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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리스트-하루키와 떠나는 순례

머니투데이 더벨 박종면 대표 |입력 : 2013.07.29 06:17|조회 : 8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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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는 아주 화려한 삶을 살았던 음악가입니다. 베토벤이나 쇼팽과 견줄 만한 연주 실력에다 뛰어난 외모, 세련된 옷차림 등으로 19세기 유럽에서 그의 인기는 오늘날의 인기 아이돌 그룹 못지않았습니다.

리스트는 사교계 여성들의 우상이었습니다. 그는 6살 연상의 지적인 마리 다구 백작부인과 열렬한 사랑에 빠져 오랜 동거생활을 했습니다. 그녀와 결별한 뒤에는 러시아 공주였던 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과 13년이나 함께 살았습니다. 이 시기에 리스트는 열정적인 그의 대표작 ‘헝가리 광시곡’을 작곡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삶은 리스트를 이해하는 데 많이 부족합니다. 그는 인생 후반부에 비트겐슈타인 부인의 구애를 뿌리치고 사제서품을 받습니다. 이후 리스트는 17년 동안 신부로서의 삶을 삽니다.

리스트의 삶을 온전하게 이해하려면 화려하고 열정적인 ‘헝가리 광시곡’이 아닌 차분한 ‘순례의 해’가 제격입니다. ‘순례의 해’는 작품 전체를 완성하는데 40년이 걸린 리스트의 사랑과 예술, 종교의 결정판입니다.

‘순례의 해’ 모음집 서문에는 바이런의 시를 인용해 “나는 나 스스로 살지 못한 채, 내 주위의 일부가 돼 버렸다”는 구절이 나오지만 리스트는 사실 평생 자신을 찾기 위해 고행을 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연애와 사랑의 정열 속에서, 말년에는 신을 향한 엄격한 금욕 속에서 자신을 찾아 나섰습니다. ‘순례의 해’는 바로 자신을 찾아 나선 리스트의 고행기입니다.

클래식 음악과 재즈에 관한한 전문가 수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화제의 최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 리스트의 ‘순례의 해’를 끌어들여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리스트의 ‘순례의 해’와 하루끼의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교묘하고 긴밀하게 서로 엮여 있습니다.

고향 나고야에서 학창시절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던 5명의 친구들 중 주인공 쓰쿠루만 이름에 색깔이 없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네 명의 친구들로부터 갑작스럽게 절교를 당하면서 색채 없는 그의 절망은 더 깊어집니다. 16년이 흐른 뒤 옛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절교를 당한 이유를 알아보기로 결심합니다. 쓰쿠루는 친구들을 찾아나서는 순례의 길을 떠납니다.

순례를 통해 주인공 쓰쿠루는 왜 그가 친구들로부터 그렇게 매정하게 절교를 당했는지를 알게 되고, 그들이 겪었던 엄청난 일들과 안타까운 우정을, 영혼의 맨 밑바닥에서부터 이해하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과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리고 한 친구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듣습니다. “쓰쿠루, 한 가지만 잘 기억해 둬. 넌 색채가 없는 게 아냐. 그런 건 이름에 지나지 않아. 넌 정말 멋지고 색채가 넘치는 다자키 쓰쿠루야. 너에게 부족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 너에게 필요한 건 그것뿐이야.” 옛 친구가 쓰쿠루에게 그의 자아를 찾아줍니다.

프란츠 리스트도,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 쓰쿠루도 그렇게 힘겨운 순례를 통해 찾은 것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덥고 습한 올 여름 나를 찾아 짧으나마 순례를 떠나지 않으렵니까.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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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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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Nary Shim  | 2013.07.30 14:19

구입은 진즉했는데, 어제 저녁에 더위를 잊으려 읽었다. 쓰쿠루를 통해 내 삶도 오버랩되면서 조금은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위로받았다 할까? 아침에 출근할때도 지하철역을 유심히 관찰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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