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 칼럼]인내의 진정한 의미에 관하여

인내가 모든 것이다.성공하는 투자자의 첫 번째 덕목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두말 하지 않고 인내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는인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몇 문장을 들려줄 것이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궁극적인 차이는 인내에 있다.” “강한 인내심은 정신의 숨겨진 보배다.” 물론 마지막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월가 격언 가운데 하나를 덧붙일것이다. “시장의 움직임은 머리로 파악하지만 돈을 벌어주는 것은 엉덩이다.”

투자의 성패는 순발력이 아니라 지구력에서 갈린다. 투자는 장거리 경주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연연해서는 결코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말하기는 쉽지만 막상 실행하려 들면 무척이나 어렵다는 점이다.

무엇보다언제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무조건 장기 투자를 모토로 삼아 오래오래 보유하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일단 주식을 매수한 다음에는아예 잊어버린 채 그냥 놔두는 게 최선인가?도대체 언제 팔고 언제 수익을 실현하라는 것인가?

의문을 던지자면 한도 끝도 없다.하지만 잘 따져보면 여기에는 오해가 있다. 인내의 진정한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사실 인내란 기다림이 아니다.시간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한 달도 아니고 1년도 아니다.심지어 10년도 아니다.


주식의 가치는 나무처럼 성장해가는 것이다.뿌리부터 내려야 줄기가 올라가고 가지가 뻗어나간다. 씨앗을 뿌리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싹이 텄는지 알아보려고 땅을 긁어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서두르지도 말고 재촉하지도 말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조용히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수액이 뻗쳐나간다.초조하게 굴지 않아도 봄이 오고 여름이 지나갈 것이며 가을이 되면 열매를 맺는다.결국 모든 것은 산(産)달이 되도록 안에서 자라난 다음 비로소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가 올랐다고 하면 다음 두 가지 중 하나 때문일 것이다. (1) 기업이 성장해 주식의 가치가 커졌다. (2) 시장이 그동안의 잣대를 바꿔 기업 가치를 재평가하게 됐다.

한데 어느 경우든, 기업이 성장하거나 시장이 시각을 바꾸는 데는 오랜 진통과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순식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다.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성장할 때까지 혹은 주식의 내재가치가 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때까지 끈기 있게 지켜봐야 한다.인내심을 갖고 자신이 투자한 종목을 대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주식이 크게 자랐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이게 바로 투자고 인내의 참뜻이다.

순간순간의 주가 등락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은 훨씬 더 깊은 곳에 숨어있다.충분한 인내심을 갖고 자신이 확신하는 내재가치를 믿어야 한다.그리고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움직이는 대로 놔두면 된다.시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옳으니까.

나쓰메소세키의소설‘열흘 밤의 꿈’에는 가마쿠라 시대의 조각가 운케이의 조각에 관한 이야기(여섯째 밤)가 나온다.거대한 적송(赤松)을 앞에 놓고 끌과 망치로 인왕상(仁王像)을 파내려 가고 있는 운케이를 보고 구경꾼들이 놀라워한다.“저렇게 끌을 아무렇게나 움직여도 마음먹은 대로 눈썹과 코가 만들어지는구나”

운케이는 여전히 거침없는 솜씨로 끌과 망치를 움직이는데,한 젊은 남자가 이렇게 말한다.“아니, 저건 눈썹이나 코를 끌로 만드는 것이 아니에요. 저것과 똑같은 눈썹이나 코가 나무속에 묻혀 있는 것을 끌과 망치의 힘으로 파내는 것뿐이죠. 마치 흙 속에서 돌을 파내는 것과 똑같은 이치니 결코 틀릴 리가 없지요.”

주인공은 비로소 조각이란 이런 것이구나,하고 생각한다. 조각은끌과망치로깎아내는것이아니라나무속에들어있는형상을찾아내는것이라는사실을깨닫는것이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거기에는 숨은 가치가 있다.그것을 찾아내고 인정받으려면 상
당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고,그 과정에서 숱한 실패와 좌절을 겪을 것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까. 투자의세계역시우리가사는이세상의아주작은한조각에지나지않는다.