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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에서 '4대강'이 보인다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54> 창업생태계를 위해 돈보다 중요한 것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입력 : 2013.07.01 06:00|조회 : 1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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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엑셀러레이터이자 마이크로VC인 와이콤비네이터 창업자 폴 그레이엄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500스타트업 주최로 열린 '프리머니(Premoney)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IT창업의 비용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면서 "큰돈, 높은 지분만 투자하려는 벤처투자자들이 창업가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유병률 기자
세계적 엑셀러레이터이자 마이크로VC인 와이콤비네이터 창업자 폴 그레이엄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500스타트업 주최로 열린 '프리머니(Premoney)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IT창업의 비용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면서 "큰돈, 높은 지분만 투자하려는 벤처투자자들이 창업가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유병률 기자
최근 한국의 모 대학에서 창업지원센터를 맡고 있는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 “공대 교수라는 이유로 이 보직을 맡게 됐는데 나도 헤매고 있다. IT기업 다니는 사람들로 멘토단을 구성해놓긴 했는데, 그 사람들이라고 창업에 대해 뭘 알겠나. 돈은 정부에서 엄청 내려온다. 하반기에 ‘써야 할’ 돈만 수억 원이다. 그런데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문패로 내걸면서 청년창업 지원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대학에 뿌리는 돈도 많고, 국내외 벤처캐피탈(VC)에 정부가 대겠다는 돈도 많다. VC의 규모를 키워서 한국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원금과 관변 펀드는 종류도 왜 그렇게 많은지, 뭐가 뭔지 헷갈릴 정도이다. 돈을 집행하는 기관도 어디가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많다. 사업내용을 보면 다들 비슷한데도 말이다. 이중에는 소중하게 쓰일 돈도 있겠지만, 자칫 눈먼 돈, 여차하면 꼬리도 못 찾고 사라질 돈도 많을 듯해서 우려된다.

물론 실리콘밸리도 돈의 힘으로 창업을 밀어붙인 적이 있다. 1990년대 인터넷 붐이 일면서 큰돈으로 무장한 VC들이 넘쳐났다. 그러다 2000년대 초 버블이 꺼지면서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후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는데, 론 코웨이로 대표되는 수퍼 엔젤(개인투자자), 뒤이어 페이팔, 야후, 구글 출신들이 만든 마이크로VC(소액을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VC)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잇따라 성공사례를 만든 것이다.

이들의 성공은 돈의 힘이라기보다 안목의 힘이었다. 검증된 벤처에 큰돈 투자하는 대신, 초기단계의 많은 스타트업에 소액씩 나눠 투자하면서 성공확률을 높였다. VC 비즈니스에서는 혁신이었다. 이들의 성공 때문에 다시 돈이 몰리고, 새로운 VC 펀드가 생겨났고, 이들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VC 비즈니스는 또다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최근 실리콘밸리 VC업계에는 또 한번 혁신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돈만 투자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면서 말이다.

기자가 지난 27일(현지시간) 참석한 컨퍼런스의 주제도 ‘위기의 VC,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였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 양성프로그램)인 500스타트업 주최의 이날 행사에는 마크 안드레센(안드레센-호르위츠), 폴 그레이엄(와이콤비네이터), 프레드 윌슨(유니온스퀘어벤처스), 나발 라비칸트(엔젤리스트), 조쉬 코펠만(퍼스트라운드캐피탈), 마크 서스터(GRP파트너스), 데이브 맥클러(500스타트업) 등 스타 투자자들이 총출동해서 연설과 토론을 했다.

초기단계 투자에 대한 재해석이라는 주제의 세션. 왼쪽부터 제프 클라비어(소프트테크), 에이딘 센쿠트(펠리시스 벤처스), 데이비드 크레인(구글벤처스), 안 미우라 고(플러드게이트), 데이브 맥클러(500스타트업). /샌프란시스코=유병률기자
초기단계 투자에 대한 재해석이라는 주제의 세션. 왼쪽부터 제프 클라비어(소프트테크), 에이딘 센쿠트(펠리시스 벤처스), 데이비드 크레인(구글벤처스), 안 미우라 고(플러드게이트), 데이브 맥클러(500스타트업). /샌프란시스코=유병률기자

우선, VC들에게 던지는 폴 그레이엄의 충고. “(클라우드 컴퓨팅, 강력한 소프트웨어의 등장으로) 기업 만드는 비용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 창업가들에게 투자자들이 덜 절실해졌다. 문제는, 창업가들은 그렇게 많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도, VC들은 여전히 큰돈을 투자 받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금액, 더 많은 지분을 창업가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지금 창업가들에게 가장 성가신 일이다.”

마이크로VC의 선구자인 퍼스트라운드캐피탈의 조쉬 코펠만의 충고도 이어졌다. “VC는 창업가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재채용, 디자인, 비즈니스 개발, 홍보, 기업문화 등에서 창업가들을 도와야 한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들은(창업가들은) 부모보다(VC보다) 친구들한테서(동료창업가들한테서) 더 많이 배운다는 것이다. 그래서 VC는 창업가 커뮤니티를 큐레이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창업가들의 플랫폼이 되어야 하고, 브로커이자 허브가 되어야 한다.”

이처럼 실리콘밸리 투자자들 사이의 새로운 트렌드는 더 많은 돈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적은 돈이다. 좋은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창업가 프렌드리’, ‘커뮤니티 큐레이션’이다. 창업가의 작은 아이디어를 훌륭한 기업으로 만드는 동력은 돈보다는 커뮤니티라는 것이다.

와이콤비네이터가 드롭박스와 에어비앤비를 배출하는 등 스타트업 신병훈련소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이유도 와이콤비네이터 출신의 동창생들이 서로 돕고, 멘토링하고, 펀딩까지 하는 창업가 커뮤니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와이콤비네이트는 2005년 이후 지금껏 564개 스타트업을 배출했는데, 이중 현재 평가 가능한 285개의 총평가액은 116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한다.

그래서 한국정부는 돈으로 창업생태계를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 자칫 벤처1세대들이 이제 막 큐레이션하기 시작한 창업가 커뮤니티의 물만 흐릴 수 있다. 당장 창업가들에게 돈을 대주고 대통령 임기 5년 내에 뭔가 ‘짜잔’하면서 ‘대박'을 치기를 바라서도 안 된다. 오히려 우리 문화가 창조적인 결을 갖게 되기를 오래오래 기다려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지만, 국민들은 임기가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가 4대강 사업을 5년 임기 내에 끝내려고 밀어붙인 끝에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우리는 잘 보아왔다. 더욱이 창조경제는 매일매일 공사진행상황이 눈으로 확인되는 물리적인 프로젝트도 아니다. 임기 내에 과시할만한 탐스런 열매를 얻기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그 성과는 10년, 20년 뒤에 얻어도 된다는 긴 인내심이 필요하다. 당장 돈을 풀고, 돈 쓸 사업을 만들고, 성과를 내기 위해 안달하는 정부를 보면서 이러다가 창조경제가 또 하나의 4대강 사업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유병률기자 트위터계정 @bryu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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