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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 애디슨 캐맥과 행운의 여신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35>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 칼럼니스트 |입력 : 2013.07.05 14:28|조회 : 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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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 애디슨 캐맥과 행운의 여신
주식시장의 약세에 베팅하는 투자자를 일컬어 월가에서는 곰(bear)이라고 부른다. 공매도를 무기로 주가를 끌어내려 이익을 취하는 게 이들 곰의 주된 수법인데,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곰이 그간 월가를 주름잡았지만 역사상 처음으로 그냥 곰이 아닌 큰곰(Ursa Bear)으로 불린 인물이 있으니 바로 애디슨 캐맥(1826~1901년)이다.

캐맥은 남북전쟁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끈 철도주를 겨냥해 대규모 공매도 공세를 편 것으로 유명했는데, 에드윈 르페브르가 월가의 위대한 곰(a great Wall Street bear)이라는 경칭을 붙여주었을 만큼 그의 투기수법은 그야말로 화려했고 현란했다. 르페브르가 쓴 '제시 리버모어의 회상'에 나오는 일화를 보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약세전술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가던 어느 날 월가 정보에 재빠른 기자 한 명이 그를 찾아왔다(1880년대에는 이런 일이 가능했다!). 캐맥이 약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던 이 기자는 당시 월가에서 손꼽히는 큰손이었던 윌리엄 록펠러가 세인트폴 철도회사의 주식을 팔고 있다는 비밀정보를 알려주러온 것이었다.(이건 믿을 수 있는 정보원에게 들은 아주 뜨끈뜨끈한 최신 정보였다!)

그런데 이 정보를 들은 캐맥은 흥분하기는커녕 거듭 확인하기만 하더니 거꾸로 주문을 낸다. 주식중개인을 불러 세인트폴 주식을 소량씩 계속 사라고 하는 것이다. 나름 상당한 보상을 기대하고 정보를 물어온 기자는 당혹해하면서 묻는다. "당신은 약세 관점이잖아요? 제 정보를 못 믿는 겁니까?" 캐맥은 미소를 짓는다. "자네의 정보를 믿네. 내가 약세 시각인 것도 맞네. 그게 주식을 매수하는 이유라네." 그러고는 록펠러가 주식매도를 멈추면 즉시 알려달라고 얘기한다.

며칠 뒤 록펠러의 매도물량이 다 나왔다는 말을 듣자 캐맥은 그동안 매수한 세인트폴 주식 6만주를 매도하는 것은 물론 다른 철도주까지 일제히 공매도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는가?

캐맥이 팔기 시작하자 세인트폴 주가는 급락했고, 그는 여기서 손실을 봤다. 그런데 그는 이미 다른 철도주를 엄청나게 공매도해놓은 상태였다. 그는 세인트폴 주식을 지렛대로 활용해 주식시장 전체를 짓눌러버리고, 자신의 공매도 작전을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만든 것이다. 부연하자면 그는 처음 정보를 들었을 때 눈앞의 한 종목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차렸고, 자신의 약세전략을 승리로 이끌어줄 확실한 단서를 포착한 것이다.

캐맥은 주식시장에서 120만달러의 재산을 모은 다음 1897년 공식 은퇴를 선언했는데, 당시 뉴욕타임스는 그에 관해 이렇게 썼다. "월가를 통틀어 캐맥만큼 철도회사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철도회사에서 정식으로 실적발표를 하기도 전에 순이익을 알고 있었다."

이 정도 되니까 소위 프로들만의 영역이라고 하는 공매도에 뛰어들어 과감히 승부를 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 성공비결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행운입니다. 그리고 조심했지요. 과도하게 베팅하지 않았고, 큰 손실을 피했습니다. 역시 행운 덕분이지요."

그토록 대단했던 캐맥조차 실은 약세투기로 손실을 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순전히 운이 좋아 거둔 수익이 아니었다면 그 역시 많은 약세투기꾼처럼 빈털터리로 불행한 종말을 맞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캐맥의 경우는 '지혜가 다하면 행운이 찾아와준다'(When wisdom fails, luck helps)는 월가의 격언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고대 신화를 보면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Fortuna)가 눈을 가린 모습으로 등장하고, 행운은 잠자는 이의 그물을 당긴다는 서양속담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포르투나의 또 다른 이름 오카시오(Occasio)가 기회(opportunity)의 어원이듯 행운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활용하는 자에게만 찾아온다.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가 한 말도 있지 않은가. 행운은 잠자는 모든 사람을 돌아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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