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권포럼 "대기업 웹접근성 문제없는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지난달부터 법인과 교육기관들로 확대적용된 가운데 민간 웹접근성 인증평가기관이 불명확한 기준으로 웹접근성 평가를 남발해 기업들의 혼선이 야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대표 양원태)은 지난달 21일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과 웹발전연구소(대표 문형남), 한국접근성인증위원회 등이 발표한 ‘10대 그룹 웹 접근성 평가결과’의 평가항목 중 대부분이 실제 장애인 웹 접근성과 관련이 없는 지표평가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2일 밝혔다.


앞서 숙대와 웹발전연구소 등이 포스코, 삼성그룹, LG그룹 등 국내 10대 대기업 그룹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웹 접근성 조사에서 포스코를 제외한 모든 그룹사가 인증 합격 수준인 95점 이상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GS그룹, 롯데그룹, 한진그룹, 한화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5개 그룹은 B등급(미흡)을 받았고, 현대중공업과 SK그룹은 80점 미만으로 C등급(매우미흡)으로 조사됐다.

↑ 웹발전연구소 등이 발표한 10대그룹 웹접근성 평가결과.

장애인인권포럼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국가표준과 장애인 사용자 평가를 거친 주요그룹 웹사이트 평가결과.

이에대해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측은 웹발전연구소 등이 사용한 평가지표에는 장애인 웹접근성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웹사이트링크 단절이나 로딩속도 등이 포함돼 평가기준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포럼의 오정훈 웹접근성 담당 수석 연구원은 “웹발전연구소 등이 웹접근성 인증 수준이 못 미친다고 밝힌 삼성, LG, 롯데, 한화, SK그룹의 대표 홈페이지들은 모두 방송통신위원회의 KWCAG2.0(한국형웹콘텐츠접근성치침)을 준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장애인 사용자들의 테스트도 통과해 웹 접근성에 큰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반박했다.

오 연구원은 또 ”장차법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표준인 'KWCAG2.0'의 준수를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표준에 기초하지 않은 웹발전연구소 등의 평가결과는 민사소송의 근거로도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산하 웹 접근성 진단·컨설팅 인증심사기관 ‘웹와치'와 직원대부분이 장애인으로 구성된 웹 접근성 관련 사회적 기업 ‘행복한 웹앤미디어’가 공동으로 앞서 웹발전연구소 등이 사용한 평가지표인 'WAU3.0'을 국가 표준인 KWCAG 2.0을 비교한 결과 총 20개 항목 중 5개 항목(20%)만이 유사하며 나머지 15개 항목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럼은 또 "그나마 관련 있는 5개 항목 대부분도 자동 평가 방식으로 측정한 것으로 장애인의 사용성 여부를 제대로 평가 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오정훈 연구원은 “국가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과 장애인단체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 현재 국내에서 웹 접근성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는 대표적 기관들은 모두 국가표준인 KWCAG2.0을 기준 지표로 삼는데 웹발전연구소 등이 장애인 접근성과 직접 관련이 없는 독자지표를 이용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은 지표 개발을 위해 연구 목적이라면 현 국가표준인 KWCAG2.0에 문제제기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국가 표준을 근거로 하지 않거나 실제 장애인의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평가결과를 남발하는 것은 기업들의 웹접근성 개선 의지를 꺾고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본지는 웹발전연구소 측의 해명을 듣고자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