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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금융권 인사 감상법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입력 : 2013.04.22 06:17|조회 : 6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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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경이 재미있다고 하지만 인사 구경도 재미있습니다. 요즘처럼 새 정부 출범이후 공기업과 금융권 인사가 집중되는 시절엔 특히 그렇습니다.

금융공기업의 경우 공식 인사채널은 금융위원회-청와대 인사위원회-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하지만 금융위원장과 인사위원장인 청와대 비서실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특히 비서실장이 키를 쥐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실제 인사에서는 비선라인도 영향을 미칩니다. 대선공신, ‘7인회’, 로열패밀리 등이 거론되더군요. 박대통령이 실세나 2인자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 정부처럼 찾아가 청탁할 곳도 없고, 그러다보니 인사가 더 혼탁해 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들 공식 인사채널 외에도 어떻게든 줄을 찾아서 열심히 뛰고 있으니 말입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먹고 살만한 금융계 분들이 너무 인사에 민감하다”고 탄식한 게 한편에선 이해가 갑니다.

장차관 인사가 그랬고 앞으로 있을 금융공기업, 금융지주 회장 인사도 모두 이 같은 종합적인 힘겨루기의 결과로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누가 승자로 나설까요.

우리나라 금융CEO들은 세군데서 배출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금융인과 관료출신이 독차지했는데 최근에는 교수 학자그룹이 가세했습니다.

박근혜정부 들어 첫 번째 싸움에서는 학자그룹에서 예상을 깨고 승자가 나왔지요. 바로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겸 산업은행장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강만수 회장의 후임으로 진동수 임종룡 권혁세 같은 전직 고위 관료출신을 예상했는데 빗나갔습니다.

KDB금융 회장 선임은 향후 금융권 인사의 단초를 제공합니다. 적어도 박근혜정부 초기에는 관료그룹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죠. 실제로 KDB 회장 인사가 발표되자 ‘모피아’들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관료나 재벌 같은 주류 그룹에 거부감을 갖는 것으로 보이는 박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금융권에서는 홍기택 회장과 막판까지 경합했던 사람이 관료출신이 아닌 학자이자 금융인 출신으로 같은 서강대 출신의 이덕훈씨였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홍기택 신임 회장은 겸손하고 소탈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지도 않고요. 그래서 박근혜대통령이 낙점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박대통령은 설치거나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은 태생적으로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낙점을 받은 것까지는 좋은데 비관료출신의 민유성씨가 MB정부 초기 산업은행장으로 와서 모피아들의 견제로 재임기간 내내 고전했던 것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정책금융기관 개편이 진행될 텐데 그가 제대로 소신을 펼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에 자신의 자리를 걸겠다면서 이팔성 회장의 후임으로는 매각 후 언제든 자리를 그만둘 사람이 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박근혜정부의 핵심 정책과제 중 하나인 것을 감안하면 누구도 여기에 토를 달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차기 우리금융 회장은 요즘 많이 거론되는 것처럼 이덕훈 이종휘 이순우씨 등 세 사람의 전현직 우리은행장으로 압축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전직 이종휘 행장과 현직 이순우 행장에 무게가 실리는 듯합니다. 이덕훈씨는 은행을 떠난 지 오래 됐고, 정치적 파워를 갖는 중량급이어서 곧 팔려나갈 금융그룹의 회장을 맡기엔 금융당국 입장에서 많이 버거울 것입니다.

우리금융 회장 인사가 2~3명으로 압축돼 버리면 KB금융지주 회장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겠지요. 더욱이 KB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구도를 생각하면 차기 KB금융 회장은 ‘회장중의 회장’, ‘왕회장’이 될 것이기에 경쟁은 더 치열해지겠지요.

KB금융지주는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어 청와대나 금융위가 회장 인사에 개입할 명분이 없습니다. 어윤대 회장이 임기를 지키겠다며 버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인데 그를 비난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됩니다. 정부가 인사권을 갖는 이팔성 강만수 회장과는 다릅니다.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의 최종 열쇠는 회장추천위원이 될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쥐고 있습니다. 이들도 권력과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겠지만 강직한 분들도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당국의 입김이 먹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다 관료출신에 거부감을 보이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스타일, MB정부의 ‘4대천왕’과 같은 권력실세형 회장에 부정적인 금융당국의 입장, 황영기 어윤대 같은 외부 명망가 출신 전현직 회장들에 실망감을 보이고 있는 KB금융 내부 정서 등이 상호작용해 어떤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 출신의 임영록사장과 민병덕행장을 필두로 전광우 이덕훈 민유성 이동걸 김광두 안홍철 임종룡 진동수 황영기씨 등 많은 사람들이 거론되고 있지요. 한번 찍어 보세요. 물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의외의 인물이 막판에 튀어나올 수도 있습니다. 인사는 그런 것입니다. 레이스 초반에 선두에 나서는 사람치고 최종 승자가 되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선두는 집중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위험합니다.

금융권 인사와 관련해서는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정책금융공사 캠코 주택금융공사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의 CEO 인사도 관심입니다.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재신임을 받아야 합니다.

이들 금융공기업 CEO 중에는 이미 금융위에 사의를 표명한 경우도 있지만 당국은 조직의 동요를 우려해서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관심이 가는 것은 기업은행장과 수출입은행장 인사입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과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경영성과와 금융계 안팎의 평판이 모두 좋습니다. 그렇지만 이들도 MB정권에서 임명됐다는 점에서는 부담이 없지 않습니다. 전문성이냐 국정철학이냐, 경영성과냐 정치적 판단이냐,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거취가 결정될 것입니다.

인사는 만사(萬事)입니다. 인사는 자화상입니다. 인사는 미래입니다. 금융권 CEO 인사가 마무리되면 박근혜정부에서의 우리 금융산업 모습을 그려볼 수 있지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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