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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지력(智力)대결

[홍찬선의 네글세상]<9>지피지기(知彼知己)와 기불가실(機不可失)

네글세상 머니투데이 홍찬선 부국장겸 산업1부장 |입력 : 2013.06.22 11:19|조회 : 15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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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고진감래(苦盡甘來) 새옹지마(塞翁之馬) 지지불태(知止不殆)... 네 글자로 만들어진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우리 조상들의 오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생활의 지혜이자 인생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처럼 선조의 지혜는 현재와 미래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지표가 됩니다. 사자성어를 통한 '네글세상'로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한국 경제와 사회 문화 등을 생각해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일러스트=임종철
일러스트=임종철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일 중국을 국빈방문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4년여 만에 만나 정상회담을 하며 앞으로 5년 동안의 새로운 한중관계를 놓고 치열한 지력(智力) 싸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1992년 수교를 맺은 뒤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경제에 치중됐던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에서, 경제는 물론 정치와 군사 등을 아우르는 진정한 협력관계를 만드는 과제해결이 앞에 있다. 한반도 통일을 위한 중국의 협조와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양국의 공조,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협력 방안모색도 시급하다.

중국 지도자들은 사자성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상대방을 불쾌하지 않게 하면서 필요한 것은 얻어낸다. 시 주석은 2011년 7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방중했을 때 ‘피가 물보다 진하다(血濃于水, 혈농우수)’는 말로 립서비스 했다. 올 중국지도자 신년 하례회에서는 ‘여럿이 함께 땔감을 넣으면 불꽃이 세다(衆人拾柴火焰高)’라며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2008년 정상회담에서는 ‘전략적파트너’라는 말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한미동맹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했지만, ‘5.24조치’ 이후 남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은 계속 북한 편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중국을 가장 많이 아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명한 중국철학자인 펑여우란의 『중국철학사』를 중국어로 읽고, 통역 없이 중국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방중했을 때 요청이 있다면 중국어로 연설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다만 잘 안다고 생각할 때가 위험한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와 미래는 옛날과 다른데도 과거에 비춰볼 때 이럴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앎(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의 ‘말의 성찬’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2000년의 고도(古都)인 시안(西安)을 방문하기로 한 것은 절묘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의 고향에서 신라와 당나라의 관계를 바탕으로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형 1석2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한중 양국을 둘러싼 환경은 매우 빠르게, 그리고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성행했던 가공무역의 좋은 시절은 끝났다. 중국은 도시화와 중서부대개발 및 7대 신흥전략산업 육성 등을 통해 미국마저 제치고 패권국가(G1)로 부상하는 중국굴기(中國?起)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들어 8세대 LCD나 전기자동차 및 차세대 반도체 등 첨단기술이 필요한 분야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고, 중국에 진출했던 수많은 한국 기업이 무더기로 사업을 접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지난해 10월, 중국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시 주석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란 목표를 제시했다. 2018년 전후해서 경제규모(GDP)가 미국마저 추월할 것으로 전망돼 이런 목표는 이미 가시권에 있다. 하지만, 중국이 패권국이 되기 위해선 정치사회군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를 위해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서 미국과의 기술력을 축소시키기 위해서도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어쩌면 향후 5년은 중국이 한국을 필요로 하는 마지막 5년이 될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거리’를 지렛대로 한반도 통일과 새로운 한중관계 정립의 교두보를 만들어 내야 한다. 기회가 왔을 때는 놓쳐서는 안된다(機不可失,기불가실). 한번 놓친 기회와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時不再來, 시부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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