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신화' 크라제버거, 요즘 안보인다 했더니

크라제버거로 유명한 토종 햄버거업체 크라제인터내셔날(이하 크라제)의 신용등급이 'BB-'에서 'B+'로 한단계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가 지난해 5월 'BB-'로 평가한 후 1년 만이다. 신용등급 'BB+' 이하부터 투자부적격(투기) 에 해당한다.

크라제는 1998년 11월 서울 압구정동에서 시작한 국내 1호 프리미엄 햄버거 외식업체다. 웰빙 바람을 타고 고급화된 햄버거가 대박을 터뜨리자 2000년 법인으로 전환, 국내외에 100여개 직영점과 가맹점을 낼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자본잠식에 다다른 재무상태 악화 때문이라는 게 한기평의 설명이다. 지난해 5월만 해도 한기평은 크라제의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비교적 양호한 재무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크라제의 불운은 2009년 우회상장이 무산되면서 시작됐다. 의료기기 생산업체였던 당시 코스닥 상장사 제넥셀세인(2010년 상장폐지) 지분을 인수하면서 증시 입성을 시도했지만 제넥셀세인 소액주주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 김현수씨와 당시 최대주주이자 경영진인 민병환씨 사이에서 상표권 처분금지 가처분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증시 상장을 위한 확장 여파로 실적과 재무상태가 악화된 것도 이때부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매출은 2009년 283억원, 이듬해 325억원, 2011년 366억원으로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이 2009년 12억원, 2011년 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말 기준 재무여건은 벼랑 끝에 몰린 상태다. 자본금 42억원, 자본총계 13억원, 부채 79억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2011년 5억원을 밑돌던 영업손실은 1년 만에 57억원으로, 당기순손실도 5억원에서 131억원으로 급증했다. 부채비율은 1740%에 달한다. 지난해 1000억원 넘는 대치동 빌딩 경매를 진행한 것도 신세계푸드에 햄버거패티 가격 3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이는 식자재비 인상에도 판매가격을 상향조정하지 못하면서 매출원가율이 높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용훈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크라제는 식품재료비와 인건비, 임차료, 감가상각비 등이 총비용의 65%를 차지한다"며 "인건비, 임차료 등 높은 고정비 부담과 함께 20여곳에 달하는 직영점 폐점으로 원상복구비용이 발생하면서 적자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크라제는 지난해 저수익 지점을 중심으로 직영점 18곳을 없앴다. 가맹점은 10곳이 줄었다. 100곳에 육박하던 점포수가 지난해 말 70곳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올해도 일부 직영점이 폐점할 예정으로 당분간 외형 축소가 불가피하다.

글로벌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무리하게 해외사업을 추진한 것도 재무구조 악화의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말 기준 홍콩과 마카오법인 손실만 60억원에 달한다.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등지에 개점하면서 신규 사업기반 안정을 위해 매해 30억원 안팎의 자금을 지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영권 매각도 추진 1년이 넘도록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현재 크라제 측은 매각 추진을 공식 부인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크라제의 쇠퇴는 글로벌 불황의 장기화와 무리한 사업 확장의 그늘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