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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B와 모피아…세종시와 세종로

[박재범의 브리핑룸]

박재범의 브리핑룸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입력 : 2013.03.22 07:17|조회 : 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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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B와 모피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이렇게 불렀다. EPB는 경제기획원(Economic Planning Board)의 영문 약자 그대로다. 고상함마저 풍긴다. 반면 모피아는 거친 느낌을 준다. 명칭부터 재무부의 영문 머리 글자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를 결합했다. 마피아로 조어를 한 데서 볼 수 있듯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다.

별칭만큼 경제 관료의 양대축의 성향은 확연히 달랐다. EPB는 기획과 예산이 전공인 탓에 비전 제시에 탁월하다. 토론을 즐긴다. 이렇다보니 간혹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한다" "현실을 모른다" 등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모피아는 금융과 세제가 주종목이다. 위기관리에 능하다. 구체적 답안지를 내놓는다. 수술하는 외과의사에 가깝다. 관치(官治)의 오해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피아는 땅을 살피고 EPB는 하늘을 본다"는 말은 두 조직의 특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스타일도 사뭇 다르다. EPB가 자유로운 스타일이라면 모피아는 보수적이다. 이는 사무실에서도 확인된다. EPB는 사무실에 있을 때 문을 열어 놓는다. 모피아는 재실 때 문을 닫는다. 사무실 칸막이(파티션)도 EPB가 모피아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 EPB는 야구, 모피아는 축구로 상징됐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축구와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야구의 속성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정권에 따른 부침도 심했다. 참여정부 때는 EPB의 전성시대였다. 국무위원 20명중 7명이 EPB 출신인 적도 있었다. 비전과 청사진 제시. 국정과제에 대한 토론을 즐겼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셩향과 맞아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때는 반대가 됐다. 모피아를 선호했다기보다 이전 정부때 EPB 인재가 많이 소진된 때문이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EPB의 재부상이란 말이 많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에다 주형환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홍남기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등이 모두 EPB 출신이다 보니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경제 관료들의 얘기는 좀 다르다. 출신만 놓고 과거처럼 무자르듯 EPB, 모피아로 나누기 쉽지 않다는 거다. EPB·모피아 프레임으로 현재를 재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PB와 모피아…세종시와 세종로
EPB와 모피아…세종시와 세종로

사실 1994년 재정경제원 출범 이후 많이 섞였다. 재무부 출신이면서도 거시정책을 담당한 이도 있고 반대의 사례도 많다. 금융정책과장, 금융정책국장 등을 거친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은 EPB 출신이다. EPB의 요직이라할 수 있는 경제정책국장, 차관보를 지낸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은그 반대다. 경제 관료는 "누가 모피아고 누가 EPB냐"고 반문했다.
EPB와 모피아…세종시와 세종로
EPB와 모피아…세종시와 세종로

그 밑 세대로 갈수록 구분은 더 희미하다. 재경원·재경부 등을 거치며 융합된 결과다. 그림을 그리는 것, 수술하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공유하면서 경쟁력은 높아졌다. 하지만 이 융합의 세대도 오래 가진 않았다. 이명박 정부때 금융이 분리된 지 벌써 6년째. 자연스레 옛 EPB와 모피아의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큰 그림을 그릴 여유없이 매일매일 닥치는 현안을 처리하느라 급급하다. 기획재정부는 멋진 그림을 그리느라 시장과 호흡을 놓치곤 한다. 그러는 사이 서로의 장점을 배우기보다 단점만 마음에 담아둔다.

아직 두 조직엔 융합의 세대를 경험했던 이들이 적잖게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 구조가 고착화되면 같은 식구였다는 것조차 잊을지 모른다. 가뜩이나 세종시(재정부)와 세종로(금융위)간 물리적 거리도 먼 데 말이다. 훗날 EPB와 모피아처럼 '(세종)시'파와 '(세종)로파'란 신조어가 만들어지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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