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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수에게 '입양'보내는 황당한 동물보호소

주인에겐 버림받고 보호소선 팔아넘겨…유기견 식용유통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입력 : 2013.07.09 08:45|조회 : 16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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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에 있는 한 개농장. 뜬장마다 '식용견'들이 들어 차 있다./사진=동물사랑실천협회
남양주시에 있는 한 개농장. 뜬장마다 '식용견'들이 들어 차 있다./사진=동물사랑실천협회
파리떼가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다. 음식물과 배설물 냄새가 뒤섞인 악취는 구토가 나올 만큼 사방에 진동한다. 한 사람 정도 지나갈 수 있는 간격으로 설치된 수십 개 뜬장(개·닭 등을 가두는 철창) 안에서 200여마리의 개들이 짖어대기 시작하자 귀가 따갑다. 2마리가 들어가도 좁을 듯한 철창 안에는 6~8마리씩 개들이 들어차 있었다. 오물로 뒤덮인 뜬장 속 개들은 서로의 몸에 밀려 창살 밖으로 목과 혀를 내밀어 뺐다.

전날 내린 큰 비가 개들에겐 독이 됐다. 지붕이 무너진 뜬장 속 황구는 다리까지 차 오른 배설물을 온 몸에 뒤집어 쓰고 있다. 배설물은 뜬장 구멍을 메우고도 넘쳤다. 동물보호단체의 한 회원은 "이 꼴을 보고도 개고기를 먹겠다는 사람이 있을 지 의문"이라며 고개를 돌렸다. 다른 회원은 "이 정도는 양호한 것"이라며 "전보다 나아졌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초복을 열흘 앞둔 지난 4일 오후 2시쯤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개농장'.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들의 3번째 방문이지만 예전과 바뀐 것은 없었다. 달라진 것이라곤 잡종 황구 사이로 중형 크기 골든리트리버 2마리가 눈에 띄었다는 점.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손길을 받고 자랐음을 느낄 수 있었다. 농장주는 "어디에서 사온 것"이라며 말을 흐렸다. 하지만 회원들은 "유기견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개농장 주인이 뜬장을 치우지 않아 개들이 배설물로 뒤범벅 돼 있다./사진제공=동물사랑실천협회
개농장 주인이 뜬장을 치우지 않아 개들이 배설물로 뒤범벅 돼 있다./사진제공=동물사랑실천협회

집 밖으로 내몰린 유기견들이 두 번 버림받고 있다. 2만여개에 달하는 전국의 개농장에는 유기견으로 의심되는 개들이 식용으로 사용되기 위해 불결한 환경에서 '사망날짜'만 기다리고 있다.

◇ 지자체 예산으로 '개고기 장사' 돕는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로 앞세운 4대악(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가운데 하나인 불량식품 척결도 '개고기'에는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기동물 보호 책임이 있는 지자체들의 위탁 보호소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일부 동물보호소는 '개고기 공급소'로 전락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보통 개농장에서는 볼 수 없는 골든리트리버. 동물협회 회원들은 '유기견'이라고 추측했다./사진제공=동물사랑실천협회
보통 개농장에서는 볼 수 없는 골든리트리버. 동물협회 회원들은 '유기견'이라고 추측했다./사진제공=동물사랑실천협회

지난 겨울 한 동물보호단체는 경기도에 있는 A시가 위탁 계약을 맺은 동물보호소에서 개고기 업자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무분별하게 개를 입양시키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단체는 일부 입양자들이 큰 개들만 골라 여러 마리를 데리고 가는 등 '입양'과는 동떨어진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당시 보호소를 관리했던 수의사는 "사람들이 안락사를 시키느니 짬밥이라도 먹여서 키우겠다는데 보내지 않을 수 있냐"며 "잡아먹거나 팔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고 절차를 밟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지자체들이 위탁보호소 관리를 소홀히 해 많은 유기견이 고통사하거나 학대를 받고 심지어 개고기로 팔린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2008년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지자체들은 입찰이나 수의계약 등으로 동물보호소와 위탁계약을 맺고 1년에 2차례 유기동물 관리를 감독한다. 하지만 예산과 인력부족, 동물복지에 대한 낮은 인식수준으로 '관리다운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나 시 차원의 상위단계 감시 절차도 전무하다.

서울시 동물관리팀은 "위탁보호소는 자치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시 차원에서 계약서 등 관련 사항을 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예산을 집행하는 건 구 단위라서 세부적인 관리도 구에서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기동물들은 보호소에서 △인도 △분양 △기증 △자연사 △안락사 △방사 등으로 처리된다. 유기견은 발견 이후 10일 동안 '유기동물관리시스템'에 공고되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입양이나 안락사 등으로 처분하게 된다.

◇유기견 '입양' 빙자 개고기 판매 기승?

동물단체들의 우려는 '입양을 빙자한 개고기 판매'다. 동물보호소 입양 과정에는 입양자의 신분이나 사육 환경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절차가 없다. 보호소의 유기동물 관리 현황을 문서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다.

대한육견협회는 전국 개사육 농가를 1만5000개에서 2만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1년에 150만에서 200만 마리 정도의 개가 식용으로 쓰인다. 문제는 이 가운데 '유기견'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개와 고양이 등 유기동물은 총 7만6898건. 같은 해 농림부에 보고한 유기동물 발생 건수인 9만9254 건과 2만여 건 이상 차이가 난다. 두 기록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은 경우를 고려하면 '누락분'은 늘어난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구 단위로 지도 검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개가 몇 마리 있는 세어 보는 정도"라며 "담당자가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낮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부실함을 지적했다.

동물보호법 제8조는 '유기유실 동물을 포획해서 판매하거나 죽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호조치 대상임을 알면서도 알선하고 구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농림부 방역총괄과는 "동물보호소가 유기동물을 포획해서 판매를 알선한다면 보호센터 지정이 취소되고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 고발된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동물협회들은 보호소의 동물 학대나 개고기 판매 정황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법에 기대지는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문제가 된 A시의 경우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A시 관계자는 "동물협회에서 게시판에 민원글을 올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항의해서 경찰 조사가 이뤄졌다"며 "보름동안 서류 검사 등을 받았지만 별다른 처분은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동물협회 관계자는 "동물보호소에서 개를 무작위로 입양 보내면서 '개농장인지 몰랐다. 도살할 줄 몰랐다'고 하면 그만"이라면서 "현장을 포착하고 증거를 입증할 수 없다면 고발을 해도 소용없다"고 토로했다.

'개고기'도 법으로 해석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어 '동물보호법'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개고기 판매 자체가 '법적인 영업'에 해당되지 않아 과태료나 처벌 등 단속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개를 매달아 때려 죽이거나 다른 개가 보는 앞에서 도살하는 등 학대해 잔인하게 죽이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만 정작 '죽이는 행위' 자체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죽인다고 해도 처벌 대상은 아니다.

특히 지자체가 지정한 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시키는 것은 합법이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이 도의적으로 안락사 하는 것은 '학대'로 판단하는 동물보호법은 이중성을 띄고 있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현재로서는 시가 직영으로 동물보호소를 운영하는 것만이 유기견 관리의 최선책"이라면서 "지자체가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동물보호명예감시관에 앉혀 민원을 피할 게 아니라 이를 활용해 예산을 아끼면서도 동물복지를 이루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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