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82.58 690.81 1125.80
보합 17.98 보합 11.32 ▼2.8
-0.86% -1.61% -0.25%
메디슈머 배너 (7/6~)KMA 컨퍼런스 배너 (11/9~11/22)
블록체인 가상화폐

"내 휴가는 지켜주세요" 휴가 빼앗긴 박대리

[직딩블루스] <15>휴가 사수에 진땀 흘리는 직장인들

직딩블루스 머니투데이 정지은 기자 |입력 : 2013.07.12 14:39|조회 : 8885
폰트크기
기사공유
"내 휴가는 지켜주세요" 휴가 빼앗긴 박대리
여름휴가를 목 놓아 기다리던 A전자부품업체 박성호(32·가명) 대리의 얼굴은 요즘 흙빛이다. 야심차게 계획한 여름휴가 계획이 물거품이 된 탓에 표정관리가 되지 않는다.

불과 3주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좋았다. 부서회의 때 팀장이 "여름휴가 계획을 모아 달라"고 먼저 말을 꺼냈다. 휴가 계획은 일찍 세울수록 좋은 법. 상사가 예상보다 일찍 휴가 계획을 물어봐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물론 처음에는 살짝 긴장도 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원하는 휴가 날짜와 상사의 계획이 겹치는 상황이 올까 싶어서다. 부서 내 휴가기간 희망 날짜가 겹친다면 자연스레 후배인 박 대리의 날짜가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팀장부터 차장, 과장에 이르기까지 박 대리가 원하는 휴가 날짜와 겹치는 상사가 없었다. 이게 웬 떡인가 싶어 당당히 8월 중순 휴가 날짜를 적어 내고 계획을 짰다. 남들 다 간다는 해외여행, 나도 한 번 가보자 싶어 유럽행 티켓을 끊었다.

다음 날 박 대리는 인터넷을 뒤지고 주변의 조언을 얻어가며 7박8일간 여행코스를 완성했다. 영국 '애비로드'에 가서 그룹 비틀즈의 앨범 재킷 사진을 흉내 내며 횡단보도도 거닐어 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모든 게 완벽했다. 이번 휴가만큼은 그 누구보다 즐겁게 보낼 자신이 있었다.

이후 한 동안은 무척이나 행복했다. 이따금 '박 대리, 이번 휴가 때 뭐해?'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웃음부터 나왔다. 휴가 계획은 직장 동료들과 주고받는 대화에서도 빠질 수 없는 주제. 그럴 때마다 박 대리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고 대답했다.

"저 이번에 유럽 여행 다녀올 겁니다. 유럽이 그렇게 여행하기 좋다면서요? 기념품도 꼭 사올게요."

그렇게 유럽에서의 즐거운 나날을 꿈꾸던 박 대리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하필이면 오는 9월까지 완료해야 할 대형 프로젝트가 박 대리 부서에 떨어지고 만 것. 지금부터 2달간은 꼼짝없이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휴가 계획이 담긴 수첩을 쥔 박 대리의 손이 덜덜 떨렸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도 휴가는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그래, 휴가 전후를 나눠 밤샘 작업을 하면 휴가는 지킬 수 있을 거야.' 박 대리의 머릿속에선 수만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휴가를 가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박 대리의 3년 선배인 김모 과장이 휴가를 반납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과장은 회사에 남아 일하는데 대리가 해외여행 갔다는 게 소문이라도 나면 큰일 아닌가. 박 대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저도 휴가는 다음에 가겠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이젠 휴가 계획 질문이 가장 듣기 싫다. 듣기만 해도 신경질이 날 정도다. 다른 부서 동료들이 "일 끝나면 10월에 늦게라도 갈 수 있을거야. 성수기도 지났으니 더 싸게 다녀올 수 있다"고 위로를 건내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박 대리는 아직 1%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아직까지 항공권과 숙박 예약은 취소하지 않았다.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저장해 놓은 비틀즈 앨범 재킷 사진도 아직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번 여름을 못 견딜 것 같아서다.

박 대리는 당장에라도 "일은 평소에 열심히 하고 쉴 때는 쉬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진격'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그저 '휴가를 가야 능률도 오르는데…'라고 혼자 곱씹을 뿐이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