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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없는 '三無 지방 직장인', 가장 큰 고통은?

[직딩블루스]<8>친구? 결혼? '제대'?

직딩블루스 머니투데이 류지민 기자 |입력 : 2013.05.26 05:05|조회 : 32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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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임종철
일러스트=임종철
학창시절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쾌활한 성격이었던 정 대리는 입사 이후 성격이 변했다. 말수가 줄고 매사에 무기력해졌다. 얼굴 표정에도 나타나는지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들로부터는 "무슨 일 있느냐?"는 말을 대여섯 번이나 들었다.

정말 병원에 가봐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이 계속되는 날이 점점 늘어갔다. 서울 토박이인 그가 취업 후 지방에 내려온 지 4년 만에 일어난 변화다.

처음 1년 동안은 괜찮았다. 졸업하자마자 전공을 살려 취업에 성공했고, 일을 배우다보면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한 번에 붙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월급을 볼 때면 참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직원 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친구들을 만났다. 주말마다 여행 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지방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느새 위기가 닥쳐왔다.

일단 일찍 퇴근해도 할 일이 없었다. 서울의 넘쳐나는 즐길 거리에 비해 지방은 '문화 불모지'였다. 만날 사람도 없었다. 회사 사람은 아무리 친해도 어디까지나 회사 사람. 갑자기 불러내 술 한 잔 하거나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친구가 가까이에 없다는 사실은 정 대리를 외롭게 만들었다.

금요일 저녁 서울에 올라가는 횟수도 점점 줄었다. 왕복 10시간이 넘는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것에 지친 게 사실.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하기 시작하면서 주말이면 어찌나 약속이 그리도 많은지! 여전히 좋은 친구들이었지만 더 이상 예전처럼 서울에 왔다고 무조건 반겨주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 약속 없이 기숙사에 혼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처음 지방 기숙사로 내려갈 때 갖고 있던 여유롭고 고즈넉한 지방생활에 대한 로망이 사라지는 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결혼하고 싶어요"···미혼 직장인들의 무덤

올해 서른여덟인 오 과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결혼이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다 지방 사업장에 내려온 지 6년. 이미 나이는 결혼 적령기를 훌쩍 지나고 있지만 연고가 없는데다 남초(男超) 집단에 있다 보니 도무지 여자를 만날 길이 없다.

요즘 들어서는 별 생각 없이 지방 근무를 받아들인 6년 전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서울은 오히려 약간 여초(女超)라던데... 남아 있었으면 벌써 결혼해 유치원에 다니는 딸 하나쯤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처음 지방에 내려올 때는 커플이었지만 장거리 연애 8개월 만에 지친 여자친구는 이별을 고하고 떠나갔다. 주말에 소개팅을 하러 서울에 올라가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처음에는 호감을 보이던 상대방도 일단 결혼하면 지방에 내려와 살거나 주말부부 생활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난 뒤에는 약속을 취소하기 일쑤다. 이제는 마음에 드는 상대방이 나와도 오 과장 스스로가 먼저 움츠려들 정도로 자신감이 떨어졌다.

오 과장은 얼마 전부터 이직을 알아보고 있다. 연봉이 좀 줄어들고 업무가 고되더라도 서울에서 근무할 수만 있으면 미련 없이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늦었지만 그래도 마흔 전에는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거꾸로, 지방을 찾아가는 사람들
김 부장은 요즘 인사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지방 사업장에 자리가 없는지 은근슬쩍 물어보고 다닌다. 입사한 지 벌써 26년차. 임원이 되는 건 포기했지만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고, 그렇다고 딱히 하는 일도 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자니 날이 갈수록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문득 한적한 지방에 내려가 지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고향 근처에 지방 사업장도 있었다. 자식들도 이제 클 만큼 컸겠다, 교육문제 때문에 남아 있던 서울에 더 이상 미련이 없었다. 어딜 가나 복잡하고 삭막한 서울생활에 지쳐있던 아내도 흔쾌히 동의했다.

한편으로는 막상 지방에 내려가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지방 사업장의 업무는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 달리 생산과 관련된 업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평생을 바친 회사인데 딱히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방법을 찾고 있다.

"지방에 내려가 몇 년 남지 않은 정년까지 좀 한가롭게 지내고 싶어요. 25년 넘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너무 각박하고 힘들었거든요. 퇴근 후에는 텃밭도 일구고 글도 쓰고 하면서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 게 현재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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