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짜리 오피스텔 '프러포즈' 알고보니

↑서울 도화동에 위치한 한 이벤트카페의 내부 모습.

　직장인 이모씨(35)는 최근 서울 야경이 보이는 한 이벤트카페에서 예비신부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1시간30분간 둘만의 독립공간으로 꾸며진 카페는 드라마에 나올 법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씨는 하얀 피아노에 앉아 세레나데를 불렀고 사랑의 영상편지까지 커다란 화면에 띄웠다.

　서울 한강 주변 마포와 여의도, 홍대앞 인근 오피스텔을 리모델링한 이벤트카페가 프러포즈·생일파티 등 연인을 위한 맞춤형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주거용으로 인식되는 오피스텔을 카페로 활용하는 것이 문제가 없는지 법적인 부분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벤트카페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이어 올해 발렌타인데이·화이트데이 등 기념일에 손님이 꽉 찬 데 이어 평일 저녁시간대에도 예약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기념일이나 주말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는 몇 달 전에 조기 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C업체 관계자는 "최근 이벤트를 부담스러워하는 바쁜 20~30대 직장인들이 현수막용 사진 몇 장만 준비하면 기억에 남는 이벤트 선물을 할 수 있으니 인기"라며 "평생 한번이란 점에서 비용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마포에 위치한 한 이벤트카페를 예약해 방문한 결과 평범한 오피스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촛불·풍선·장미꽃·인형 등으로 꾸며진 로맨틱한 분위기의 카페가 눈앞에 펼쳐졌다. 탁자는 단 1개로 90분가량을 독점할 수 있었다.

　가격대에 따라 이벤트 가격은 천차만별. 장소만 제공하는 기본형은 15만원선이고 40만~50만원대 풀패키지 상품도 있었다. 옵션 선택에 따라 장미꽃 바닥장식부터 하트촛불, 2단케이크, 대형 곰인형, 와인, 스파게티·스테이크 식사 등이 준비된다.

↑서울 도화동에 위치한 한 이벤트카페의 외부 모습. 일반 오피스텔 건물.

　그렇다면 오피스텔을 이렇게 카페로 꾸며 영업하는 것이 법에 저촉되지는 않을까.

　국토교통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문의한 결과 "모호하다"는 답변이다. 오피스텔이 주거시설과 업무시설로 각각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적용되는 법령 등도 다양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업무시설로 분류하고 상가나 사무실 등도 들어설 수 있는 등 따로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며 "정상적인 영업신고를 하고 영업을 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단속 권한이 있는 마포구청 관계자는 "앞서 사례가 없어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영업신고를 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오피스텔 관련법상 주거용과 사무용은 동선을 같이할 수 없어 전용 출입구를 따로 둬야 하기 때문에 불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규정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복잡하다보니 담당자들도 헷갈리고 있었다.

　최근 오피스텔 공급이 많아져 이를 활용한 불법시설물도 늘고 있다. 오피스텔을 관광호텔로 개조해 영업하다 적발된 사례나 강남 성매매업소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