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39.17 827.84 1115.30
보합 15.72 보합 6.71 ▼5.1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G20 코뮈니케…엔저(低)와 '외로운 싸움'

[박재범의 브리핑룸]

박재범의 브리핑룸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입력 : 2013.04.23 16:58
폰트크기
기사공유
코뮈니케(Communique). 각국 정부간 국제회의나 회담의 결과를 문서로 발표하는 '공식 성명'을 뜻한다. 회의의 최종 기록물인 셈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다. 누가 안 지킨다고 해도 제재를 취할 수 없다.

물론 도의적·정치적 구속력은 있다. 다음 논의의 토대가 된다. '합의한 내용'이 갖는 힘이다. 원론적 언급이라 할지라도 그 어떤 원론적 언급을 했느냐에 따라 다음 단계의 논의가 달라진다. 그래서 코뮈니케 작성이 쉽지 않다. 단어 하나하나가 갖는 '도의적 ' '정치적' 힘을 알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엇갈린 다수 국가가 참여할수록 치열해진다. 실무자들은 코뮈니케에 자국의 유리한 단어를 한 글자라도 더 넣기 위해 밤을 지샌다. 불리한 단어는 빼야 한다. 빼지 못한다면 최대한 순화시켜야 한다. 그렇게 마련된 초안은 두루뭉수리하다. 가급적 '안전한' 단어를 택한 결과다.

각국은 자신의 승리를 외친다. '자기의 노력으로 이런 문구가 반영됐고 이것은 이런 의미를 지닌다'는 식이다. 이렇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서울 G20 정상회의를 준비했던 고위 인사의 말이다. "G20 국가에선 어떻게 보도가 되는지 동향을 점검해봤다. 20개국가 모두 자기 나라 정상이 G20 정상회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더라". 아전인수(我田引水)일 수 있지만 각국의 중점 내용을 반영한 종합체가 코뮈니케인 것을 고려하면 틀린 말도 아니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재무장관회의와 IMFC의 코뮈니케를 두고 시끄럽다. 국제사회에서는 지난 주말 잠시 회자됐던 내용인데 한국은 이제 시작인 듯 하다.

"일본의 최근 양적완화 정책의 목적은 디플레이션 탈피와 내수 진작에 있다"는 G20재무장관회의 코뮈니케 문구가 중심에 있다. 'G20, 사실상 엔저 용인'이란 제목을 낳은 문구다. 일본의 정책을 추인해줬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워싱턴 일정을 마치고 일요일 낮 비행기에 올라 탄 실무자들은 월요일 오후 인천공항에 내린 뒤 깜짝 놀랐다. 원래 내용과 다른데다 엔저에 면죄부를 주는 것을 불구경한 당사자로 몰릴 상황이 된 터라 억울함이 더했다.

코뮈니케 초안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15시간. 그 사이 '단기성장 지원'이란 표현을 '내수 진작'으로 축소하는 데 성공했다. "선진국의 지속적인 통화 확대정책으로 인한 '의도치 않은 부정적 파급효과'에 유념하겠다"는 문구는 일본 등의 반대에도 수성했다. 그런데도 'G20이 엔저를 사실상 용인했다' '엔저가 계속되면 큰 일이다' '한국 정부는 뭐 했냐'는 문제 제기가 기계적으로 전개된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는 게 있다. 국제사회의 위상과 엔저의 현실이다. 'G20'라지만 실제론 'G2'다. 일본이 그 다음에 서 있다. 엔저는 이슈조차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빼면 엔저의 직접적 피해를 입는 곳은 없다. 중국도 일본에 대한 미국의 '환율 조작국' 이중 잣대를 문제삼을 뿐 엔저를 직접 거론하지 않는다. 겹치는 산업이 없는데다 수입 물가 안정에 나쁠 게 없기 때문이다. 누구하나 문제 삼지 않는다.

한국만 엔저를 직·간접적으로 물고 늘어져 얻은 게 이 코뮈니케다. 미국의 양적완화로 걱정이 깊은 브라질 덕도 봤다. 대신 변명해주자면 '외로운 싸움'인 셈이다.

그렇더라도 아쉬움은 있다. 장외 설전의 미흡함이다. 실제 '엔저 용인' 보도의 출발은 코뮈니케라기보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이었다.

그들의 말 한마디가 정치적 타협물이었던 코뮈니케에 일본의 숨소리를 불러 넣었다. 다른 국가들은 침묵했다. 일본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데 굳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었다.

반대의 목소리는 '외로운 싸움꾼'의 몫이었는데 강하게 나오지 않았다. 코뮈니케에 나름 만족한 때문인데 그 성과는 이렇게 평가 절하됐다. 협상장에서 대등하게 싸운 뒤 일본은 정치인으로 회담장을 나온 반면 우리는 이코노미스트의 모습이 강했다. 이게 이번 코뮈니케 논란의 교훈이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