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92.40 690.18 1128.50
보합 4.34 보합 8.8 ▼0.7
+0.21% +1.29% -0.06%
메디슈머 배너 (7/6~)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10/18)
블록체인 가상화폐

노는 남자vs착한 남자, 말년에 버림받으면…

[웰빙에세이] 버림받은 남자-1 / 착한 우량남자 vs 나쁜 불량 남자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3.03.19 08:05|조회 : 140375
폰트크기
기사공유
노는 남자vs착한 남자, 말년에 버림받으면…
우리 마을 남자들은 크게 두 패로 나뉜다. 착한 남자와 나쁜 남자, 또는 우량 남자와 불량 남자, 또는 개미족과 베짱이족. 물론 우리 마을 여자들이 보기에 그렇다.

나는 어느 쪽이냐? 뒤쪽이다. 나쁜 베짱이족이다. 착한 남자들은 나쁜 남자들의 공적이다. 위험인물이다. 그들과 가까이 하면 그들의 선행은 더욱 빛나고, 우리들의 악행은 더욱 짙어진다.

착한 남자들은 일만 한다. 바깥일은 물론이고 집안일도 선수다. 다들 만능 맥가이버 수준이다. 그들은 틈만 나면 마당에서 무슨 일을 한다. 톱으로 썰고, 망치로 두드리고, 삽으로 판다. 그리고 나면 뭔가 달라져 있다. 마당이 반듯해지고, 담장이 든든해지고, 꽃과 나무가 싱싱해진다. 집이 빛난다. 그 집의 여자들을 확실히 행복하겠다.

나쁜 남자들은 주로 놀러 다닌다. 오늘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놀지 모의한다. 주로 산이나 들을 걷고, 때로 자전거로 달린다. 코스는 다양하다. 뒷산 약수터에서 근처 연꽃단지, 화천 읍내로 향하는 북한강길, 붕어섬, 산소길 등등. 놀 곳이 많으니 쑥덕공론도 많다. 두서너 시간 논 다음에는 한 잔 걸칠 곳을 찾는다.

한 잔 할 때는 개미족 흉을 본다. 어째 허구한 날 일이냐, 놀기도 해야지, 이 일 끝내면 저 일하고 저 일 끝내면 또 이 일하고 인생이 아깝지 않느냐, 이토록 햇살이 눈부시고 저토록 산하가 아름다운데 어찌 집 안에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 그들은 여태껏 약수터에도 한 번 오르지 않았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 아마 약수터 가는 길도 모를 거다 등등.

우리가 밖에서 궁시렁대는 동안 여자들은 안에서 궁시렁댄다. 누구네 집 남자는 저렇게 성실하고 자상한데 우리 집 남자는 도대체 뭐냐, 반은 못돼도 반의반은 되어야 할 거 아니냐, 오늘도 밖에 나가 함흥차사 아니냐, 집에 들어와도 뭐 하나 거들어주는 게 없지 않느냐,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느냐 등등. 그건 맞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그러니까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 한 번의 선택이 '여왕마마'와 '무수리'를 가른다. 물론 남자도 여자를 잘 만나야 한다. 잘못 만나면 평생 고생이다.

착한 남자의 여자들은 나쁜 남자들을 심하게 경계한다. 특히 나는 모든 여자들의 공적이다. 블랙리스트 1번이다. 나에게 물들어 직장 때려치우고 놀겠다고 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 나 : 형님, 만날 일만 할 거요? 도무지 같이 놀 수가 없네.
- 착한 남자 A : 그러게, 이 일 끝내면 시간이 좀 날 것도 같고. 다음 주엔 나도 끼어볼까?
- A의 여자 : 여보, 다음 주에 애들 오기로 했는데, 손녀도 오고….
- 나 : 형님(이 분은 환갑을 넘기셨다)은 언제까지 회사 나갈 거요? 이제 그만 벌고 쉬어도 되겠구먼.
- 나쁜 남자 B : 나야 빨리 그만두고 싶지. 힘도 들고, 위아래 눈치도 보이고.
- B의 여자 : 무슨 소리에요. 아들 장가도 안 갔는데. 회사에서 나가라 할 때까지 가만히 있어요.
- 나 : ……

그래도 나는 틈만 나면 남자들을 선동한다. 어떻게든 노는 쪽으로 물들이려 한다. 대한민국 중년 남자들을 일중독의 수렁에서 건져내겠다는 사명감을 불태운다. 그때마다 여자들은 아우성이다. 내 말을 가로막고 자기 집안 남자들을 단속한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평소와 다른 생각이 드는 게 아닌가. 이렇게 노는 데 정신 빼고 지내다가 나중에 집에서 버림받으면 나는 괜찮을까?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여전히 잘 놀 수 있을까?

사실 나는 집안일에 완전 젬병이다. 자립능력 제로, 생존능력 꽝이다. 노는 것은 자립적으로 잘 하는 데 집안일은 전혀 아니다. 착한 남자는 반대다. 집안일은 자립적으로 잘 하는데 노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둘은 결국 상대에게 배우고 서로의 약점을 보강해야 한다. 특히 나쁜 남자는 서둘러야 한다. 아차 하면 인생 말년 완전히 구겨질 수 있다. 착한 남자야 나이 들고 힘 빠져도 여자에게 사랑 받을 테니 염려할 게 없다. 설령 버림받아도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다. 하지만 나쁜 남자는 버림받으면 끝이다. 큰 일 난다. 그 때는 노는 게 문제겠나. 먹는 게 문제지!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1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트위터 로그인chulpowr  | 2013.03.20 14:44

나쁜 남자는 필요 없다

소셜댓글 전체보기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