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39.17 827.84 1115.30
보합 15.72 보합 6.71 ▼5.1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부총리 '하기실음 관두등가'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경제부장 |입력 : 2013.07.25 08:13|조회 : 10039
폰트크기
기사공유
부총리 '하기실음 관두등가'
엊그제 어느 회사의 사훈이라는 한 문구를 SNS에서 접하고 한참 웃었다.
'河己失音 官頭登可(하기실음 관두등가)'
"물 흐르듯 아무소리 없이 열심히 하면 높은 자리에 오를수 있다."는 해석이 붙어왔다. 해석이 어법상 맞는지 따질 필요는 없고, 어쨌든 말이 된다.

때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부총리가 제대로 일할 시간이 4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해 오셨다고 본다"며 현오석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부총리야말로 '소리 없이 일해 오다가' '경제 관료의 최고 우두머리(官頭)'에 오른 분 아닌가.

부총리는 '관두'에 오르고 나서도 물 흐르듯 소리 없이 일해 왔다. '부총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들이 많다 보니 "내가 잘 보이지 않는 건지, 사람들 안경을 닦아줘야 하는 건지"라고 부총리가 탄식을 할 정도였다. 호시절이라면, 시끄럽지 않은 '조정과 화합의 리더십'의 전형이라고 칭송받을 터이지만, 새로 집권한 박근혜 대통령이 주문한 '컨트롤타워'와는 초점이 썩 맞아 들어가지 않아 보였다.

실상 현부총리는 '컨트롤타워'보다는 '내비게이션 리더십'을 자처해 왔다. 나이 들어 고생하지 않으려면 두 여자, 즉 와이프와 '내비녀(내비게이션 안내 여성음성)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했으니, 위압적인 '컨트롤타워'보다는 훨씬 친근하게 와닿는 말이다.

그런데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해서 가르쳐준다는 최신식 내비게이션도 그 동네 지리에 익숙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름길을 모를 때가 있고, 가르쳐 준대로 잘 가고 있는데 느닷없이 '경로 재검색' 화면이 뜨더니 딴길로 가라고 계속 경고하는 수도 있다. 더구나 교차로가 바로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내비게이션이 직진인지 좌회전인지 우회전인지 말을 않고 있다면 답답할 노릇이다.
새 정부의 경제 철학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그래서 길을 못찾겠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데 내비게이션이 소리를 내지 않거나, 그때그때 다른 소리를 내면 자칫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물론 지금 경제상황을 현부총리 한사람에게 책임지울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 수장이 '안경 닦으라'고 투덜대거나 물 흐르듯 소리없이 지내기만 하다간 '하기실음 관두등가'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아마 현 부총리가 요즘 가장 확실하게 방향을 가르쳐 줘야 할 사안은 '경제민주화'와 '성장'일 것이다. 성장동력을 찾기도 바쁜 지금 '경제민주화'가 가당키나 할까?
얼마전 파이낸셜타임즈의 수석 논설위원 마틴 울프가 현지를 찾은 한국 기자들에게 한 말에 답이 있다고 본다. 그는 소득재분배에서 수요를 창출하자고 했다. 임금보다 자본소득이 늘고 노동소득이 최상위층에 집중되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잔제를 청산해야 수요가 늘고 기업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상황에 맞게 요약하자면 '성장을 위한 경제민주화'이다. 부총리가 여기에 대한 방향만 제대로 기업과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고 정부 부처를 이끌어가도 대한민국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수장 가운데 가장 똑부러지게 역사에 남은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일 것이다. 정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위스키 죄악세'같은 과감한 증세 정책을 폈다가 폭동사태에 직면하기까지 했지만, 군대까지 동원해서 진압하는 뚝심으로 일을 추진했다. 국정 절반은 대통령, 나머지 절반은 자기가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였기에 대통령이 아닌 사람으로는 유일하게 미국 지폐에 얼굴을 올렸다. 권총결투끝에 총맞아 죽은 해밀턴처럼 불같이 살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현부총리가 지금보다는 목소리에 힘을 주고, 똑부러지게 방향을 제시하는 내비게이션이 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얼마전 러시아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담이나, 24일 발표한 4.1 부동산 후속대책을 보면 현 부총리가 슬슬 몸이 풀리고 있는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대통령의 격려발언도 그런 노력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일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대통령의 격려를 액면 그대로 '칭찬'으로만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 대통령은 "부총리가 일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는데, 그말은 실제로 별로 일한게 없다고 들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4개월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다.
서두에 말한 어느 회사 사훈의 뒷부분 댓구는 '街己失音 壹河登可(가기실음 일하등가)'이다. 해석은 자유.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