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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딩블루스]주말에도 카톡 보내는 상사 '진짜...'

<3>직장인의 새로운 적 '카카오톡'

직딩블루스 머니투데이 정지은 기자 |입력 : 2013.04.20 05:21|조회 : 2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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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터=임종철
일러스터=임종철
"띵~동~."

또 시작인걸까. 나른한 토요일 오후 거실 소파에 누워 낮잠을 청하던 A전자업체 직원 윤나영씨(가명)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녀의 달콤한 낮잠을 깨운 정체는 바로 팀장님의 '카 카 오 톡'.

누가 보냈을까 설레는 마음도 없다. 평소 지인들과는 문자(SMS)나 전화통화로 연락하는 편이라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회사 팀원들과 그룹 채팅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탓이다.

일단 무시하고 나중에 확인할까 약 30초간 고민했다. 그러다 이내 스마트폰을 열고 내용을 확인한다. 몇 주 전, 늦게 확인했다가 '재깍재깍 확인 안 하고 뭐하느냐'는 팀장의 히스테리가 떠 오른 까닭이다.

아니나 다를까. 윤씨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막상 확인해보니 내용은 별게 아니었다. "주말인데 날씨가 참 좋다. 나는 오늘 등산 왔는데 여러분은 뭐하고 계시나? 조만간 우리 팀원들과 함께 등산 한 번 가야겠어. 어떻게 생각해?"라는 팀장의 메시지.

이는 스마트폰에서 여러 명이 함께 대화할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의 그룹 채팅 기능이 활성화된 이후 매주 주말마다 겪는 불청객이다. 비단 윤씨만의 고충이 아니다. 퇴근하면 '끝'이었던 회사 업무를 시도 때도 없이 떠올려야 한다니…….

업무와 관련 없는 이야기라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윤씨의 표정은 좋지 않다. 직장 상사는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 대화라며 보낸 메시지겠지만 그녀에게는 업무의 연장이나 마찬가지. 주말에는 회사를 잊고 평화를 즐기려 했건만 오늘도 실패다.

진짜 고민은 지금부터다. 윤씨는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를 부여잡았다. 윤씨의 머리 위로는 '부담'이라는 두 글자만이 빙글빙글 돌아다닌다.

그냥 단순하게 '등산 잘 다녀오세요'라고 하면 너무 성의가 없을까? 아니다. 함께 등산 가자는 말도 무시하면 안 되겠지. 그렇다고 바로 좋다는 대답을 하면 정말 단체 등산이 추진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랬다가는 팀원들에게 몰매 맞을지 모른다.

윤씨는 결국 눈치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다른 팀원들의 반응을 살펴보며 비슷하게 대답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 보통 이런 경우에는 누가 어떻게 대답하는지에 따라 다음 대답도 비슷해진다.

10여 분이 지나자 한 팀원이 웃는 모습의 이모티콘을 넣으며 "좋습니다"를 외쳤다. 그는 "당장 날짜를 잡아볼까요? 어느 산으로 가는 게 좋을지 알아봐야겠어요. 등산 후 회식 장소도 예약하겠습니다"라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팀원들도 좋은 호응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윤씨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순식간에 단체 등산이 결정됐다. 어쩌면 이미 팀장의 메시지가 왔을 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쉬기만 해도 모자란 주말을 팀원들과 등산으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오려 한다.

윤씨는 입을 일자로 다문 채 스마트폰 자판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는 "다음 주 주말 어떨까요? 날씨도 좋고 정말 기대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대세를 따라 웃음 표시 이모티콘도 첨부했다.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하품을 해서 그럴까. 차라리 스마트폰이 없었으면 좋겠다. 요즘 윤씨의 지인들도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 챗온 등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가 직장인의 새로운 적이라며 아우성이다.

잠시 후, 팀장이 그룹 채팅방에 또 다른 메시지를 하나 올렸다. "우리 팀원들이 이렇게 등산을 좋아하는 줄 몰랐네. 진작 좀 추진할 걸 그랬다. 허허. 등산 후에는 막걸리가 좋겠지?"라고.

윤씨의 애타는 속도 모르고 '띵동 띵동' 카카오톡 알림음이 계속 울린다. 이번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나. 윤씨의 고민은 또 시작이다. 과연 다음 주말에는 회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카카오톡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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