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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ze] 홍진호 “불리한 상황에서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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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ze] 홍진호 “불리한 상황에서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게 좋다”

머니투데이 ize
  • 위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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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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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폭풍, 콩, 황신, 영원한 2인자. 멋있어 하거나, 까거나, 우러르거나, 안타깝거나. 홍진호를 수식하는 수많은 이름들은 또한 그를 받아들이고 평가하는 방식의 다양함을 드러낸다. 스타크래프트의 스타플레이어 중에서도 가장 굴곡 많은 삶을 살았던 이 남자는 그래서 하나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게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가 그 수많은 굴곡을 돌파하며, 올드 게이머 중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존재로 살아남았다는 것이며, 더 놀랍게도 과거형 같던 투지와 승부사적 기질을 현재진행형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두뇌 서바이벌 게임인 tvN (이하 )에서 우승을 거뒀다는 외형적 성과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지만, 7화 ‘오픈 패스’ 게임에서 카드 뒷면의 위아래 패턴을 바꿔 최상의 조합을 만들어내던 모습은 만화 의 실사판 같은 순간이었다. 하여, 연합을 통해 좋은 카드를 공유하던 다수 출연자와 달리 홀로 방에 틀어박혀 자신만의 필승 전략을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스타크래프트 전성기에 홀로 테란의 파상공세를 단기필마로 막아내던 폭풍저그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이라는 역대 최강 테란들의 전성기를 홀로 상대하며 최강의 2인자 자리를 지키던 이 남자는 전성기가 지난 이후에도 소위 완성형 저그라 불리는 물량 전략에 맞서 자신의 폭풍저그 스타일을 지키고 때론 관철시켰으며, 다시금 아무런 연고 없는 방송이라는 정글에서 여전히 스타일리시한 승부를 보여주었다. 이 독하고 외로운 승부사가 동시에 로맨티스트인 건 그래서다. 다음은 이 로맨티스트가 그동안 지켜오고, 또 앞으로 지키고 싶어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이걸 읽고 난 뒤에도 홍진호를 하나의 시선으로 그려낼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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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혁 (핑퐁 스튜디오)
< 더 지니어스 >에서의 활약이 대단했다. 6화 데스 매치에서 김구라를 지명한 뒤 카드를 외워 ‘인디언 포커’에서 승리하고, 7화에서 카드 뒷면의 패턴을 읽고 필승 전략을 마련한 게 큰 화제가 됐다.
홍진호: < 더 지니어스 > 첫 화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게임마다 제작진이 마련한 어떤 필승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 항상 그 포인트를 찾으려고 애쓰는데 7화의 ‘오픈, 패스’ 게임에서 결국 그걸 잡아낸 거다. 정말 눈이 아플 정도로 몇 십 분 동안 카드 뒷면만 바라봤는데도 확신이 안 섰다. 매직아이인가 싶기도 하고. (웃음) 그러다 패턴의 위아래 차이를 발견하면서 나 스스로도 ‘이건 대박이다’ 싶었지.

이기고자 하는 열망이 강해서일까.
홍진호: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환경에서 살아왔으니까. 그래서 < 더 지니어스 > 섭외가 들어오고 룰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열세 명 출연자 중 가장 먼저 수락한 게 나였다더라. (웃음) 그런데 정작 프로그램에 나갔더니 내가 기대했던 경쟁 구도가 아니라 좀 힘든 게 있었다. 나는 나를 비롯한 열세 명의 플레이어가 각각 자기 색깔을 보여주며 싸우길 바랐는데 계속해서 편 가르기가 생기고 연합이 만들어졌다. 게임 자체도 개인의 머리싸움보다는 인맥이나 처세가 중요한 것들이 나오고.

사실 방송 출연을 하면, 이기는 것보다 연예인과의 친분을 쌓는 게 더 큰 소득이 될 수도 있는데.
홍진호: 나는 10년 넘게 우승에 목말라왔기 때문에 (웃음)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워낙 우승 한 번 못해서. 물론 방송을 하는 건 재밌다. 재밌지만 부담이 있어서 이 길로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런 건 없다. 자칫 민폐를 끼칠 수도 있으니까. 조금 지난 얘기지만 게임 방송에서 잘 모르고 ‘민주화’라는 말을 썼다가 많이 혼난 적도 있다. 나는 그저 게임 유저들이 쓰는 은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그 방송에서 “나 여기 민주화시켰어”라고 했던 건데 난리가 났지. 난 그때 뭐가 문제인지도 몰랐다. 그 어원도 몰랐고. 악의는 없었지만 무지가 죄인 거지.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하더라도 어쨌든 내 실수고 내 잘못이 맞는 거 같다.

방송과 처세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 했는데 게임에서도 ‘인디언 포커’나 ‘오픈 패스’처럼 개인전에 강한 느낌이었다.
홍진호: 게이머로 있을 때 1:1 플레이만 해서 그런지 혼자만의 승부에 최적화된 거 같다. 교류가 잘 안 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튀어나오는데 그럴 땐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연합이 만들어지면 우선은 너무 시끄럽고 (웃음) 계속 대화를 해야 해서 정작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특히 나는 언변이 안 좋아서 머릿속에서는 정리가 다 되어 있어도 표현을 잘 못하고 ‘어버버’ 거리기 때문에 팀플레이에 더 약한 면이 있었다.

&copy; 이진혁 (핑퐁 스튜디오)
© 이진혁 (핑퐁 스튜디오)
반대로 본인이 떨어뜨렸던 김구라는 그 부분이 굉장히 강한 참가자였다.
홍진호: 김구라 씨나 이상민 씨는 언변이 너무 좋다. 가령 이상민 씨가 “1더하기 1은 1이야!”라고 하면 다들 믿지만 내가 똑같이 “1더하기 1은 1이에요!”라고 하면 아무도 안 믿는 거다. 같은 내용이라 해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기술과 매력은 다르다는 걸 이번에 많이 깨달았다. 사실 굉장한 능력이지. 내가 아무리 연합을 배제하고 싶어도 룰의 특성상 어쨌든 팀플레이는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

그런 면에서 김구라를 데스매치로 끌고 들어와 떨어뜨리는 건 아예 < 더 지니어스 >의 전체 판을 흔드는 것이었다.
홍진호: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부터 김구라 씨와 차민수 씨, 두 분이 2강 구도였다. 나는 그 안에서 뭔가 해보려고 하는데 힘을 못 쓰는 사람이고. (웃음) 그러다 차민수 씨가 예상 밖의 탈락을 하면서 김구라 씨 독주 체제가 됐다. 뭐랄까 나는 남들과 교류를 안 하더라도 나만의 승리 방법을 찾고 싶은데 김구라 씨는 ‘나만 따라와, 그럼 다 살게 해줄게’ 이런 식으로 주도하는 거지. 그러니까 더더욱 나는 묻히는 기분이고. 그래서 내가 만약 데스매치에 가면 김구라 씨를 꼭 지목하겠노라 한 거다. 어차피 운 좋게 살더라도 김구라 씨가 주도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내가 빛을 발휘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팬 혹은 시청자들이 본인에게 원하는 것도 그런 승부사적 기질일 텐데, 혹 본인 외에도 에 어울릴 만한 프로게이머가 있을까.
홍진호: 아마 이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답은 임요환 선수일 텐데 (웃음) 분명 (임)요환이 형이 정공법을 우회하는 전략의 원조이긴 하다. 다만 이 형도 나처럼 언변이 좋지 않아서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KT 롤스터 게임단에서 수석 코치로 있는 강도경 선수가 잘할 것 같다. 말도 화끈하게 하고 상대편 뒤통수도 거침없이 칠 수 있을 거다.

반대로 < 더 지니어스 > 출연자 중 승부사는 누구인 것 같나.
홍진호: 일단 이상민 씨는 게임을 풀어나가는 능력 자체가 대단하다. 다만 승부사적인 기질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만약 이상민 씨가 ‘나 우승하고 싶어!’라는 마음으로 달려들면 정말 이기기 어려울 거다. 그리고 성규 씨의 경우 초반에 김구라 씨 있을 때는 이빨을 숨기고 그냥 묻어가는 것처럼 굴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기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게 보인다. 마지막으로 본인은 아니라고 할 거 같지만 김경란 씨가 늦게까지 욕심을 다 안 드러낸 거 같다. 항상 부처님처럼 “난 오늘도 편한 마음으로 할래”라고 하는데 그 안에 이기고 싶은 욕망을 숨겨둔 것 같다.

그런 승부사 기질이 있는 경쟁자들이 있으면 더 불타오르는 타입인가.
홍진호: 완전 불타오르지. 그런 사람들이 있을수록 치고 박는 걸 되게 좋아한다. 이 사람이 세 번 이상 생각하면 나는 네 번은 생각해야 하고, 그러다 이기면 스릴과 만족감이 더 크지. 실력 있는 경쟁자는 많을수록 좋다.

&copy; 이진혁 (핑퐁 스튜디오)
© 이진혁 (핑퐁 스튜디오)
본인이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시절이야말로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승부사들이 군웅할거 하던 시기 아니었나.
홍진호: 우승을 못 한 건 여전히 아쉽지만 그럼에도 그 시기에 활동했다는 건 정말 영광스럽고 만족스러운 일이다. 당시의 스타크래프트에는 스타일리스트, 즉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나나, 몽상가 강민이나, 요환이 형 같은. 그래서 승패를 떠나 너무 재밌었다. 어제는 A와 싸우고 오늘은 B와 싸우고 내일은 C와 싸우는데 그 하루하루가 다 너무 다르니까.

다만 불행히도 당시가 저그의 암흑기였다.
홍진호: 분명 당시에 맵이나 밸런스에서 저그가 정말 불리한 시기였다. 실제로 종족을 변경하는 선수도 많았다. 나도 사람이니 그런 마음이 있었고. 하지만 당시 팬들이 좋아하던 게 홍진호라는 개인이겠나, 홍진호가 운영하는 저그였겠나. 후자 아닌가. 그분들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비록 우승은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에게 헌납했지만 당시 종족 상성 상 절대적으로 불리한 테란에 대해 엄청난 승률을 자랑했다.
홍진호: 오히려 불리해서 승률이 잘 나왔던 것 같다. 만약 내게 유리한 맵이라면 그 유리한 방법대로만 움직일 거다. 하지만 불리한 상황, 테란이 이렇게 나오면 도저히 방법이 없는 그런 상황에서 나만의 방법을 찾는 걸 좋아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플레이라고 할까. 그런데 스타크래프트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게임이고 10년 넘게 리그가 운영되다보니 일종의 최적화 전략이 나오더라. 특히 리플레이 기능이 생기면서 각 선수들이 만든 전략들이 다 파헤쳐지고 무력화하는 방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스타일리스트들이 살아남기 어려워졌고 어느 순간부터 A와 하든 B와 하든 게임 양상은 비슷하게 흘러가는 게 있었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흥미로운 전략이 안 나오는 거지. 그때부터 나도 시들해졌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과거 공군에 있던 시절에 김택용 선수를 왕년의 폭풍 스타일로 잡아낸 게 큰 화제가 됐었다.
홍진호: 당시 내 인터뷰를 보면 나도 대세인 물량 플레이를 따라 가봐야겠다는 식으로 말을 했었다. 그런데 정말 한 번을 못 이겼다. 그럴 거라면 계속 지더라도 그냥 내 스타일대로, 폭풍저그 스타일대로 밀어붙이다가 끝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때부터 정말 한 게임 한 게임 엄청나게 연구를 많이 했다. 가령 그냥 일반인이 보기에는 내가 가위를 낸 걸로만 보이겠지만 프로들의 세계에선 마치 보를 내는 척하며 가위를 내는 그런 아주 짧은 페이크 모션이 있다. 그 짧은 순간, 상대방이 보에 대응하려 하는 1초의 타이밍에 가위를 내는 거지. 김택용 선수와 할 때도 오버로드의 위치나 이런 걸로 살짝 착각하게 만든 다음에 승부를 건 거다. 올인은 결국 1초의 타이밍 싸움이니까.

역시 폭풍 저그 홍진호의 매력은 올인인 것 같다.
홍진호: 뭐에 꽂히면 죽어라 그것만 파는 타입인 것 같다. 뭔가 하고 싶은 건 다해봐야 분이 풀리는 성미다. 도전도 많이 하고 그래서 실패도 많이 하고.
&copy; 이진혁 (핑퐁 스튜디오)
© 이진혁 (핑퐁 스튜디오)

게임에도 그렇게 올인한 건가.
홍진호: 고등학교 2학년 때 대전에 처음으로 PC방이 생겼다. 그때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하는데, 롤플레잉처럼 정해진 길을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람과 대결하고 그때마다 새로운 방법을 만드는 게 너무 신기하고 짜릿짜릿했다. 그때 처음 ‘이걸 정말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뭐 하나에 이렇게 꽂힐 수 있을까? 그러면서 죽어라 이것만 팠지. 처음에 동네 대회에서 우승하면 PC방 50시간 이용권을 주니까 그걸로 더 연습하고. (웃음)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는데 내가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하고 상금 500만 원과 상패를 보여주며 나 정말 이거 하고 싶다고 설득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도 그럼 제대로 해보라고 해서 정말 열심히 해서 랭킹도 올리고 프로팀의 입단 제의를 받아 서울에 올라갔다.

결과적으로는 억대 연봉자가 됐지만 당시 프로게이머가 그리 장밋빛 미래는 아니었을 텐데.
홍진호: 절대 그런 생각은 못했고 실제로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숙소가 없어서 매니저 형의 아는 형이 운영하는 PC방 창고에 침대를 두 개 정도 쑤셔 넣고 네 명이서 잤으니까. 거기 화장실에서 씻고 밥이 없으니 PC방 정수기로 물배 채우면 아르바이트생이 눈치 주고. 하루에 한 번 매니저 형이 사오는 컵라면만 먹고 살았다. 그러다가 팀원 한 명이 입상해서 상금 가져오면 그 날은 밥 먹는 거고.

그렇게 힘들었으면 다른 길로 선회할 수도 있지 않았나.
홍진호: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 컸다. 아버지는 중학교 때 돌아가셨고 형은 군대에 갔는데 나도 성공하겠다고 어머니를 혼자 남겨놓고 떠난 거 아닌가. 그래놓고서 어머니한테 ‘나 도저히 못 하겠어’라고 못하겠더라. 그래서 더 독하게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런 시기를 겪고 실제로 성공을 했기에 은퇴할 때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홍진호: 그날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셨는데 정말 마음이 뿌듯했다. 그동안 게임을 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내가 은퇴한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축하해주는 걸 보니 내가 지금까지 게임을 한 게 잘못된 게 아니구나 싶었다. 난 틀리지 않았어.

그 감정이 과거에 대한 정리라면, 미래 역시 바라봐야 하지 않나.
홍진호: 미래는 혼돈이다. 정말 별 계획 없이 구차하게 남아있기 싫어서 은퇴한 거니까. 우선 과거로부터 벗어나서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이다. 무엇이든 흥미가 있으면 해보자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올인한 뒤, 결과에 대해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사람 같다.
홍진호: 물론 찾아보면 후회할 일이 많을 거다. 내가 언급하기 싫은 것일 수도 있고. (웃음) 다만 그걸 다시 떠올리며 후회하고 싶진 않다. 앞으로는 절대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한다. 앞만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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