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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칼럼]기후변화와 저소득이 만드는 '착한 비즈니스'

일본정부를 통해 배우는 BOP시장 참여 촉진 전략

머니투데이 김정태 임팩트투자컨설팅 MYSC 이사 |입력 : 2013.04.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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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칼럼]기후변화와 저소득이 만드는 '착한 비즈니스'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한 소셜벤처의 대표를 최근에 만난 적이 있다. 그가 개발 중인 제품은 ‘태양광 발전 랜턴을 장착한 배낭’이었다. 전기가 없는 지역의 학생들이 귀가 후에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었다.

그런데 80% 이상 개발된 시제품을 보여주면서 그는 한숨을 쉬었다. 혁신기술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명감으로 그동안 사재를 털었지만 추가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의 깊은 고민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해외에선 BOP(bottom of the pyramid) 즉 '피라미드 저변 시장'이라 불리는, 국민소득 연 3000달러 미만 신흥국의 저소득층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미 시장포화 상태인 선진국 시장 대신 신규 시장 개척과 선점을 위해, 많은 기업들이 기존에는 고객으로 간주하지 않았던 저소득층을 공략하려 하고 있다.

빈국이나 부국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기후변화의 영향은 BOP 비즈니스의 관점에선 새로운 기회다. 악화되는 가뭄으로 깨끗한 물이, 사막화로 녹화사업과 식량증산이 필요해졌다. 이건 새로 생기는 사업기회의 일부일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BOP 특유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불안정 때문에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전략적으로 진입을 결정하긴 쉽지 않다. 앞서의 소셜벤처가 BOP시장의 수익성과 잠재력을 확신하는 투자자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과연 BOP는 기업이 전적으로 위험을 부담하고 진출을 고민해야하는 시장일까? 그 해답의 실마리를 얼마 전 도쿄에서 유엔개발계획(UNDP)과 일본경제산업성이 공동주최한 ‘아프리카에서의 기부변화적응과 인클루시브 비즈니스’(Inclusive Business and Climate Change Adaptation in Africa)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발견할 수 있었다.

워크숍에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BOP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참가했다. 산요전기는 솔라랜턴 보급사업의 타당성조사와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었다. 야마하모토는 정수필터 사업을, 토레이는 건조지역 녹화사업을, 가와사키중공업 계열사는 재해방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중 합성섬유회사인 토레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녹화사업을 위해 마치 양말과 같은 특수섬유로 만든 모판을 땅에 촘촘하게 심고 그곳에 작물을 심은 사례를 전하며 시범사업의 녹화 성과와 현지반응이 무척 고무적이었다고 보고했다.

토레이의 발표자는 이후 진행되는 2차 사업에는 정부의 지원 없이 자체 재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BOP라는 불확실한 시장에 기업이 본격적으로 진출하도록 초기 지원금을 제공했던 일본정부의 기업 참여 촉진 전략이 정확하게 결실을 맺은 셈이다.

2009년 일본 정부는 자국의 기업들이 더 수월하게 참여하도록 ‘BOP 비즈니스 원년’을 선포했다. 기업들이 BOP사업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초기에 필요한 ‘마중물’ 성격의 기금을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일본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공적개발원조(ODA) 규모에 있어서는 세계 1위의 공여국으로 발돋움했다.

일본 정부가 초기 사업비를 지원했다면 일본 기업의 현지 활동은 유엔개발계획 등 BOP시장 관련 국제기구가 협력했다. 워크숍에서도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기업제휴를 담당하는 유엔직원들이 참여해 유엔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회를 설명했다. 실제로 유엔은 기업의 현지조사 활동 지원과 현지 파트너 연결과 사업에 적합한 인력추천, 현지의 금융 인프라 자문 등 폭넓은 비즈니스 지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에도 이런 협력이 가능한 유엔개발계획 서울정책센터나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투자 등 제도적 지원 정책이 마련될 수만 있다면 기술력과 기업가정신을 지닌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BOP시장에 진출해 현지의 사회문제 해결과 수익창출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착한 비즈니스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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