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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 수학은 어렵지 않다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32>...룰렛게임 등 '확율의 법칙'봤더니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 칼럼니스트 |입력 : 2013.05.24 10:30|조회 : 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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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 수학은 어렵지 않다
지난주 로또 복권 1등 당첨자가 무려 30명이나 나오자 당첨번호를 예측할 수 있느냐가 화제가 됐다. 이번 경우를 들어 1등 번호를 예측할 수 있다는 쪽의 목소리가 한결 커졌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첨번호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근사치로도 맞힐 수 없다. 1등 당첨자가 한번에 100명이 나온다 해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당첨번호는 무작위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과거 당첨번호가 미래 당첨번호에 아무런 영향도 못미친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1등 번호를 예측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그걸로 장사하는 이들까지 활개를 친다. 왜 그럴까.

문득 월가 역사상 최고 투기자로 불린 제시 리버모어가 떠올랐다. 에드윈 르페브르가 쓴 '원전으로 읽는 제시 리버모어의 회상'을 보면 그가 젊은 시절 휴가를 갔다가 우연히 카지노에서 룰렛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룰렛 테이블 앞에서 바퀴가 돌아가는 것을 관찰한 다음 그 결과를 전부 노트에 적는다. 그렇게 해서 그는 바퀴를 돌리는 딜러와 기계 상태가 변할 때마다 특정 숫자가 나오는 순서도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이 유리할 때만 판돈을 건다. 그래도 돈을 잃는 경우가 많았는데 손실이 200달러를 넘으면 무조건 그만둔다. "나와줘야 할 숫자들이 나오지 않을 때면 게임을 그만두었습니다."

결국 휴가를 마칠 무렵 그는 돈을 꽤 딴다. 그렇다고 그가 어떤 시스템이나 공식을 고안해낸 것은 아니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리버모어가 돈을 딴 이유는 룰렛번호를 정확히 예측했기 때문이 아니라 손실관리를 잘해서였다.

논리적으로 '확률의 법칙'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다. 확률과 법칙은 모순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꾸 확률을 지배하는 어떤 법칙을 찾으려 하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수학적으로 무지한 탓이다.

수학적으로 계산한 직관은 우리 직관과 상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생일 분포에 관한 문제다. 지금 축구경기를 보고 있다고 해보자.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22명의 선수와 주심 1명까지 포함해 23명 가운데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섞여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언뜻 보면 이 확률은 대단히 작을 것 같다. 모집단은 23명인데 가능한 생일은 365일이나 되니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은 10% 미만이라고 답한다. 그런데 정확한 확률을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그 수치는 50%가 넘는다. 다시 말해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23명 가운데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섞여 있을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직관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은 '경우의 수'가 '모집단'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모집단은 23명밖에 안되지만 이들 가운데 임의로 2명을 뽑는 경우의 수는 아주 많아서 253가지나 된다.

그러면 수학적으로 계산을 해보자. 23명 중 임의로 선정한 두 사람의 생일이 서로 다를 확률은 364/365다. 임의의 세 사람의 생일이 모두 다를 확률은 364/365×363/365다. 이런 식으로 23명의 생일이 전부 다를 확률을 계산하면 364/365×363/365×(…)×343/365=0.4759, 즉 47.59%가 나온다.

따라서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적어도 한 쌍 이상 나올 확률은 100%에서 47.59%를 뺀 52.41%가 된다. 만일 23명이 아니라 그날 뛴 교체선수까지 포함해 30명을 대상을 할 경우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있을 확률은 70%에 육박한다.

우리의 직관이란 이토록 엉성한 것이다. 덕분에 복권회사나 카지노가 돈을 버는 것이겠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란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믿고 싶어 한다. 객관적으로 확률을 계산하기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치우쳐서 생각한다. 게다가 돈을 걸면 흥분한다. 냉정한 판단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정답은 없지만 예방책은 얻을 수 있다. 버나드 바루크는 가장 원시적이고 비밀스러운, 그러면서도 막강한 효력을 지닌 주문을 반복해서 되뇌라고 권한다. '2+2는 언제까지나 4'가 바로 그것이다.

수학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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