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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움직인다

[줄리아 투자노트]

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입력 : 2013.04.13 06:00|조회 : 1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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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대농장주의 딸로 태어나 귀하게 자랐으나 변화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해가는 여성, 블랑시 두보아의 비극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문학적 해석이나 의미를 떠나 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만한 통찰력을 선사한다.

첫째, 부란 움직인다. 많은 사람들이 부의 사회적 구조는 고착돼 있어 부모가 부자면 자식도 부자고 손주도 부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블랑시만 봐도 벨 리브라는 대농장(플랜테이션)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라났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줄줄이 세상을 떠나면서 벨 리브를 담보로 돈을 빌려 장례를 치러야 했고 결국에는 돈을 못 갚아 벨 리브를 빼앗기게 됐다.

오로지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알고 자란 블랑시가 대농장을 직접 경영하기는 힘에 부쳤을 것이다. 하지만 농장에서 일할 인부들이 공장으로 빠져나가면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반면 농장 수확물의 부가가치는 늘지 않아 플랜테이션 경영에서 얻는 이윤이 줄어든 것이 블랑시 가문이 쇠락한 첫째 원인일 것이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즈는 1800년대 말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백만장자가 가장 많이 사는 도시 중의 하나였다. 미시시피강을 오가는 스팀보트를 통한 물류산업과 더불어 미국에서 유일하게 사탕수수 재배가 가능한 플랜테이션으로 막대한 부가 창출된 결과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내 물류 흐름이 바뀌고 플랜테이션 농업이 쇠퇴하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한 지역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시대가 변하고 산업이 변하면 부도 덩달아 움직인다. 이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하고 변화에 역행하면 아무리 큰 부를 갖고 있다 해도 그 부는 줄어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사회의 변화를 감지해 그 변화를 남들보다 반보만 앞서 따라가도 부가 물밀 듯이 흘러 들어오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둘째, 현실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한다. 블랑시의 여동생 스텔라는 일찌감치 공장 근로자 스탠리와 결혼해 뉴올리언즈 빈민가 좁은 아파트에서 만족해하며 살아간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처지가 바뀌었다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라 해도 그 현실 속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서지 않으면 부자가 되기는커녕 제대로 살아가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블랑시는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고 진실이어야 하는 것을 말해요"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 현실을 외면한 채 환상 속에서만 살 수 있었다. 이상은 높이 갖되 그 이상에 도달하기 위한 첫걸음은 언제나 현실을 딛고 선 발에서 시작하지만 블랑시의 발은 붕 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 블랑시는 자신을 정신병원으로 데려가기 위해 찾아온 의사가 호의를 가진 신사처럼 정중하게 다가와 함께 가자고 하자 "당신이 누구든 난 언제나 낯선 사람의 친절에 의지해 왔어요"라고 말하며 기꺼이 따라간다.

블랑시는 고등학교 영어교사라는 번듯한 직업이 있었지만 남의 보호 없이 살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그녀는 벨 리브를 빼앗긴 뒤 호텔에서 살면서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남자들과 무절제하게 어울리다 17살짜리 남학생과도 관계를 갖게 되고 이 사실이 발각돼 학교에서 쫓겨나게 됐다.

일생동안 평탄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적지 않은 굴곡과 위기를 겪으며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삶의 변화에 대처하는 힘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있다. 자신이 똑바로 서지 않으면 주위에서 아무리 세워주려 해도 얼마못가 다시 넘어질 뿐이다.

마찬가지로 부를 일구기 위한 열쇠는 자기 자신 안에 있다. 이 열쇠로 사회의 변화 속에서 움직이는 기회의 문을 열 때 부가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

*덧붙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윌리엄스의 작품을 연극으로, 영화로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 엘리야 카잔이 감독한 영화로 더 유명하다. 현실을 바라보지 못한 채 좋았던 옛날 속에서 살아가는 블랑시는 비비안 리가, 블랑시의 환상을 잔인하게 찢어버리고 그녀를 미치게 만드는 제부 스탠리 코월스키는 말론 블란도가 연기해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남겼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윌리엄스는 카잔에게 대단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카잔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마지막 3막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자 카잔의 의도대로 3막을 수정해 무대에 올리도록 허락했고 희곡집에도 자신이 원래 쓴 3막과 카잔이 수정한 3막, 2가지를 함께 수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카잔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를 처음 연극무대에 올린 연출가이긴 했지만 정작 폴 뉴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나오는 영화는 리처드 브룩스가 감독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카잔은 윌리엄스의 희곡을 극화하는 데뿐만 아니라 연극과 영화에서 두루 눈부신 재능을 발휘했다. 그는 '워터프론트' '에덴의 동쪽' '초원의 빛' 같은 영화로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뉴올리언즈의 대표적인 관광지 프렌치 쿼터를 관통해 달렸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1948년에 사라졌다. 하지만 뉴올리언즈에는 여전히 3개의 전차 노선이 남아 있어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블랑시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탄 뒤 '묘지(Cemeteries)'행 전차로 갈아타서 엘리시안 필즈(Elysian Fields)에 있는 여동생 스텔라의 집에 도착한다. 같은 노선인지 알 수는 없지만 뉴올리언즈에서 아직 운행되는 '커낼' 노선의 전차에 '묘지'행이 있다. 물론 엘리시안 필즈 스트리트도 여전히 존재한다.

뉴올리언즈는 뉴올리언즈를 문학사에 길이 남게 해준 테네시 윌리엄스를 기념해 매년 테네시 윌리엄스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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