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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에 혹하는 이유? 너무바빠 놀 시간이…

[웰빙에세이] 노는 것을 보는 것으로 때우지 마라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장 |입력 : 2013.06.03 08:14|조회 : 10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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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신나게 놀러 다니는 TV 프로그램. 직접 챙겨보지는 않는다. 그래도 안볼 수 없다. 언제 어디서든 TV를 켜 놓은 곳이면 도깨비처럼 툭툭 튀어나온다. 그래서 보면 재밌다. 강호동이 하차한 다음에 잠시 김이 빠지더니 다시 또 잘 굴러간다. 이수근과 차태현이 웃긴다.

이 외에도 수다 떨고 노는 프로그램이 참 많다. 어느 것이든 잠깐씩 보면 재밌다. 메뚜기 유재석이 웃기고, 달인 김병만이 웃기고, 벼멸구 박명수가 웃긴다.

◆노는 것도 전문가 시대

다들 잘 논다. 잘 노는 선수들이다. 가수가 노래를 잘 못해도, 탤런트가 연기를 잘 못해도, 개그맨이 웃기기를 잘 못해도 뜰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잘 놀면 된다. 잘 놀면 이 시대 최고의 스타가 될 수 있다. 바야흐로 '예능 전성시대'다.

이젠 노는 것도 전문가 차지다. 방송사마다 잘 노는 선수들을 모시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잘 노는 선수들은 정말 좋겠다. 잘 놀아서 즐겁고, 인기 오르고, 몸 값 뛰니 그야말로 '1타3피'다. 아니 잘 놀아서 남에게 기쁨도 주니 '1타4피'다. 이제 그만 놀고 공부 좀 하라거나 입 다물고 조용히 좀 있으라고 스트레스 주는 사람 없어 좋겠다.

ⓒ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요즘 사람들은 스스로 놀지 못한다. 세상살이 고단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다. 너무 바빠 놀 시간이 없다. 주머니가 빠듯해 즐길 돈이 없다. 그러니까 <1박2일>을 본다. 나대신 남들이 노는 것을 본다. 그들이 나를 웃긴다. 이건 쉽다. 그냥 TV만 켜면 된다. 그냥 소파에 퍼지면 된다. 그냥 헤헤거리면 된다. 이건 공짜다. 돈 들지 않는다.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집으로 돌고 도는 학생들도 이건 좀 할 수 있다. TV는 항상 켜져 있으니까, 다른 식구들도 짬만 나면 TV 앞에서 퍼지니까. 그래도 못하게 하면 할 수 없다.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 게임을 한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단 하나의 놀이다. 그에게 쾌히 허락된 자리는 책상뿐이므로, 그 책상에서 공부 말고 할 수 있는 놀이는 게임뿐이므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사람들이 노는 일까지 다 전문가에게 넘겨 버렸다. 축구는 축구 선수가, 야구는 야구 선수가, 농구는 농구 선수가 한다. 축구를 좋아한다면 축구팬, 야구를 좋아한다면 야구팬, 농구를 좋아한다면 농구팬이라는 뜻이다. 이들 가운데 축구공을 실컷 차고, 야구 방망이를 마음껏 휘두르고, 농구공을 즐겨 던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구경꾼일 뿐이다. 그렇다고 선수들은 운동을 즐길까? 꼭 그렇지도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죽도록 경기만 한다. 인기에 매달려, 돈에 매달려, 승부에 매달려.

놀고 싶은데 놀지 못하면 에너지가 억압된다. 짓눌린 에너지가 안에서 부글댄다. 놀고 싶은 에너지는 어디론가 새어 나와야 한다. 그게 보는 것이다. 구경하는 것이다. 하지 못하면 보기라도 해야 한다. 잘 노는 선수들을 무대 위에 올려놓고 그들이 노는 것을 보기라도 해야 한다. 이런 대리만족이 몸에 배어 나는 진짜 노는 법을 잊는다. 아무리 놀라고 해도 놀지 못한다. 그저 바라만 본다.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한 송이 꽃도 직접 느끼려 하지 않는다. 꽃 그림이나 꽃 사진을 보고 감상하려 한다. 비평하려 한다.

하지만 어찌 보는 것이 하는 것만 하랴.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행! 그러니 놀고 싶으면 놀라. 축구가 재밌으면 축구를 하라. 야구가 재밌으면 야구를 하라. 농구가 재밌으면 농구를 하라. 수다가 재밌으면 수다를 떨라. 장난이 재밌으면 장난을 쳐라. 여행이 재밌으면 여행을 하라. 남 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마라. 노는 것을 보는 것으로 때우지 마라. TV만 켜면 나오는 막장 드라마와 시시한 오락거리에 정신 빼고 헤헤거리지 마라.

사랑도 하고 싶으면 사랑을 하라. 남들의 사랑 타령을 바라만 보지 마라. 성 에너지도 억압되면 어디론가 풀어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혼자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남들이 하는 것을 훔쳐보는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그것도 꽤 낭만적인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첨단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는 차원이 다르다. 속도, 접근성, 정보량, 적나라함의 레벨이 다르다. 이 세계도 이제 끝내주는 선수들의 영역이다. 그것은 내가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리얼하다. 훨씬 더 강력하다. 훨씬 더 자극적이다. 그것이 내 안에 억압된 성 에너지를 잔뜩 부풀린다. 이제 그것은 터진다. 안으로 터져 성도착이 되고, 밖으로 터져 성폭력이 된다.

◆보지 말고 하라

세상에 만연한 우울증과 폭력, 성범죄. 그것은 다 억압된 에너지들이 짓눌리고 곪아서 생긴 병리 현상이다. 심리학에서는 옛 기억이 닿지 않는 다섯 살 이전에 내 안에 각인된 스트레스를 중시한다. 아주 어려서 내 무의식에 새겨진 억압된 에너지가 평생 나를 뒤흔든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다섯 살 이후라고 뭐가 다를까. 나는 줄곧 하고픈 일을 내일로 미루면서 그 에너지를 안으로 우겨 넣으며 지냈다.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마다 억압된 불만과 분노와 슬픔이 배어 있다. 나는 터지기 직전이다. 남들이 노는 것이라도 열심히 보고 또 보는데 그 걸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나대신 뜬 사람, 나대신 즐기는 사람을 바라보고 또 보는데 그 걸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아! 번잡한 머리여, 심란한 마음이여, 갑갑한 가슴이여.

사실 내 삶은 누구에게도 넘길 수 없다. 나대신 살아줄 사람은 없다. 내 삶을 뒷전으로 물린 채 남들이 사는 것을 바라보면서 시시덕거리면 내 삶의 에너지가 병든다. 남들의 삶을 감상하거나 논평하면서 시간을 때운다면 그건 내 몫의 삶을 낭비하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뒷담화가 내 삶에 행복을 줄 리 없다.

내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내 삶이다. 나는 내 삶의 예술가다. 그것마저 예술가에게 넘길 수 없다. 그걸 대신해줄 선수는 아무도 없다. 나는 일하고 놀고 쉬는 일상에서 삶을 예술로 만들어야 한다. 그건 감상이 아니다. 창작이다. 남들의 것을 보는 게 아니다. 내 것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나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 누구를 보고 무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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