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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성 갈고 이민 간다고 열내는 당신에게

[줄리아 투자노트]

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권성희 증권부장 |입력 : 2013.08.03 06:01|조회 : 6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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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870년에 태어나 1960년대까지 활동한 버나드 M. 바루크는 드물게 돈과 정치 권력을 모두 손에 넣었던 인물이다. 그는 젊은 시절 주식과 벤처 투자로 큰 돈을 번 뒤 민주당 출신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과 만나 정계에서 활약하게 됐다. 바루크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파리에서 진행된 평화회의에 미국 특사 자격으로 참여해 정치 경력의 절정을 이뤘다.

바루크가 돈과 권력에서 모두 성공한 비결은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의 전기를 읽으면 추세와 싸우지 않는 것이 첫째 비결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에서나, 정계에서나 자신의 뜻에 반하더라도 대세와 싸우지 않는 것이 그가 95세까지 장수하면서 마지막까지 부유한 투자자이자 정계에 영향력 있는 인물로 살아가게 한 원동력이었다.

추세와 싸우지 않는 바루크의 모습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바루크는 정부의 건전한 재정관리를 중시하는 인물이었다.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달러 가치 하락을 우려해 금 투자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가 재정적으로 후원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 침체를 타개하는 뉴딜 정책을 추진했다.

바루크는 금 본위제를 지지했으나 루스벨트 대통령은 반대했고 개인이 소유한 금을 환수하는 정책까지 폈다. 금에 투자했던 바루크로서는 누릴 수 있었던 거액의 수익을 포기해야 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을 후원했던 많은 사람들이 뉴딜 정책에 실망해 떠났지만 바루크는 한번도 공개적으로 루스벨트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았다. 한 친구는 바루크에게 "자네는 멍청한 민주당원이라는 가장 좋아하는 역할을 담당하려는 것 같네"라며 "자네가 믿지도 않는 명분에 기여하고 자네가 신뢰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 말일세"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당시 바루크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의 심정을 친구들에게 전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새로운 모험에 동의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 모험의 일부는 오랜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먹기에는 상당히 센 약처럼 보이는 모양입니다."

때로 주위에서 "ooo가 대통령이 되면 이민가야지"라거나 "ooo하면 내가 성을 간다"라거나 "이 종목이 떨어지면 시장이 이상한 거야"라고 하는 극단적인 말들을 듣는다. 자신의 신념이나 논리, 생각에 근거해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돼야만 옳다고 미리 정해 놓는 것이다. 상황이 자신의 희망과 다르게 전개되면 자기는 옳은데 세상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환경을 바꾸고 상황을 개선해나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 추세와 바득바득 싸우면서 세상이 틀리고 내가 옳다고 고집을 피우는 것은 인생을 불필요하게 피곤하게 만든다. 지금의 추세에서 어떻게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 생각해 대처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투자자 중에서도 추세와 싸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는 투자를 잘했는데 시장이 잘못됐다고 원망한다. 시장에 옳고 그름은 없다. 시장은 상황에 따라 어떤 흐름을 보이고 추세를 형성할 뿐이다. 이 추세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낳느냐만 있을 뿐이다.

바루크가 기록해 놓은 투자 철학 가운데 "일어났으면 하고 바라는 일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이 너무 강하면 내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는 세상과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바루크는 또 "자신의 의견을 반복해 점검하고 의견에 관한 한 고집이나 건방진 태도는 철저하게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 의견을 건방지게 고집하면 상황 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진다.

아울러 추세 변화를 알기가 어렵기에 신중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시장이 바닥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을 때 매수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 좀더 지켜보고 기다렸다가 사도 늦지 않다. 시장이 고점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렸다 파는 것 역시 신중하지 못하다. 너무 일찍이라고 생각할 때 파는 것이 낫다."

아는 분이 4~5년 전에 중국펀드와 브릭스펀드(브라질, 인도, 중국, 러시아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했다. 중국펀드와 브릭스펀드가 한창 높은 수익률로 인기를 끌 때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타격을 받아 중국펀드는 여전히 수익률이 마이너스 40%, 브릭스펀드는 마이너스 30%다.

이 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바라는 대로 원금이 회복되기를 기다려야 할까. 원금 회복 여부가 투자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오로지 지금의 상황에서 추세가 무엇이냐를 점검해 판단해야 한다. 미국에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싸우지 말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이는 정책과 상반된 방향으로 투자하지 말라는 의미지만 넓게 해석하자면 추세와 싸우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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