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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딩블루스]<4>中企연구원의 절규…"출근은 있는데 퇴근은 없어, 결혼은 언제"

직딩블루스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입력 : 2013.04.28 05:03|조회 : 66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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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임종철
일러스트=임종철
"서연이의 첫돌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토요일 점심, 2년 전 결혼한 대학 후배의 딸 돌잔치가 끝났다. 김씨(남, 34세)는 씁쓸히 웃으며, 자연스럽게 회사로 차를 돌려 출근을 한다. 이제 개인적 볼일도 봤으니, 업무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대리 3년 차, 직장인 김씨는 외롭다. 집에서는 결혼하라고 성화지만 어렵게 사귄 여자 친구와는 교제한 지 석달 만에 헤어졌다. 한 달에 한두 번 만나기도 어렵고, 만나도 꾸벅 꾸벅 조는 남자친구라 연애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정보기술(IT) 분야 중소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IT회사는 365일 야근으로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우스개소리처럼 김씨는 지난 몇 달 동안 매일 야근했다. 그것도 모자라 주말 내내 회사에 나갔다. 연휴 때 하루 정도 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정도다.

나라에서 법으로 정한 근로시간은 주 40시간. 하지만 김씨가 다니는 회사는 주 80시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불평 한마디 못하고 당연시 여기는 회사 분위기에 익숙해져 가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김씨는 가끔 회사가 집인지, 사무실 책상이 침대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회사 휴게실 간이침대에서 자고, 회사 내 샤워 시설에서 씻고 업무를 시작하는 직원이 여럿 있다. 김씨는 차마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 집에서 출퇴근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이 아까워 자신도 간이침대를 놓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주중 야근보다 주말 출근이 더 고되게 느껴지는 건, 주말 특근비용을 신청하는 게 눈치가 보이기 때문. 주말에 출근하면 5만원에서 15만원까지 특근비가 지급된다. 하지만 회사가 이 돈에 부담을 느끼니, 상사들은 특근비 신청을 하지 않는다. 대리 3년차 김씨가 특근 비용 결재를 올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말에 '비자발적 봉사 근무'가 굳어지고 있다.

김씨는 휴가를 함께 갈 여자 친구도, 휴가를 쓸 시간조차도 없다. 학창시절에 꿈꿨던, 회사와 연애 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멋진 30대(Wonderful Thirties)'는 영화와 소설 속에나 있는 사치일 뿐이다. 30대 초중반 임원이 일과 중에 아름다운 여인과 연애를 즐기는 드라마를 볼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울화통이 치민다.

다른 IT중소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B씨(남, 35세)도 비슷한 상황이다. B씨는 최근 '엣다, 모르겠다'며 외제차를 구입했다. 직장생활 10년차에 돈은 어느 정도 쌓였는데, 야근과 주말 근무가 잦은 탓에 연애 등 사적인 일에 돈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IT중소기업에서 재무를 담당하는 C씨(여, 38세)는 자신의 명의로 30평형 아파트를 보유한 '골드 미스'다. 미혼인 그녀 역시 주중뿐 아니라 주말시간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낸다. '집에서 있는 짧은 시간이라도 최대한 편안하게 지내자'라는 생각으로 최근 혼자 살기에 다소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질러버렸다.

토요일 오전, 오늘도 김씨는 가슴 속에 사표 한 장을 품고 회사로 향한다. 하지만 그는 사표를 꺼낼 용기도 못 내고 지난주처럼 밤늦게까지 일하다 지친 몸과 마음을 떠받치고 집으로 향할 것이다.

'그들의 희생이 있어 한국이 IT강국이 됐다'는 칭찬은 그에게 듣기 좋은 말풍선일 뿐. 빨리 '멋진 30대'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훨씬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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