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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甲兄' 전 상서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3.05.3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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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兄!
주초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방울조차 맺지 못한 봄비에 차가워진 얼굴을 씻다 문득 보았습니다. 청계천을 배부르게 장식하던 이팝나무 하얀 꽃그늘이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겨울 끝자리가 지리하게 길더니 여름 코빼기가 성급하게도 들이밀어집니다. 그렇게 설자리 없이 우왕좌왕하던 봄을 따라 계절 꽃도 시나브로 사위어버렸습니다.

사실은 아우성을 쳤겠지요. 개화시기를 놓친 꽃도 잎과 함께 다투며 봐 달라 했겠지요. 잠시잠깐 눈길을 거뒀을 뿐이지만 회광반조의 이팝꽃은 못내 서운하고 말았겠네요. 계절은 그렇게 소리 없는 아우성들과 함께 바뀌어가기 마련이겠지요.

兄! 그 소리 없는 아우성이 봄꽃들만의 몫은 아녔던가 봅니다. 밀어내기 관행과 욕설파문으로 시끄러웠던 남양유업사태 기억하십니까? 그 아우성이 급기야 세상사람 귀에 들어오기까지 그 얼마나 해묵었겠습니까? ‘사모님의 외출’이란 검색어는 아십니까? 2002년 벌어진 여대생 하지혜양 청부살인사건 기억하시죠? 그 주범인 재벌가 사모가 감형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이해 안가는 진단서를 빌미로 형집행정지를 받아 하루 200만 원의 병원 특실서 생활하며 외출까지 자유로이 했었다는군요.

故 하지혜양 아버지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가진 자들은 법을 마음대로 농락하고 농단하고 마음대로 쓸 수 있지만 돈 없고 권력 없고 평범한 시민들은 그 모든 것에 오히려 피해자가 되고, 그런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하면 이런 불공평함이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제는 수면아래 가라앉은 윤창중 스캔들은 어떻습니까? 별장 성 접대 스캔들은 또 어떻습니까? 모두다 ‘甲然’해서 비롯된 추문 아니겠습니까? 兄으로선 이런 닥달이 어처구니 없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세상에 ‘절대 갑’이 어디 있겠습니까? 兄께서도 어느 자리, 누군가의 앞에선 ‘을’이시겠지요. 그러니 말입니다. 그러기에 말입니다. 도대체가 이해 못하고 배려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감의 강도는 분명 입장마다, 처지마다 다를 수 있겠지요. “당신은 돌을 던질 뿐이지만 그 돌에 맞는 개구리는 죽는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물론 그 말이 재미로 돌을 던졌으니 무죄라는 취지의 말은 아니겠지요. 무심한 행동조차 생명 하나를 앗아갈 수 있는 사안이니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는 경계의 의미가 담겨있음을 모를 이는 없겠지요.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갑이지만 누군가에게 을이기도 합니다. 지금 을이라서 억울하다는 사람들도 누군가에게 부지불식간에 갑의 횡포를 저질렀을 수 있는 일입니다. 혹시 그랬다면 다 반성함이 옳지 않을까요. 동병상련 아닙니까. 나름대로 동시에 갑을을 함께 살고 있는 존재로서 나의 을들을 이해 못하고 배려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 왼편은 마주선 사람의 오른편이니까요.

兄! 사족으로 궁금해서 묻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은 걷을 수 있을까요? 29만 원으로 너무도 오랫동안 잘 살고 계셔서 말입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추징금 시효는 연장이 될 모양이던데 전 전 대통령의 경우는 어찌 되는지요? 법은 만들고 계신건가요? 수사는 제대로 진행하고 계신건가요? 순진하게 계산해서 생활고에 끊어질 목숨 몇 천 명은 살릴 액수 같아서 말입니다.

어차피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게 세상이고 그런 일을 만드는 게 사람이긴 합니다만 兄! 甲兄! 형께서 애써주시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형께선 어쨌든 세상의 모든 甲이시잖아요. 힘이 있으시잖아요. 알량한 재주를 여기저기 팔 필요도 없고, 출세를 위해 교언영색할 이유도 없고 어떻게든 다리 놓아 권세가와 인연 맺을 까닭도 없는 불세출의 甲이시잖아요.

부디 兄께서 만초손 겸수익(滿招損 謙受益: 한껏 차면 자만심이 생기므로 손실을 초래하고, 겸손하면 이익을 받는다)의 도를 잊지 마시길 노심초사하며 계사년 가는 봄날에 몇 자 적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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