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도시 소비의 고성장

머니투데이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중국소비가 소득격차와 사회안전망 부족 때문에 당초의 기대만큼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방도시의 소비만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중국정부의 대대적인 도시화정책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상반기만 해도 지방성급도시의 1인당 평균소득은 1000달러, 2000달러, 3000달러대로 도시편차가 컸다. 그러나 불과 2년 뒤인 2010년에는 대부분의 지방성급도시가 3000달러를 넘어섰다.

리먼사태 대책에 따른 인프라투자로 소득이 빨리 늘었기 때문인데, 그만큼 지방도시의 소비 잠재력이 커졌다는 얘기다. 보통 개인소득이 2000달러 이상이면 도시에 슈퍼마켓과 자동차가 늘고 3000달러를 넘으면 편의점과 외국 고가상품 소비가 활발해진다고 한다. 특히 중국은 소득격차가 심하고 고소득층이 두터워서 평균소득 대비 고가소비가 많다.

지방도시 소비의 성장은 아무래도 지방도시의 소득이 가장 큰 변수다. 지방도시는 규모가 비교적 큰 지방성급도시와 기타 지방도시 두 가지인데, 개방 때부터 일찌감치 개발된 베이징, 상하이 등 1급 연안대도시와 텐진 등 2급 연안도시에 비해선 훨씬 후발주자다.

따라서 개발과 도시화가 빨랐던 연안지역도시 대비 소득이 낮았지만, 최근 4~5년간 지방에 대한 도시화투자 확대로 지방도시의 소득증가가 두드러졌다. 지난 5년간 개인소득증가율은 연안대도시와 연안도시가 10.5%, 12.3%인 반면, 지방성급도시와 지방도시는 각각 17%와 18.8%로 훨씬 높다.

가구당 연간수입도 지방성급도시가 7만5000위안(약 1500만원)으로 연안도시의 7만7500위안(약 1650만원)을 거의 따라잡았다. 우한 청두 시안 하얼빈 등 내륙, 동북지방 소득이 텐진 칭따오 다롄 등 연안도시와 맞먹는 셈이다. 지방성급도시를 3년차로 쫓고 있는 충칭 난닝 등 기타 지방도시도 소득증가율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조만간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중국의 소비시장규모는 현재 약 21조위안(약 4200조원)이다. 기대가 너무 커서 그렇지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중국 GDP성장률의 두 배인 15%나 된다. 규모로는 베이징 상하이 등이 크지만, 성장률로는 산둥성 헤이룽장성 충칭시 등 지방도시의 소비가 연 30~40%의 성장세로 베이징 상하이의 두 배 이상이다. 네이멍구자치구는 무려 70%의 초고속성장이다. 그럼 지방의 빠른 성장세가 앞으로도 계속 될까. 답은 예스다. 중국정부의 최대현안이 소비주도형 경제 만들기와 지역격차 축소라고 보면 지방 후발주자에 대한 도시화투자 확대는 10년 이상 이어지고, 이에 따라 지방도시의 빠른 소비확대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방도시의 소비성장세 못지않게 소비기호나 행태의 변화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는 유행 고품질 브랜드 전통 저가격 추구의 5개 집단으로 구분된다. 과거엔 유행 고품질 브랜드는 연안중심의 대도시, 전통과 저가격은 지방소재도시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를 때 선호하는 기준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방도시도 연안지역도시처럼 유행패션의 영향이 커지고, 고품질과 브랜드를 선호하는 도시간 소비동조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왜 그럴까. 첫째는 지방도 개인소득이 빠르게 느니까 소비행태도 고급스럽게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80년대 이후 태어난 빠링호우(八零后)가 중심적인 소비주체로, 이들은 개방이후 세대로 고등교육을 받아 소득이 높고 고가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둘째, 소비 구매경로의 변화도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이전엔 전통시장, 거리점포가 대부분이고 소수의 백화점이 있는 정도였으나, 요즘엔 백화점과 가격 이점이 있는 쇼핑몰, 가전 양판점들이 늘면서 집단적 유사 소비행태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우한 난징 등 내륙지역도시엔 베이징과 상하이에서조차 볼 수 없는 25~35만평방미터의 초대형 쇼핑몰이 들어서있다.

또 도시간 정보격차가 거의 없어진 점도 소비동조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휴대폰이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수단은 전파력이 대단해서 연안대도시든 내륙 지방도시든 소비자들에게 같은 정보를 거의 동시에 제공한다. 따라서 과거엔 상하이 등 연안대도시에서 유행하고 나서 내륙지방으로 전파되던 국내외 정보와 패션이 지금은 전국 곳곳으로 순식간에 퍼져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

아무튼 중국 지방도시 소비의 성장잠재력이 대단한데다, 집단 소비동조화로 매출과 수익성 향상이 예상되면서 중국내외 기업의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일본계 기업 진출은 30년 이상으로 가장 긴 역사를 갖고 있는데, 최근에는 대만계와 홍콩계 기업 진출도 눈에 두드러진다.

외국기업들은 많은 지방도시의 소비시장이 거의 동시에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순차적 진출보다 동시다발 진출 전략을 짜고 있고, 소비자기호의 동조화현상을 고려해서 지역별 특성보다 고객계층별 특성을 분석, 각 계층에 맞는 마케팅방안에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관련업계도 보다 적극적 진출 전략으로 CJ 태평양 오리온 이랜드 등을 잇는 더 많은 성공사례가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