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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패션은 '패스트'...전략은 '슬로'?

[김신회의 터닝포인트]<5>H&M, 방글라데시 의류산업 노동환경 개선 주도

김신회의 터닝포인트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입력 : 2013.06.03 06:00|조회 : 6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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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계적인 기업들이 겪은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일종의 '케이스스터디'라고 해도 좋겠네요. 위기를 황금 같은 기회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사진=블룸버그
사진=블룸버그

지난 4월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의류공장 '라나플라자' 붕괴 참사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계의 씁쓸한 뒷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급변하는 패션 경향에 맞춰 우리가 싸게 구입해 잠깐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은 그야말로 처참한 노동의 산물이었다.

라나플라자에서는 무려 1100여명이 숨졌다. 불법 중축한 건물이 힘없이 무너져 내릴 때 이들은 공장 안에 갇혀 옴짝달싹도 못했다.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에서는 지난해 11월에도 100여명이 화마에 희생됐다.

연간 200억달러(약 22조6200억원) 규모로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방글라데시 의류산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이곳을 하청기지로 삼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치부였다. 라나플라자 참사에 대한 대응이 재빨랐던 이유다.

눈여겨 볼 것은 대응방식. 크게 두 가지였다. 일부 글로벌 대기업들은 노동환경에 문제가 있는 업체와 거래를 끊었고, 일부는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미국의 월마트와 월트디즈니는 거래중단과 철수라는 초강수를 택했다. 월마트는 방글라데시에서 노동안전에 문제가 발견된 업체 250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월트디즈니는 당장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이에 반해 스웨덴의 H&M은 패스트패션 업체답지 않게 오히려 뒤로 돌아가는 전략을 택했다. 경쟁사들과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의 노동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자며 협약을 맺은 것이다. 자라와 테스코 등 주로 유럽업체들이 참여했고, H&M이 메이저업체들 가운데 가장 먼저 서명했다. H&M의 '슬로(slow) 전략'은 과연 성공할까.

H&M은 사실상 라나플라자 참사와는 무관하다. 자체 규정상 라나플라자처럼 주거용빌딩에 들어선 공장과는 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H&M은 전 세계 하청업체들을 관리하는 데 똑같은 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며, 100명의 인력을 파견해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H&M이 노동환경 개선 협약을 주도한 게 방글라데시에 대한 생산 의존도가 워낙 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H&M은 방글라데시 의류산업 최대 큰손이라서 어차피 발을 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H&M이 그동안 거둔 성과는 눈여겨 볼만 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방글라데시 스웨터 회사 가리브&가리브를 들 수 있다.

H&M은 가리브&가리브가 10여년 전 다카에 5층짜리 공장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최대 고객으로 남아 있다. 두 회사 관계에 위기가 닥친 것은 지난 2010년으로 공장에 난 화재로 여공 20명 등 21명이 숨졌다. H&M 감독관이 소화기 관리 문제 등을 지적한 지 불과 몇 개월 새 일어난 일이었다. 화재 여파로 가리브&가리브는 6개월간 문을 닫았고, 그 사이 몇몇 바이어들은 철수하거나 물품 인도를 거부했다.

하지만 H&M은 떠나지 않았다. 화재 이전과 다름없는 주문을 냈고, 화재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지원했다. 안전관리 규정도 강화했다. H&M이 가리브&가리브 전체 매출의 70%를 책임지고 있던 때였다. 덕분에 가리브&가리브는 돈을 융통해 공장 시설을 개선하고 다시 문을 열수 있었다.

이후 H&M은 감독관의 불시 방문 횟수를 한 달에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렸다. 라나플라자 참사 뒤에는 감독관의 방문이 더 잦아졌고, 점검 강도도 세졌다.

역시 방글라데시 의류회사인 DBL그룹도 H&M의 장기적인 안목과 유연한 전략의 덕을 봤다. DBL그룹이 운영하던 한 공장은 노동시간 초과 문제로 H&M과 마찰을 빚었는데, H&M은 공장과 협의해 납품기한을 일부 늘려주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아울러 H&M은 정상적인 근로시간 내에 생산성이 더 큰 팀에게 보너스를 주는 식으로 근로 규정 준수를 유도했다.

이에 반해 DBL그룹의 공장과 같은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월마트는 '무관용 정책'에 따라 거래를 끊었다.

가리브&가리브, DBL그룹의 사례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H&M이 방글라데시에서 거래하는 공장만 166곳이 넘는 탓이다. 더욱이 최근 캄보디아에서는 H&M 모르게 재하청으로 이 회사 제품을 만들던 공장이 무너져 2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월마트와 H&M의 전략을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소매업체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눈을 감지만 않으면, 가리브&가리브나 DBL그룹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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