들이 돈을 빌려준다. 거액일 필요도 없다. 단돈 25달러씩 온라인으로 결제하면 된다. 기부자들에겐 ‘단돈’ 이지만,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의 창업가에겐 엄청난 밑천이다. 빌려준 돈으로 어떻게 사업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계속 확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젠 꼭 빌 게이츠일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노트북 하나로 간단히 자신의 재단을 만들 수 있는 것.

2005년 이후 지금까지 키바에서 대출된 금액은 총 3억5000만달러(약 3800억원). 전세계 83만여명이 파키스탄의 누군가에게는 리어카 살 돈을, 캄보디아 누군가에게는 베 짜는 기계 살 돈을 빌려주었다. 은행도 거들떠보지 않던 이들의 상환율은 98%. 상환된 돈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대출되면서, 한번 빌려준 돈의 회전횟수는 평균 8회에 달한다. 대출받은 사람들이 창출한 부가가치를 다 합친다면 엄청난 레버리지이다.

이 모든 것이 출발했던 곳은 유엔도, 유니세프도, 적십자도 아니다. 바로 실리콘밸리이다. 키바 설립자 두 명이 스탠포드대 출신이고, 이들이 키바를 설립할 때 온라인 지급결제회사 페이팔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무료로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페이팔 출신으로 현재 키바 대표를 맡고 있는 프레말 샤는 “키바의 엄청난 성공은 테크놀러지의 발전 때문이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은행이 ‘노’라고 해도 인터넷커뮤니티는 ‘예스’라고 할 수 있다. 모바일폰만 있으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사람이 몇 초 만에 케냐 시골의 헛간에서 창업을 꿈꾸는 사람을 도울 수 있다. 테클놀러지가 ‘쿨’한 이유는 평범한 사람도 세상에 ‘임팩트’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킥스타터>
<사진 출처: 킥스타터>
이 사진은 지금 전세계 수많은 소비자들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스마트시계이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전화를 받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이런 엄청난 제품을 만든 회사는 애플도, 삼성도 아니다. ‘페블’이라는 작은 스타트업이 전세계 7만여명으로부터 한달 만에 1000만달러(약 100억원)를 후원 받아 생산했다. 이 7만여명은 단지 이 제품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보기 위해 1인당 평균 150달러씩 기부한 것이다.

바로 마이크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kickstarter.com)’ 이야기이다. 꼭 혁신적인 제품이 아니어도 괜찮다. 인디밴드의 공연이든, 아니면 춤 만화 영화 등 제작자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이를 본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후원을 하면 세상에 선보일 수 있다. 대중들이 누군가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프로젝트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할 프로젝트를 대중 자신이 선택해서 생산이 되도록 하는 셈이다. 그래서 제작자가 목표로 하는 펀딩 목표액이 채워지지 않으면, 이 프로젝트는 무산된다.

킥스타터의 성장이 정말 눈부신데, 지난해에만 1만8109건의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전세계 224만명이 후원을 약속했고, 목표액 달성으로 실제 후원이 이뤄진 금액만도 3억2000만달러(약 3500억원)이다. 100만달러 이상을 모은 프로젝트만도 17개에 달했다.

키바와 킥스타터의 진화는 올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키바는 저 멀리 아프리카뿐 아니라 미국의 워싱턴D.C에도 지부를 설치해 미국 빈민들의 창업을 돕기 시작했고, 킥스타터는 프로젝트를 찾고, 제작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도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누군가 제대로 한번 나서주면 좋겠다. 어렵지 않다. “십시일반”이다. 불우이웃돕기가 아니라 ‘창업이웃돕기’다. 모든 테크놀로지는 이미 다 있다. 마음이 그 테크놀로지를 따라가면 된다. 누구나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단돈 얼마씩만 기부하면 가난한 창업가가, 또는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예비창업가가 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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