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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최악상황 나면, 내 투자는?

[줄리아 투자노트]

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입력 : 2013.04.06 06:00|조회 : 14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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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째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고 있다. 투자 칼럼을 쓰면서 이렇게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 북한의 도발 수준이 높아지면서 최악의 경우 남북한간 교전까지 일어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도대체 투자 칼럼을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미국에서 사귄 한 엄마는 최근 "한국은 지금 전쟁 일어날까봐 난리라던데요?"라며 "우리 엄마, 아빠 한국 있는데 미국으로 오라고 해야 할까봐"라고 말했다. 지금 미국에 머무르고 있지만 곧 귀국해야 한다. 솔직히 이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2가지가 머리에 떠올랐다. 첫째는 '안네의 일기'다. 독일 나치 치하에서 숨어 살다가 발각돼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유대인 소녀 안네가 남긴 일기 말이다.

어렸을 때 '안네의 일기'와 함께 안네가 어떤 소녀였는지 소개한 글을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안네 아버지의 판단 착오였다. 안네 아버지는 독일에서 유대인 억압이 심해지자 가족을 데리고 네덜란드로 이주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마저 독일에 점령될 위기에 처하자 네덜란드를 떠날까 말까 고민하다가 탈출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

안네 아버지가 상황을 잘못 판단한 탓에 안네 가족은 해외로 탈출하지 못하고 숨어 살다가 결국에는 수용소로 끌려가는 신세가 됐다. 안네 아버지가 일찌감치 스위스나 미국 같은 곳으로 이주했다면 온 가족이 무사하지 않았을까.

둘째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다는 철학자 스피노자다. 내일 지구가 종말을 맞는데도 몇 년 후에나 열매를 딸 수 있는 사과나무를, 아무렇지 않게 담담한 태도로 심는다는 말은 미래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 해야 할 일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금 상황에서 이 2가지 이야기가 생각난 이유는 무엇을 취하느냐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선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안네 아버지가 모든 사업 기반과 재산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네덜란드보다 더 안전한 나라로 탈출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는 한국의 모든 기반을 버리고 미국에 잔류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반면 스피노자의 사과나무를 선택한다면 한반도에 내일 당장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평생의 일상이 있는 곳,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무척이나 고민될 것 같지만 실은 이 2가지 이야기가 떠오르는 순간 결정은 쉽게 내려졌다. 스피노자의 사과나무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안네 아버지가 상황을 명석하게 판단해 빨리 스위스나 미국으로 빠져나갔으면 가족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이는 결과론적일 뿐이다. 그 상황 속에서는 안네 아버지처럼 독일 나치가 그토록 빨리 많은 지역을 점령하고 그토록 악랄하게 유대인을 억압할지 쉽게 예측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단 1초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으로선 결국 내일 전쟁이 일어나든, 지구가 멸망하든 오늘의 이 일상을 묵묵하게,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이 최선일 뿐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전쟁 위험이 임박했다고 주식 팔고 채권 팔고 재산이란 재산은 다 현금화해봤자 진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현금이 뭐 그리 큰 의미가 있겠는가. 투자도 스피노자의 사과나무처럼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정석대로, 원칙대로 고수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일 뿐이다.

전쟁과 같은 최악의 위기가 닥치면 주식이든 현금이든, 어떤 형태의 재산을 갖고 있든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곤경에 처한다. 반면 흉흉한 위기의 징후들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고 소문이나 신호로만 끝난다면 평상심을 유지하며 투자의 일상을 묵묵히 고수한 사람들이 승자가 된다.

최악이 닥치면 함께 망하고 최악을 피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면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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