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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을 또 다시 울게 할 것인가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57> 테슬라 공장 '모델S' 생산라인을 보며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입력 : 2013.07.29 06:00|조회 : 1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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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전기자동차회사 테슬라모터스의 프레몬트 공장 내부 모습. /사진출처:와이어드 동영상 캡처
실리콘밸리의 전기자동차회사 테슬라모터스의 프레몬트 공장 내부 모습. /사진출처:와이어드 동영상 캡처
'모델S'라는 한편의 공상과학 영화를 보자. 빨간색의 거대한 로봇이 알루미늄 두루마리를 쭉 펴고 자르더니, 순식간에 자동차의 전후좌우 패널을 연속해서 찍어낸다. 이 패널을 가지고 자동차 몸체를 조립하는 로봇들의 움직임도 예술이다. 로봇들은 현란한 몸놀림으로 자동차 아래부터 천정까지 몸체를 만들어낸다. 로봇들은 용접도 하고 나사도 조인다. 이 모든 과정이 로봇들의 싱크로나이즈 발레를 보는 듯 아름답다.



다음 장면이다. 문어다리처럼 생긴 로봇이 차 몸체 구석구석을 페인트 스프레이를 뿌려 반짝반짝 빛나게 도색한다. 도색된 몸체는 공장 바닥의 자기테이프를 따라 알아서 다니는 '스마트 카트(smart cart)'에 실려 조립센터로 이동한다. 기다리고 있던 근로자들이 모터와 배터리, 운전대, 태블릿PC를 앉히고 나면, 시트를 집어든 로봇들이 차안으로 알아서 자리를 찾아 착착 끼우고, 차 유리에 접착제를 발라 부착한다. 이렇게 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싶어 하는 '모델S'가 완성된다. 영화는 끝난다.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된,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모터스의 고급세단 '모델S'의 실제 생산과정을 담은 동영상이다. IT매체 와이어드(Wired)가 캘리포니아 프레몬트의 테슬라 공장 내부를 속속들이 찍어 보여주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160대의 로봇이 3000여명 노동자들과 협업해서 일주일에 400대씩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데, 이 모든 과정이 환하고 빛나는, 예술 퍼포먼스 같다. 정말이지 꿈만 같다.

테슬라 창업자 엘론 머스크와 모델S. /사진출처:IB타임스
테슬라 창업자 엘론 머스크와 모델S. /사진출처:IB타임스
테슬라의 모델S는 '자동차업계의 아이폰'으로 불린다.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이다. 엔진 대신 모터를 쓰고, 휘발유 대신 100% 전지를 사용한다. 태블릿 PC하나로 자동차를 통제하고 음악 감상, 인터넷 검색까지 다 한다.

그런데 이 동영상을 보면, 모델S는 아이폰이 이루지 못한 더 근본적인 변화를 가지고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델S는 생산방식의 혁명까지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공장에는 쭉 늘어선 노동자들이, 마치 로봇처럼 똑같은 공정만 하루 종일 되풀이하는 컨베이어벨트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100여 년 전 '모델T'로 국민차 시대를 열었던 헨리 포드가 소, 돼지를 잡던 도살장을 보고 도입해, 이후 산업화시대의 상징이 돼버린 바로 그 컨베이어벨트. 하지만 노동자들로 하여금 똑같은 동작을 수천 번 지치도록 반복하게 했던 그 컨베이어벨트 말이다. 테슬라는 그 컨베이어벨트를 로봇들로 대체했다.

1913년 포드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모델T'의 플라이 휠을 조립하는 노동자들 모습. 헨리 포드는 시카고의 한 도살장에서 궤도장치에 거꾸로 매달린 소의 몸통을 노동자들이 쭉 늘어서서 부위별로 고기를 발라내는 모습을 보고 컨베이어벨트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사진출처:AP
1913년 포드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모델T'의 플라이 휠을 조립하는 노동자들 모습. 헨리 포드는 시카고의 한 도살장에서 궤도장치에 거꾸로 매달린 소의 몸통을 노동자들이 쭉 늘어서서 부위별로 고기를 발라내는 모습을 보고 컨베이어벨트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사진출처:AP
애플의 아이패드를 만드는 중국 폭스콘 노동자들이 컨베이어벨트에서 아이패드 해상도를 체크하는 모습. /사진출처:데일리메일
애플의 아이패드를 만드는 중국 폭스콘 노동자들이 컨베이어벨트에서 아이패드 해상도를 체크하는 모습. /사진출처:데일리메일
아이폰도 이런 변화는 만들지 못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위탁 생산하는 중국의 제조업체 폭스콘에서는 컨베이어벨트의 잔인함 때문에 수십여 명의 근로자들이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9월 폭스콘에 위장 취업해 근로실태를 고발한 상하이이브닝포스트의 한 기자는 "아이폰5의 뒤판이 3초에 하나씩 내 앞으로 왔다. 컨베이어벨트가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절대로 에러를 내서는 안 된다. 나는 10시간을 일했고, 3000여 개의 아이폰5 뒤판 작업을 완료했다. 컨베이어벨트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무서운 일이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활방식뿐 아니라 생산방식의 혁신까지 불러온 '모델S'는 인류 경제사에 또
하나 커다란 숙제를 하나 남겼다. 영화 '모던타임즈'에서 하루 종일 선 채로 나사만 조이던 찰리 채플린이 테슬라 공장의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봤다면, 마냥 부러워만 했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감탄은 했겠지만, 더 큰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 테슬라의 시대에는 수많은 근로자들이 나사를 조립할 기회조차 잃고 만다. 아이폰이 폭스콘의 일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지만, 테슬라는 수많은 노동자를 영원히 집으로 보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폴 크루그만 프린스턴대 교수는 '러다이트주의자(기술혁신에 반대하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라는 최근 칼럼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1786년 섬유노동자들이 기계도입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우리는 지금 또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소프트웨어가 대학 졸업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로봇이 제조업의 고용을 줄일 것이다. 교육을 더 많이 시키면 된다고? 아니다. 자신의 기술이 쓸모없음을 발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니까. 그래서 중산층 사회를 만들려면 최저소득과 의료보장 등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그 비용은 기업들의 이윤과 자본소득에 대한 세금에서 나와야 한다. 기술진보의 혜택이 노동보다는 자본에 집중되고 있으니 당연하지 않은가?"

영화 <모던타임즈>의 한 장면.
영화 <모던타임즈>의 한 장면.
참 어렵다. 찰리 채플린이 꿈꾸던 인간적인 노동환경이 만들어지니 찰리 채플린이 설자리가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창조든 혁신이든, 복지와 함께 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닌 로봇이나 컴퓨터를 위한 경제, 그래서 기업만을 위한 경제를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설령 찰리 채플린이 일할 기회를 다시 찾지 못할지라도 그의 삶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을 위한 창조경제이며 미래를 위한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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