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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해봤어?" 朴의 "가 봤는데요"

[박재범의 브리핑룸]

박재범의 브리핑룸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입력 : 2013.04.04 14:15|조회 : 1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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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토론을 즐겼다. 총론부터 각론까지 훑고 따졌다. 국무회의 때도 안건과 별도로 주제를 정해 토론을 했다. 오전 9시 시작한 국무회의가 12시 지나 끝나는 일도 더러 있었다. '나토(NATO) 정부'란 비아냥도 들었다. '나토'란 ‘Not Action Talk Only'의 줄임말이었다.

정권 교체 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는 시작부터 실용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토론은 탁상공론에 불과했다. 그의 "해 봤어?" 한 마디면 끝이었다. 경험 앞에 활자와 숫자는 무용지물이었다. '공단의 전봇대' 'MB 물가품목'은 그렇게 나왔다.

하지만 효과는 별로였다. 과거 경험과 현실간 괴리는 엄연히 존재했다. "해 봤어?"라는 말이 공직사회를 움직이지 못한 면도 컸다. 해를 넘길수록 '해 봤어?'는 대통령의 추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가 어디 가 봤는데요"다. "강원도에 가서 딸기 박사란 분을 만났는데…" "어떤 지역에 가서 시민간담회에 갔는데…" "해외 어느 나라를 가 봤는데…" 등이다. 정책 하나 설명할 때마다 '가봤는데'가 따라 붙는다. 이른바 '가봤는데' 화법이다. 스스로도 이를 의식한 듯 인수위원회 회의 때 "그러고 보면 제가 가본 데가 참 많지요?"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해 봤어?"나 "가 봤는데"나 모두 경험을 얘기한다. 그리고 바로 현장이 출발점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국정 책임자의 '당연한' 주문인 셈이다. 자연스레 정부초 '가 봤는데'는 주요 국정 과제다. 대통령을 '모셔야'하는 국무위원에겐 선택이 아닌 필수 과목이다.

MB의 "해봤어?" 朴의 "가 봤는데요"
그래서인지 취임하자마자 현장을 찾느라 정신없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임명장을 받은 다음날이 토요일이었는데도 가락시장과 분당의 협동조합 매장을 '가봤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도 취임 바로 다음날 경기 시흥 기계업체, 제조업체 등을 방문했다. 서승환 국토해양부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등도 취임과 동시에 어디를 '가봤다'.

아직 취임하지 못한 부처에선 '가 봐야할' 곳을 찾느라 머리를 싸맨다. 중소기업, 인력시장, 농수산물 시장, 협동조합 등이 경제부처 장관의 단골코스인데 새로운 곳을 발굴하기 쉽지 않다. 헌데 얘기되는 곳을 찾는 게 박 대통령의 '가 봤는데'와 맞아 떨어지는 지는 의문이다.

시장에서 물건 사는 사진 한 장, 해장국 먹는 사진 한 장으로 '가 봤다'고 하긴 부족하다. 그건 '그냥 가 본' 거다. 솔직히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와 기자들에 둘러싸인 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벤트라면 모를까 진짜 '가 봤는데'를 한다면 이런 행보는 답이 아니다.

시장 물가가 궁금하다면 배우자와 함께 주말에 마트를 들러 조용히 사 보면 된다. 1주일에 한번씩 한달만 가보면 체감 물가 지수는 그려질 거다. 차를 운전해 재래시장에 가 보면 어려운 점, 개선된 점을 몸소 알 수 있다. 그걸 들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부하에게 지시해야 '가 봤는데'의 위용이 선다. 민심 확인도 그렇게 하는 거다. 공식 현장 방문이나 간담회와 별개로 '가 봤는데'라고 할 수 있는 각자의 무기는 들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옛말에 '미복잠행(微服潛行)'이란 말이 있다. 임금이 민생을 살피기 위해 평상복 차림으로 다니던 일이다. 이번 주말엔 마트에 들르시기 전 집 주변 중개업소에 '암행' '잠행'을 해보시길 권한다. 부동산 시장 동향이란 문서 한 장보다 직접 듣는 현장의 목소리가 귀할 수 있다. 각자 듣고 다음주 경제장관회의에서 4.1대책 1주일 점검을 한다면 괜찮을 거 같다.

혹여 걱정하실 수 있겠지만 박 대통령이라면 모를까 현직 국무위원 중 주말 마트나 시장에서 얼굴 알아볼 이가 몇이나 있을까. 혹여 누가 알아본 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면 그거야말로 '가 봤는데' 관료의 좋은 사례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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