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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부터 면접봐서 뽑아라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42> 실리콘밸리에서 본 한국기업의 인터뷰 풍속도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입력 : 2013.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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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벤처캐피탈이 아저씨들이라면, 이곳 벤처캐피탈은 학교 상담선생님들 같더군요.” 최근 실리콘밸리를 찾은 한국의 한 스타트업(초기벤처) 창업가의 이야기이다. 이 회사는 한국의 벤처캐피탈로부터 이미 상당액을 투자 받았고, 지금 실리콘밸리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아저씨’와 ‘상담선생님’만큼의 차이는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 (벤처캐피탈) 분들은 일단 테이블 한쪽에 쭉 둘러앉아 프리젠테이션 한번 해보라고 합니다. 고압적이죠. ‘내가 너희 머리꼭대기에 있으니, 어디 한번 나를 설득해봐라’는 식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질문하는 걸 보면, 자료에 이미 다 써놓은 것만 물어봅니다. 읽어보지도 않고 들어오는 거죠. 그것도 주로 숫자 위주로 말이에요.”

그는 이어 “하지만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은 내가 푼 답안지를 가운데 놓고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속으로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어쨌든 편안한 상담선생님이랄까? 평가절하하거나 단정형 어투가 없어요. 숫자보다는 창업가나 사업모델에 대한 스토리를 더 궁금해하고, 논리전개에 무리가 없는지 많이 살피더군요. 많이 쓰는 말이 '이치에 맞는가(make sense)'였습니다. 또 투자여부를 떠나 도와주려고 하고요. ”

숫자를 보는 것과 스토리를 보는 것, 가르치려는 것과 대화하려는 것, ‘갑’ 행세를 하는 것과 도와주려는 것, 이런 차이들이 아저씨와 상담선생님의 차이였다는 것이다.

이들의 경험을 일반화할 수 있는지, 실리콘밸리 알토스벤처스의 한 킴 대표에게 한번 물어보았다. “한국 벤처캐피탈은 ‘갑’이라는 마인드가 강하죠. 태도도 딱딱하고요. 하지만 여기서는 벤처캐피탈이 스타트업을 만날 때는 다른 벤처캐피탈과 경쟁할 수 있다는 가정을 염두에 둡니다. 그래서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투자를 하든 않든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신경 쓰고, 투자를 한다면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죠. 숫자요? 어차피 처음 시작하는 기업이 숫자를 제대로 맞추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

한국 벤처캐피탈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창업에 도전해서 무엇인가 만들어보려는 젊은 세대에 귀 기울이려는, 기성세대의 자세를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꼭 창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취업을 하려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얼마 전 한 재미교포로부터 실리콘밸리에 나와 있는 굴지의 한국회사에 면접을 본 경험담을 들었는데, 한편의 코미디가 그려지는 듯했다. 이 교포는 미국회사에 여러 번 면접을 한 경험을 살려, 하던 대로 했다고 한다.

첫 질문을 자신이 먼저 면접관에게 했다. “자격조건이 10가지이던데 가장 중요한 3가지를 말씀해주십시오.” 면접관이 주섬주섬 3가지로 줄여주자, 이 교포는 각각에 대해 자신이 왜 잘 해결할 수 있는지, 자신의 경험을 스토리 형태로 풀어서 답변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또 질문을 했죠. ‘입사해서 3~6개월 동안 제가 무엇을 이루기를 바라십니까?’라고 말이죠. 그랬더니 면접관이 당황해 하더군요. 더듬거리더니 ‘오리엔테이션 받고 차근차근 적응하면 된다’고만 답했어요. 이 교포는 “한국회사의 면접 목적은 순종적으로 일을 잘 해줄지를 체크하는 과정 같았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이 투자할 회사를 면접하든, 기업이 채용할 직원을 면접하든, 우선은 커뮤니케이션의 연장이 돼야한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무엇을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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