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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인가? 책인가? 아니면 안목인가?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39> 뉴욕에는 없는 것, 실리콘밸리에는 흔한 것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입력 : 2013.03.18 06:00|조회 : 10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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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콤비네이터 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뉴욕은 절대 실리콘밸리를 따라잡을 수도, 실리콘밸리보다 더 위대해질 수도 없다"고 단언, 주목을 끌었다. <사진출처: 비즈니스 인사이더>
와이콤비네이터 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뉴욕은 절대 실리콘밸리를 따라잡을 수도, 실리콘밸리보다 더 위대해질 수도 없다"고 단언, 주목을 끌었다. <사진출처: 비즈니스 인사이더>
이(異)문화간 충돌이 용인되는 사회일수록, 이질적인 것에 대해 관대한 사회일수록, 그 사회는 더 창조적이고, 혁신적이다. 어차피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이상, 서로 자극을 주고받고, 뒤집고 비틀고 바꾸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국 테크놀로지의 중심이었던 보스턴이 더 많은 이민과 더 자유로운 이직을 허락한 실리콘밸리에 한참 뒤쳐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뉴욕은? 뉴욕도 그야말로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이다. 백인들은 30%에 달할 뿐이다. 비단 인종뿐 아니라, 모든 이질적 문화를 다 녹이고 용해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모자이크 사회이다. 맨해튼 골목을 돌 때마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화가 툭툭 튀어나오고, 그것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문화테크놀로지이다. 왜 그럴까?

세계에서 스타트업(초기벤처기업) 육성을 가장 잘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인큐베이터 ‘와이콤비네이터’ 창업자 폴 그레이엄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2년여전 폴 그레이엄은 뉴욕에 가서 그곳 벤처 창업계를 한번 뒤집어놓고 온 적이 있다. 당시 와이콤비네이터는 뉴욕에서 처음으로 행사를 열었는데, 창업가와 투자자들, 그리고 언론 등 1천여 명이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뉴욕도 포스퀘어, 텀블러 등 기라성 같은 스타트업들이 즐비하고, 창업열기도 뜨겁다.

하지만 그의 강연은 참석자들을 한참이나 열 받게 만들었다. “뉴욕은 절대 실리콘밸리를 따라잡을 수도, 실리콘밸리보다 더 위대해질 수도 없다. 왜냐? 뉴욕은 너무 돈을 밝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방금 폴 그레이엄이 뉴욕을 엄청나게 경멸한 것 맞지?” 등의 트윗을 날리며 흥분했다고 한다.

당시 강연 요지는 이랬다. “세상에서 뉴욕만큼 돈 벌고 싶어 하는 곳도 없다. 돈에 대한 집착이 워낙 뿌리 깊기 때문에 이벤트 몇 번 한다고 고쳐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라. 이들은 돈에 집착한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다. 월스트리트의 젠체하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뉴욕이 금융허브로 남아있는 한, 이는 당신들을 쇠약하게 만들 것이다. 스타트업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실리콘밸리로 와라.”

2011년 가을 뉴욕에서 열린 와이콤비네이터 행사에 참석하기위해 길게 늘어선 줄. <사진출처: 더넥스트웹(TNW)>
2011년 가을 뉴욕에서 열린 와이콤비네이터 행사에 참석하기위해 길게 늘어선 줄. <사진출처: 더넥스트웹(TNW)>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쓰기도 했다. “대도시들은 저마다 야심가들을 불러 모으는데, 그 메시지들이 다 다르다. 뉴욕이라면 당신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은 더 많이 벌어야 하고, 더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또 보스턴이라면 당신이 더 똑똑해져야 하고, 더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하지만 실리콘밸리라면 당신에게 더 ‘파워풀’해져야 한다고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물론 여기서 ‘파워’라 함은 뉴욕의 파워와는 다르다. 세상 사람들의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이다. 래리 페이지가 파워가 있는 이유는 그의 재산 때문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사람들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뉴욕과 실리콘밸리를 비교해보면, 돈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문화의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우리는 냅킨에 긁적거린 아이디어나 컨셉도 기꺼이 나누어 피드백을 받고자 하는데, 뉴욕 사람들은 론칭 하기 직전까지도 아이디어를 말하려 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뉴욕은 최상위 부자들 가는 레스토랑, 약간의 부자들이 가는 레스토랑, 부자 축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는 레스토랑이 따로 있지만, 실리콘밸리는 CEO가 먹는 것이나 대충 엔지니어들이 먹는 것이나 그게 그거다. 뉴욕은 좀 유명하거나 잘 나가는 사람 한번 만나려면 몇 단계를 거치고 밟아 올라가도 어렵지만, 실리콘밸리는 친한 친구 한 사람 정도만 찾으면 된다. 하다못해 길 가다가 마주치면 먼저 말 걸고 안 놓아주면 된다.

위대한 발명, 위대한 혁신의 역사를 보더라도, 돈은 창조의 결과였지, 창조의 목표가 아니었다. 돈이 목표가 돼버린 곳은 경제가 번창할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창조경제가 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한강변에 100층 넘는 고층빌딩 올린다고, 한강 위에 오페라하우스 짓는다고 르네상스 도시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정부가 돈 풀어 창업과 혁신을 불러일으킨다고 창조경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창조경제는 냅킨에 긁적인 아이디어가 100층높이 건물보다 더 대단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판단하는 안목이다.

<유병률기자 트위터 계정 @bryu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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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Ki Hong  | 2013.03.20 13:26

간만에 읽을만한 기사를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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