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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은 공공기관 글로벌스탠더드?

[채원배의 뉴욕리포트]

채원배의 뉴욕리포트 머니투데이 채원배 기자 |입력 : 2013.02.1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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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은 공공기관 글로벌스탠더드?
# '빠름. 빠름. 빠름~' 모 통신회사의 광고다.

기자는 20년 가까이 이 통신회사의 고객이었다. 핸드폰은 물론 집전화도 이 회사를 이용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단말기 할부 혜택 등을 받기 위해 번호 이동을 했지만 귀차니즘(?) 때문에 본의 아니게 충성 고객이 됐다. 장기 고객이라고 해서 우대 서비스를 받아본 기억은 없지만 불편함 없이 지냈다.

그러나 뉴욕 특파원으로 부임하기 전 전화해지 신청을 하면서 속이 터졌다. 고객 센터의 안내에 따라 해지 신청 버튼을 누르고 십여분을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자동 응답기의 대답은 "통화량이 많아 서비스를 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시간쯤 지난 후 겨우 안내원과 통화가 됐으나 "OO서비스에 가입돼 있어 해지를 바로 할 수 없다"며 알아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반나절 가까이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어 다시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다. 다른 안내원이 "전화 해지를 할 수 있는 지점에 직접 찾아가는 게 좋겠다"며 상대적으로 집에서 가깝다는 곳을 안내해 줬다. 그러나 가깝다고 안내해 준 지점은 차로 십여분 이상 걸리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이면도로 구석진 곳에 있었다. 집이나 회사에서 조금만 걸어도 곳곳에 이 회사 간판을 단 대리점이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해지 신청을 하러 찾아간 지점에서는 이 회사가 내세우는 '빠름'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고객은 수십명이나 됐는데 창구직원은 달랑 두 명뿐이었고, 일처리 속도가 느려 고객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두 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해지를 할 수 있었다. 9시부터 시작한 '전화 해지'를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빠름'의 가장 대표적 도시인 뉴욕에 온 지 한 달쯤 됐다. 짧은 기간이지만 기자가 본 뉴요커들은 정말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맨해튼에서 다리 하나 건너 있는 도시인, 기자가 살고 있는 뉴저지는 '느림' 그 자체다. 특히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은 더 그렇다. 전기 신청조차 직접 회사를 찾아가서 해야 할 정도다.

소셜시큐리티넘버(Social Security Number, SSN)는 신청한 지 4주 가까이 지난 후 받을 수 있었다. (뉴저지에서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SSN 등의 포인트가 필요하다.)

SSN를 받자마자 운전면허시험을 관장하는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를 찾아 갔지만 허탕을 치고 말았다. DMV에서 비자 확인이 안된다며 면허 시험조차 볼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입국할 때 입국 도장까지 받은 비자인데 말이다. DMV에서는 이민국을 통해 비자 확인 절차를 거쳐 1주일 후에 전화로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언제 답변이 올지 알 수 없다. 운 좋으면 2~3주, 아니면 한달 이상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게 주변 지인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전에는 업무 처리의 '느림'에 대해 속이 터졌지만 이제는 기다림에 익숙해지고 있는 자신을 보곤 한다.

세상에는 빠른 것만 존재할 수는 없다. '느림'도 삶에 여유를 갖게 해주고,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앞으로는 가장 빠르거나 가장 느린 것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 공적 기능을 하고 있는 기업의 '느림'은 다른 문제다. 이들 기관이 국민들과 시민들로부터 '세금'과 '요금'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절대 느린 서비스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데도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 등의 '느림'이 '글로벌스탠더드'가 되고 있는 듯해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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