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號 선장 하차후 항로 변경하나?

서울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제공=용산역세권개발㈜

　정창영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의 사퇴가 현실화되면서 서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향배에 미묘한 변화를 몰고 올지 관심을 모은다.

　그동안 정 사장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자체를 회의적으로 판단, 청산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청산 절차로 향하던 용산역세권호(號)가 선장 하차후 사업 재추진을 향한 일대 방향 전환을 시도할 여지가 생겼다는 게 일부 민간출자회사들의 기대다.


　다만 후임 사장이 정부 등 '윗선'의 조율없이 입장을 180도 바꾸는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홀로 감내하기 어렵고 아직 코레일 내부조차 확실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선 이같은 반전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의견이다.

　◇코레일 업무공백 우려…새 사령탑 물색
　최근 국토교통부가 정창영 사장의 사표 수리 절차를 진행하면서 코레일 내부의 주요 의사결정은 공백 상태에 빠졌다.

　정 사장은 정부로부터 사임 압박을 직·간접적으로 받아 임기를 2년여 앞둔 지난달 중순 국토부에 사표를 제출했었다. 정 사장의 사퇴 배경으로는 MB정부 인사인데다, 현 정부의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부정적이란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갑론을박이 있지만 일각에선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놓고 민간출자회사들과 마찰을 빚어 사태를 악화시켰고 이로 인한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반발, 사업 무산에 따른 대규모 소송 등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책임론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 사장의 사표가 공식 수리되고 후임 사장 공모에 들어가면 빠르면 1개월 안에 코레일의 새 사령탑이 선임될 수 있을 것이란 게 국토부 안팎의 판단이다.

　◇용산개발 9월 최종 파산…변수는 남아
　지난 3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땅주인인 코레일이 그동안 드림허브(용산개발 시행사)로부터 받았던 토지대금을 상환하기로 하고 청산 수순을 밟고 있다.

　코레일이 드림허브에게 오는 9월8일까지 총 2조4167억원의 토지대금을 완납한 뒤 토지 소유권을 되찾아오면 드림허브는 껍데기만 남게 돼 사업은 최종 파산된다.

　따라서 물리적으론 9월 이전까지 사업 재개의 가능성은 남아 있는 셈이다. 코레일도 지난 4월 사업 재개를 위한 '특별합의문'을 만들고 민간출자회사들과 막판 조율에 나서는 등 불씨를 살리려는 의지를 보였었다.

　민간출자회사 한 관계자는 "9월 이후 파산이 확정되면 수조원에 이르는 각종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이 진행돼 해당 부지의 개발사업은 5년 이상 지나야 가능해진다"며 "사업 구도를 다시 짜 재추진하려면 최종 파산을 내지 않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코레일이 토지대금을 완납하려면 지금까지 지급한 1조4000억원 외에도 1조원 가량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데 재무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도 중요 변수다.

　정부는 공모형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코레일은 국토부가 사업 재추진을 원하지 않는 눈치라며 부담스러워한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만약 사업 재개로 방향을 틀려면 정무적 판단을 가진 신임 사장이 부임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국토부 등 현 정권에서 이를 막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가능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지 않은 상황이어서 현재대로라면 청산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