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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아름다운 하늘을 흑백으로 본다면

[영화는 멘토다]23. '지슬-끝나지 않은 2'…유머는 분노보다 강하다

영화는멘토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13.04.0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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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아름다운 하늘을 흑백으로 본다면
#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감독 오멸)이 지난 3일 관객 7만 명을 돌파했다. 1000만명 관객 영화가 해마다 한 두편씩 나오고, 수 백만명 관객은 보통인 시대에 뭐가 대수냐고.

극장 한 곳 제대로 잡기 힘든 척박한 독립영화의 현실에서 이 같은 흥행 성적은 '기적'에 가까운 수치다. 더구나 천여 명의 좌익 반군을 잡는 과정에서 3만 여명의 무고한 양민이 희생당했던 '4.3사건'을 소재로 삼은 독립영화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여러 상업영화를 제치고 일일 흥행 상위 10권에 든다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지슬은 올 초 가장 권위 있는 독립영화행사인 미국의 선댄스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그렇다 해도 지슬의 흥행이 이른바 '영화제 빨'에 힘입은 건 절대 아니다. 더 크고 권위 있는 영화제의 수상작들조차도 흥행에서 나가떨어지곤 하니까. 지슬의 흥행은 순전히 이 영화가 가진 힘 덕분이다.

# 우선 영상미. 앞서 제주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예술가로는 사진작가 고(故) 김영갑이 있다. 목숨과 바꾼 그의 작품에는 제주의 관능적 아름다움이 꽉 채워져 있다. 에로티시즘의 예술이자 작가의 열정이 강렬하게 녹아든 서양화인 셈이다.

반면 지슬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흑백 화면에 담았다. 텅 빈 제주의 잿빛 하늘이 만들어 낸 여백에는 제주 사람들의 슬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 폭의 동양화다. 동양화의 여백은 그냥 비어 있는 공백이 아니다. 생각의 나눔이다. 지슬은 우리에게 따뜻한 인간미를 나눠준다.

탈무드에 이르길 "가장 강한 자는 자신의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슬은 대단히 강한 영화다. 정치적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도, 국가의 폭력에 따른 억울한 죽음을 다루면서도 좀처럼 분노하지 않는다. 이념이나 감정의 과잉이 없다. 대신 희생당한 이들에 대한 따뜻한 위로를 유머와 함께 건넨다. 유머는 분노보다도 더 강한 힘이 있다.

# 미국 MIT 경제학 교수와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가 쓴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시공사)는 "국가가 성공하려면 포용의 정치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적고 있다.

반군을 잡기 위해 섬 사람의 10%를 죽이는 '야만의 시대'는 이제 우리나라에선 사라졌지만, 21세기 들어서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문화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 고단하고 힘든 역사와 심하게 양극화된 사회구조가 낳은 부산물이다.

이런 때일수록 영화 지슬의 말하기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상대가 어떻다'라고 하는 대신 '난 이렇다'라고 하는 방식 말이다. 이른바 'I-메세지'다. 예를 들어 일상에서부터 "뭐 하느라 이렇게 늦은 거야?"라고 상대를 힐난하는 대신에 "네가 늦어서 내가 많이 당황했다"라고 표현해보자.

이런 말하기 방식이 늘어난다면 '욱'하는 극단적인 분위기가 점차 누그러지면서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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