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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168명에 무릎 꿇은 8만 대군

[광화문]공공기관장, 조직에 '백신'되려면 암환자처럼 '버킷리스트' 챙겨야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경제부장 겸 금융부장 |입력 : 2013.03.13 08:13|조회 : 1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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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168명에 무릎 꿇은 8만 대군
16세기초 북미에는 2000만명에 달하는 '인디언' 원주민들이 있었지만, 유럽인들이 본격적으로 밀려들기도 전에 인구의 95% 이상이 사라졌다.
비슷한 시기, 수백만 인구와 8만여 대군을 갖고 있던 남미 잉카제국은 정복자 피사로가 이끄는 168명의 스페인 병졸들에게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처럼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통째로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월등한 무기 덕분이라기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스페인 이주민들에게 묻어온 각종 전염병이 사전에 '인종청소'를 해줬기 때문이라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인간의 육체 뿐 아니라 사회에도 면역체계가 결핍된 조직은 경쟁력이 없기 마련이다. 근무조건이 좋아 들어가기 힘들고, 한번 들어가면 정년이 보장돼 나가려고 하지도 않아 안팎 교류가 별로 없는 공공기관들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공공기관 대표나 임원을 외부에서 보내는 건 '낙하산'이 아니라 '백신'으로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어떤 원칙에 따라 어떤 인물이 가느냐이다.
외부에서 자리를 차고 들어간 공공기관 수장들은 정권 교체기가 되면 거취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이번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주에는 한 공공기관장이 자신은 임기를 보장받았다는 말을 흘렸다가 전체 공공기관이 부메랑을 맞았다. 한 신문이 '전체 공공기관장 임기보장'으로 이를 '오버'해석해서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발끈하면서 12일 아침자 신문들은 일제히 '국정철학 공유 없는 기관장 대거 교체'라는 헤드라인을 실었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정책이 실제로 '집행'되는 통로인만큼 정권교체기에 이런 모습이 반복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과 '국정철학'이 다른 사람이 앉아 있으면, 대통령은 임기 내내 골치가 아프고 일이 진척이 잘 안될 수 밖에 없다. 공공기관 대표로서도 하루아침에 '철학'을 바꾸고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기도 민망하다. 그렇다고 자기 철학대로 갈 길을 가는 건 조직이나 조직원을 위해서도 못할 일이다.

이러저런 이유로 교체대상으로 지목된 공공기관장들을 옆에서 지켜보면 암환자처럼 '부정-노력-수용' 중의 한 모습을 보이거나, 혹은 시간이 지나면서 순서대로 이런 심리단계를 밟아간다.

"내가 왜 그만둬, 임기가 있는데" 라고 강단을 과시하는 몇몇 공공기관 수장이 첫번째에 해당할 것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임기 보장 신호'에 안도했다가 스타일을 구긴 산업 분야 모 공공기관장은 두번째 스타일이다.
본인도 장관후보로 오르 내렸던 관료출신 모 공공기관장은 얼마전 새 장관을 찾아가 현안을 설명하고 '창조경제'를 실천하기 위해 챙겨야 할 과제들을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세번째 단계다.

안타깝게도 말기 암 환자들의 노력의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듯, 인사 특히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백방으로 뛴다고 해서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최대한 현재에 충실하며 마지막까지 해야 할 일을 챙기는게 최소한 심적으로라도 덜 고통스런 일이라는 말이다.

'시한부'가 되면 '버킷 리스트'가 더욱 절실해진다.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살아온 사람의 발걸음은 항상 가볍다.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임원들도 임기와 상관없이 언제든 주주나 오너가 원하면 짐 쌀 각오들을 하고 산다.

뒷조사를 하고 사소한 흠결을 끄집어내 협박하고, 소송까지 남발하며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쫓아낸 MB정부의 활극을 다시 보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
오직 '우리가 남이가'라는 잣대로 무리하게 임명된 공공기관장은 생존력을 더해 주는 '백신'이 아니라 조직을 추락시키는 '찢어진 낙하산'이 된다는 건 이전 정부에서 충분히 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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