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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전 당신, 혹시 안녕하십니까?

[김재동의 틱, 택, 톡]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3.06.21 20:28|조회 : 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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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월드피스 자유연합.
/사진= 월드피스 자유연합.
한국전쟁 발발 63주년이 다가온다. 청계광장 인근에 이미 여러달째 전시중인 월드피스 자유연합의 6.25사진들, 무심히 스쳐지나던 그 전시물들이 때가 때여선지 부쩍 눈길을 끈다.

관심을 갖고 보니 그저 사변적으로 인식되던 ‘전쟁의 참상’이 제법 가슴을 울린다. 그리고 무수한 비극적 풍경속에서도 눈에 띈 어린 여아 하나. 단발머리 3등신의 아이는 흰저고리를 입고 길 한 귀퉁이에 맨발에 알궁둥이인채로 퍼질러 앉아 울고 있다.

고작 사진 한 컷에 담긴 풍경이다. ‘인천기계공업00’라 세워 적힌 간판마저도 화면 한쪽을 꽉 채울만한 공간일뿐이다. 하지만 고렇게 작은 아이의 배경이 되고보니 그 자체로 퍽이나 황량하다. 사진은 그 휑한 배경속에 홀로 남겨진 아이의, 울음에 진 빠진 깔딱거림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누굴까? 무슨 사연일까? 따위의 의문은 뒷전이다. 앞선 안쓰러움은 ‘이 아이 살아남았을까?’였다.

월남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진이 있다. 뒤쪽으로 시커먼 포연이 자욱한 거리를 옷을 홀랑 벗은채 울며 뛰어오던 소녀의 모습. 사진을 찍은 이는 AP통신의 사진기자 닉 우트였고 사진의 주인공인 소녀의 이름은 당시 9살였던 킴푹(50)였다. 이 사진 한 장은 닉 우트에게 퓰리처상을 안겼고 당사자인 킴푹의 사연조차 전세계에 전해졌다.

1972년 6월8일 미 공군 조종사 존 플러머는 상부의 지시로 베트남 트랑방마을에 네이팜탄을 떨어트렸다. 당시 그 마을 카오다이 사원에 가족과 은신해있던 킴푹은 피신을 재촉하는 병사들의 채근에 사원을 벗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폭탄은 사방에서 터졌고 네이팜탄의 불길은 당시 무명옷을 입은 킴푹의 왼쪽 팔에 옮겨붙었다, 킴푹은 옷을 벗어던지고 울부짖으면서 필사적으로 거리로 뛰쳐나가다가 곧 의식을 잃었다.

닉 우트는 그 장면을 담은 뒤 쓰러진 킴푹을 인근 병원으로 후송해 살려냈다. 당시 킴푹은 전신 30%에 3도 화상을 입었으며 17차례의 피부이식 수술을 받은 후에야 14개월만에 퇴원할 수가 있었다. 킴푹은 유엔평화친선대사가 되어 1999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도 있고 1996년 5월 미국 베트남전 재향군인의 날엔 당시 폭격 장본인 존 플러머를 만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고 그를 용서해주기도 했다.

우리 사진속 아이의 사연은 이렇다. 1950년 9월15일 오전 6시 한미해병대가 월미도에 상륙을 개시했다. 인천상륙작전이다. 작전개시 하루 뒤인 9월16일 미 해병 1사단 병사들은 길거리에 앉아서 울고있는 어린 소녀를 발견했다. 그것이 사진 설명의 전부다.

숨가뿐 상륙작전였다. 서울로 진격중인 전투부대가 길거리에 홀로 남겨진 아이를 거두었을리 만무하다. 아이는 어찌됐을까? 헤어진 가족을 만났을까? 사람좋은 미군 군종목사의 손에라도 넘겨졌을까? 아니면 그 매정한 버려짐의 시련을 이기지못하고 사람들 눈길도 닿지않는 어느 구석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진 않았을까?

존 플러머는 닉 우트의 사진보도를 접하고 죄책감에 스스로의 인생을 피폐하게 방치하면서 킴푹을 찾아헤맸다. 마침내 1996년 존 플러머는 우연히 베트남전 재향군인의 날 기념식 개최 소식을 접하고 워싱턴으로 갔고 우연히 단상 위에 있던 동양여자를 만났다. 존 플러머는 이 여자를 단번에 알아봤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고 킴푹은 그를 용서했다.

살아있다면 60대 후반일 인천의 그 소녀. 아무도 그 소녀의 이름을 모른다. 아무도 그 소녀가 어찌된 줄 모른다. 아무도 그 소녀에게 그 당시, 그녀의 눈물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 전쟁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잔인해지는 최악의 선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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