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포털, '부동산 중개소' 다 죽인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대형포털이 부동산 공인중개사 역할을 대신하면서 '인터넷 생태계'가 시장 경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23일 "최근 네이버부동산의 독점구조 및 무차별적인 광고료 인상으로 (부동산 공인중개소가) 실제 거래정보를 제공해주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경영상태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날 국회 경제민주화실천모임(대표 남경필·이하 경실모)이 주최한 '대형포털의 불공정거래, 무엇이 문제인가-부동산 거래를 중심으로' 토론회에 참석해 "특히 네이버는 부동산정보 집중화에 따른 역할과 책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지가 필요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부동산정보 사이트에서는 (부동산 관련) 정보 제공과 광고간 차이가 모호하다"면서 "특히 네이버 등 종합 정보를 제공하는 부동산 포털사이트는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중개업자를 회원으로 유치하는데만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과점적인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부동산 정보 제공업자로서 자신의 역할과 책무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속중개계약'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속중개계약이란 중개의뢰인이 중개 대상물의 중개를 의뢰할때 특정한 중개업자를 정해서 중개하도록 하는 계약이다. 이 계약을 체결하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한 거래정보망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활성화 돼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속중개계약이 임의규정으로 돼 있고 구두거래 관행에 여전히 익숙하다"면서 "또 전속중개계약에 대한 홍보도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등 대형포털을 '독과점 사업자'로 규정하기 보다는 인터넷 거래에서 '허위매물'을 근절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포털 규제를 목적으로 또 다른 규제를 신설하면 인터넷 서비스 영역 전체에 적용될 수밖에 없다"면서 "중소인터넷 기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거나 혁신적인 서비스를 가로막는 등 시장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종덕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 간사는 "부동산 정보제공 사이트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공인중개사들이 '허위매물'로 과잉경쟁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허위매물'근절 캠페인 등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남경필·권은희·이자스민·정병국·홍일표·김기현·김상민·이재영·손인춘·민현주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 구상찬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남 의원은 "포털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느냐 안 하느냐가 핵심"이라며 "포털은 순기능과 역기능 모두 있는데 역기능을 어떻게 제한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